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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림 Nov 15. 2022

[아티스트웨이 시즌 2]심청이 6주차

W6. 고요함에 귀를 기울이는 법


오늘 드디어 끝이다! 6주간의 아티스트웨이가 한 단락, 매듭지어지는 날!! 나도 모르게 새벽에 못 일어날까 봐 잠을 설쳤다. 모임 전날, 자란다 천사들에게 모닝콜 부탁을 한 것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새벽 두 시부터 계속 잠에서 깨다 다시 잠들다 손목시계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세시쯤 다시 깼을 때, 심각하게 일어날지 말지를 고민했지만, 나는 잠이 너무 좋았다. 잠깐이라도 더 자고 싶다는 몸의 신호를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정확히 4시가 되기 3분 전에 알람도 없이 일어났다. 이번 주, 아니 9월 개강 이후에 수면시간과 하루의 패턴이 다시 쓰나미가 지나간 것처럼 엉망이 되었는데, 이렇게 알람도 없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이다. 이건 아마도, 그만큼 내가 이 모임에 엄청난 의미 부여를 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정말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니까. 마지막 마무리의 주제는 '침묵'에 관해 집중하게 했다.


Week6. 고요함에 귀를 기울이는 법


"나는 어떻게든 침묵을 만들고 그 침묵에 귀 기울이는 일의 가치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 안전지대에서 한 걸음 벗어나 가능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침묵 속에 답이 있다."

-줄리아 캐머런, 《아티스트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비즈니스북스, 2022, 283쪽.


침묵의 시간이 나에게는 새벽 황금시간이었다. 내가 왜 그토록 새벽시간을 확보하려 애썼나 돌이켜보면, 그랬다. 새벽의 고요함, 그 시간이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내가 집중하고자 하는 것에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나타나 나에게 무언가를 해달라고 찔러대는 아들의 보챔도 없었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자동차의 소음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소음에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었다. 해도 뜨지 않은 캄캄한 침묵의 시간이 나는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좋았다. 모든 것이 무겁게 가라앉은 시간,  내가 미처 꺼내지 못한 것들을 바라보고 들추어내고 다시금 새롭게 재정비할 수 있었다.  


내면을 담은 글쓰기에 대해서 나름대로 나다운 방법과 환경설정이 가능해지고 있다. 3쪽이 아니라 30분 정도의 시간이 나에게는 적당하다. 3쪽에 맞추느라 몇 시간을 끙끙대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30분이 채 되지 않아서 3쪽을 넘기기도 하지만, 그날그날의 특별함을 인정하기로 했다. 6주간의 연습 끝에 알게 된 것은 나에게 맞는 침묵의 시간과 장소가 있다는 사실이다. 비몽사몽의 경계에서 벗어나는 새벽 5시가 나에겐 침묵의 소리가 들리는 시간이고, 나에게 침묵의 장소는 차 안이다. 아주 잠깐 시동을 켜기 전, 주차를 마치고 시동을 끈 후 짧지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 순간 차 안은 나에게 너무나 편안하고 고요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차 안에서 음악을 듣고 노래를 하고, 말하고, 생각하고, 멍하게 보내는 그 모든 순간들이 참 좋았다. 침묵의 장소이면서 일탈의 장소도 되어 준다. 아마도 이번 프로젝트의  수확은 단순한 일탈 놀이가 가능하다는 것부터 꼽아야겠다. 가벼운 기분전환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느냐 묻는다면 나에게는 정말 그랬다. 별스럽지 않은 것으로 기분전환을 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것이 그저 기쁘고 감사하다. 큰돈을 들이거나 맘먹고 하루를 비워낼 정도의 시간이 아니더라도 나를 기쁘게 해 줄 놀이를 나는 알고 있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수확은 산책의 여유다. 산책은 곧 운동이었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파워워킹까지는 아니어도 걷기 운동을 해야 하는 시간, 건강해져야 한다는 강박과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걱정으로 헤드폰을 통해 동영상 강의나 오디오 강의들을 꾸역꾸역 주입시키며, 전투적으로 걷곤 했다. 그렇게 악다구니를 쓰며 걷느라 득이 아니라 독이 되는 줄 모르고 열심히 걷고, 열심히 피곤해하고, 아파하면서 걸어 다녔다. 그런데 산책을 하는 시간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 나 자신의 소리를 들으려는 연습을 하는 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강박들에서 하나 둘 무장해제되면서 무척 가벼워진 나를 발견한다. 아무 소리도 듣지 않아도 그저 걷는 그 자체가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왜 이제 알았을까.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산책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그게 나를 위한 시간이고 나를 위한 보약이라는 걸 이제 확실히 알겠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수확은 줌 미팅을 통한 나눔이다. 내가 실패한 것까지도 함께 공유하고 나누면서 우리는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의 소리도 더 잘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서로에게 '믿음의 거울'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일탈 놀이를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나의 놀이 멘토이자, 글쓰기 동지, 자란다 천사들. 이런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좋았기에 이번은 마지막이 아니다. 하나의 매듭이 지어졌지만, 우리의 모임은 계속된다. 우리는 계속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까 :))


20221009_심청이프로젝트6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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