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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 Jan 19. 2021

나홀로산업분석: 콘텐츠① 국내 콘텐츠 산업과 투자

[초보 VC 심사역의 분투기] 콘텐츠 제작/유통 방식과 투자 프로세스

VC업계에 발을 들였으니, 이제 좀 더 다양한 분야에 심도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처럼 문송한 사람일수록 잘 알지 못하는 기술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좀 더 심도 깊게 산업별 분석이 필요한 것 같아 [나홀로 산업분석] 시리즈를 시작해보려 한다. 


그 첫번째 잡은 분야가 바로 콘텐츠영화/드라마 등 보는 건 좋아하지만 직접 내가 투자에 관여하게 될 거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국내 콘텐츠 산업과 투자에 대한 이야기 겸 나만의 공부 노트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우선은 콘텐츠가 어떻게 제작이 되고, 어떤식으로 투자가 이뤄지는지에 대해 짚어보려고 한다.



전통적인 분야에서 콘텐츠 투자는 주로 영화 위주였다.

지금도 콘텐츠라고 하면 영화, 드라마, 예능, 애니메이션 등이 포함된 영상미디어 분야를 중점적으로 보는데, 넓게는 엔터테인먼트, 게임에 이어 웹소설/웹툰 관련 ICT 플랫폼/서비스 등까지 보기도 한다.


이런 콘텐츠 분야 투자를 집행하고 그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콘텐츠 분야 투자는 어떤식으로 이뤄지는지, 그리고 영화/작품 제작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드라마가 어떻게 제작되고 배급/유통되는지에 대한 개념 이해가 필요하다. 개인적 관심 부족 때문인지 그전까지 영화 유통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콘텐츠 제작 및 유통 과정


영화를 기준으로 콘텐츠가 제작 및 유통되는 방식을 알아보겠다.


영화는

투자자 → 제작사 → 배급사 → 플랫폼 → 2차 유통


모두가 같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제작되고 유통된다.


투자자 = 말 그대로 영화에 필요한 돈을 투자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아래 배급사에서 후술하겠지만, 국내는 메이저 영화 배급사들이 투자, 제작 기획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영화만 전문으로 투자하는 소규모 투자사나 모태펀드 등의 출자를 받아 투자하는 VC 등도 여기에 속한다. 최근에는 IBK기업은행에서도 문화콘텐츠금융부를 2012년부터 운영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제작사 = 영화를 제작하는 회사를 가리킨다.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영화를 기획하고 직접 촬영하고 작업하는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회사라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영화 제작사로는 JK필름(윤제균 감독 <해운대> <국제시장> 등), 레드피터(<부산행>), 리얼라이즈픽쳐스(<광해> <신과함께> 등), 명필름(<JSA> <접속> <건축학개론>), 모호필름(박찬욱 감독 <설국열차> <아가씨>), 바른손이앤에이(봉준호 감독 <기생충><가려진시간><마더> 등), 영화사 월광(윤종빈 감독 <검사외전> <군도> 등 공동제작), 사나이픽처스(<신세계><아수라><검사외전>) 등이 있다.



배급사 = 영화를 영화관에 걸기 위해 스크린을 확보하고 마케팅을 진행하거나, 개봉 이후 2차 판권 관리 등 유통 전반을 담당하는 회사다. 우선적으로 코로나19 땜에 영화상영이 급감하기는 했지만, 보통은 영화 배급을 위한 스크린 확보를 한다. 영화 예산, BEP(손익분기점) 등을 계산하고 멀티플렉스 상영관들과 조율해 상영관을 확보한다.

국내에서는 4대 메이저 영화 배급사(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쇼박스)가 기획-투자-제작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 배급사로는 엣나인필름, 키다리이엔티, 리틀빅픽쳐스, 메리크리스마스, 더콘텐츠온, 키위미디어그룹 등이 있다.

헐리우드에서 메이저 배급사로는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스튜디오, 파라마운트, 21세기폭스, 컬럼비아픽쳐스 등을 꼽을 수 있다.



플랫폼 =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을 가리키는데, 온라인 플랫폼,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나눌 수 있겠다. 

오프라인 플랫폼은 우리가 잘 아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데,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있고, 온라인 플랫폼으로는 최근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는 OTT 플랫폼(넷플릭스, 왓챠, 티빙, 웨이브 등)을 꼽을 수 있다. 



2차유통 = 2차유통 과정은 기본 플랫폼 이후에 발생하는 유통과정을 가리키는데, 이 때 작품을 유통배급하는 권리를 부가판권이라고 한다.


