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랑 Nov 22. 2021

결국 VC 업무의 본질은 '사람'이다

스타트업 대표들의 HR에 대한 고민

다양한 Deal을 검토하기 위해서 VC가 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한 스타트업 대표님을 최근에 만났다. 직업을 바꾸고 다시 만나니 다양한 분야 이야기를 더 편하게 할 수 있는게 참 좋았다.


워낙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보니, 나중에 투자도 하고 싶기도 해서 입버릇처럼 뭔가 도와주고 싶은데 최근에 힘든게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사람 구하는게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 등 전세계 이곳저곳 모두가 다 개발자 구인난인 건 불변의 사실이다.


요즘 시대에 유명한 IT 대기업이 아닌 이상 개발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건 '연봉' + @ 에서 알파로 무엇을 줄 수 있느냐다. 그래서 이 부분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웃어 넘겼다.


하지만 이 대표님이 필요한 사람은 마케터와 Finance를 담당해줄 재무팀장 등 그 외 인력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떤 유형의 사람을 찾느냐며,

팀원들과 갈등없이 잘 지내는 성격 좋은데 일은 적당한 사람이 좋냐, 아니면 성격은 모나더라도 업무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좋냐, 고 물었다.


후자일거라고 기대했던 내 예상과는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업무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성격이 모날리가 없어요. 왜냐면 조직 내에서 성격을 모나게 행동하면 그게 자기 평판으로 나쁘게 돌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이 성격도 좋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팀에 들어오면 팀워크도 좋아집니다.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당연히 누구나 '성격 좋고 일 잘하는' 그런 사람을 뽑고 싶을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내 질문에 내가 예상하지 못한 쪽으로 답변이 돌아와서 놀랐다.


내가 겪어본 많은 소위 '일 잘한다'는 사람들은 굉장히 성격이 예민했기 때문에 성격이 picky하거나 sensitive한 경우가 많았다. 자신이 맡은 일, 완수해야한다고 목표한 일을 끝까지 해내기 위해서 그 주변 사람들의 감정적인 부분은 신경쓰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나의 좁은 식견에서 나는 업무 역량이 뛰어나면 성격이 모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업무 역량'이라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일을 완성도 있게 끝내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일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것까지 포함인 것이다. 특히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엔 이런 역량이 더더욱 중요할 것이다.(이건 나의 아주 극단적인 편견일 수 있는데, 대기업은 직원 1명이 부품같은 역할이기 때문에 부품으로서 역할만 잘 하면 되지, 솔직히 인성이 중요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업무'에만 치중하다보니 개인 연구가 아닌 이상 회사 일이라는 것이 결국 혼자 하는게 아니라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인데, 이를 간과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차' 싶었다.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과 대화하며 인상깊었던 포인트가 있었다.


이 분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달라는 얘기를 나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분이었다. 이 분은 에듀테크 분야의 대표님이었는데, 내 주변에는 관련 경험 있는 사람이 주변에 별로 없다, 는 말을 건넸다. 그런데 이분으로부터 "관련 경험이 많지 않아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본기가 좋은 사람은 러닝 커브도 좋더라고요. 본인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회사와 관련된 분야를 잘 몰라도 괜찮습니다. 관련 경험은 입사하고 나서 함께 배우면서 쌓아가면 됩니다. 어짜피 우리도 스타트업이니까 처음부터 시작하는걸요. 같이 만들어나가면 되지요."



사실 취업 시장에서 가장 많이 요구하는게 <관련 분야 경험>이다. 내가 취업하면서 겪은 어려움도 그런 부분이었고,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것도 직무 관련 경험을 중요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분의 생각은 직무관련 경험이 좋다고 이 사람이 꼭 일을 잘 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련 분야 경험은 그냥 경험 기간의 차이일뿐, 결국은 일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에 직결되는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가 관련 분야 경험이라는 말에 빠져 본질적으로 이 사람의 인성이나 일에 대한 가치관 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고민에 빠지게 된다.


관련 경험이 없으면 직선으로 달려가야할 길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길을 헤매며 잠깐 옆잘못 들어설 수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이 있고 태도가 좋은 사람이라면 결국엔 반듯하게 달려가는 길을 찾아낼 힘이 있을 것이다.




투자와 관련해서 회사들의 기술, 서비스, 프로덕트, 매크로한 산업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있었지만, 본질은 역시 '사람'이었다.


사람에 대한 고민 없이는 스타트업을 이끌어갈 수 없고, VC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결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1년도 VC를 하지 않은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아닌것 같지만, 결국 VC 업무의 본질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투자사 대표와 구성원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 이들이 성장하면서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를 소개시켜주는 것 등 모두 '사람'이 그 핵심에 있는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