* 부가판권 : 공연이나 영화 방송 프로그램의 문화 상품을 극장상영, 본공연, 본방송을 통해서가 아닌 그 다음 단계에서 소비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영화 한 편이 극장상영을 마치고 난 뒤 케이블TV, IPTV, 인터넷, 모바일, DVD 등 다른 채널로 2차 유통, 배급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 부가판권 매출은 전체 영화시장 매출의 약 19% 발생하고 있다. 



영화의 경우 4대 메이저 회사들이 직접 투자, 기획, 제작, 배급(영화관)까지 가능한 에코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영화 배급사들이 직접 제작/기획에 참여하기도 하고, 네이버나 카카오 문피아 레진코믹스 등 웹툰/웹소설 등 IP를 다량 보유한 회사들이 작품 투자/제작에 참여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콘텐츠 투자 방식


콘텐츠를 투자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지분투자

말 그대로 Equity 투자. 미래 가치가 높은 기업에 무담보로 자금 지원하고,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형태다. VC 업계에서 일반적인 방식의 투자인데, 콘텐츠 분야로 오면 일반적인 편은 아니다. 콘텐츠 분야에서 지분투자를 한다면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사(스튜디오드래곤 등), 배급하는 배급사(더콘텐츠온 등), 영화 제작과 관련된 업체(VFX 업체 위지윅스튜디오 등)에 투자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투자 회수(exit) 방식이 IPO나 M&A가 된다.


(2) 프로젝트 투자

콘텐츠 분야는 영화, 공연,게임 등 특정 사업의 수행을 위해 계약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수익금을 배분하는 프로젝트 투자를 많이한다. 즉, 어느 회사에 투자하는게 아니라 그 회사가 제작하는 작품 단위로 투자를 집행한다는 의미. 프로젝트 주체의 재무상황이나 영업상황으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이 경우 보통 문화산업전문회사(SPC)를 설립해 이를 통한 투자 집행을 많이 한다.



투자사 

  ↑ ↓

 SPC  ↔  제작사 : 제작사와 계약을 통해 제작 대행을 계약하고, 영화/드라마 완성물을 제공받는다. 

  ↑ ↓

유통사 

: 영화배급사나 방송사, 플랫폼, 부가판권사업자 등과 계약해 작품을 유통시킨다. 유통계약 후 매출액을 정산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사는 SPC에 투자하고 매출액 정산 후 투자원금 및 수익금을 회수한다.

영화의 경우 수익배분을 40~50%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가져가고, 매출의 50~60%를 배급사와 제작사 투자사로 배분된다.


투자지분은 영화 제작비 중 투자한 금액 비율만큼 나눠주는 것을 의미한다.

수익지분은 투자지분 중 60% 정도가 투자자에게 돌아가는데, 40%는 제작사가 가져간다. 헐리우드에서는 제작사가 10% 가져가는데 반해 한국 영화는 제작사가 가져가는 수익 지분이 높은 편이다.


내용이랑은 상관 없지만, 영화 제작비와 관련된 데이터라 가져와봤다. 출처=동아일보


일반적으로 지분율을 정하는 방식은 총제작비 방식과 순제작비 방식이 있다.

총제작비 방식은 영화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순제작비(출연료, 연출료, 인건비 등) + P&A(Print&Advertisement, 배급비, 홍보마케팅비 등)을 모두 더해 분모로 삼는 것을 의미하고,

순제작비는 P&A 비용은 제외하고 순제작비만을 분모로 삼는 방식이다.


총제방식은 매출 1원부터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면, 순제방식은 매출이 발생하면 일단 P&A 비용부터 갚고난 후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순제방식보다 지분비율은 하락하지만, 손실 발생 시 그 폭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어 투자사 입장에서는 더 선호하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총제방식으로 투자하지만, 미국은 P&A비용(개봉비)를 제외한 순제방식 방식으로 대부분 투자한다고 한다.





국내 VC업계에서도 콘텐츠 관련 투자를 많이 집행해오고 있다.

내가 주로 집필한 영화드라마 등을 포함한 영상/공연/음반 분야는 2012년 2360억원 연간 신규투자가 이뤄졌는데, 2019년 3703억원(156%↑)까지 증가했다. 


출처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물론 같은 기간동안 ICT 서비스(1137%↑)나 바이오/의료 분야(1048%)가 성장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2019년말 기준 바이오, ICT 서비스, 유통에 이어 4번째로 높은 투자 분야다.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국내 VC 업계에서 활발하게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는 국내 영화/드라마/콘텐츠 시장 규모 및 투자 규모,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최신 트렌드 등에 대해서도 정리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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