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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s Fong Apr 25. 2020

기내에서 쌍욕 먹은 사연



  승무원으로 일 하다 보면 욕먹을 때가 있다. 정말 내가 잘못을 했건, 손님이 기분이 안 좋으셨던, 정말 이상한 손님이건 아무튼 욕은 일하는 동안 배불리 먹었다. 덕분에 아주 오래 살 듯 싶다.
중국어로 욕먹거나, 영어로 욕먹으면 기분 나쁠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기분 나쁜 건 한국어로 욕을 먹을 때이다. 그 욕은 찰지게 손님의 입에서 흘러나와 승무원의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오늘은 내 가슴에 꽂혔던 그 비수에 대한 썰을 꺼내볼 까 한다.



  때는 바야흐로... 내가 아직 신입 승무원일 때였다. 에어마카오는 인천-마카오 비행이 아시아나 항공과 코드셰어다. 여기서 코드셰어란, 쉽게 말해 항공사들끼리 맺은 협정인데, 아시아나 항공은 마카오행 비행을 운항하지 않으니 아시아나 이름으로 대신 티켓을 판 뒤, 실제 운항은 에어마카오에서 하는 식이다. 하지만 아시아나 항공과 에어마카오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아무 관계가 없다. 같은 항공 동맹 체도 아니고, 내가 아시아나 소속 항공사 승무원도 아닐뿐더러, 그렇게 티켓을 구매하신 손님도 우리가 알 방법이 없다.

   그때는 인천-마카오행 비행이었다. 기장님과 사무장은 비행의 안전과 운항을 위해 인터폰이라고 하는 전화기로 소통을 하는데, 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 인터폰이 고장이 난 것이다. 기장님은 어차피 뒤에 사용하지 않는 인터폰 중 하나를 떼어다가 앞에 인터폰과 교체하길 원하셨지만, 당최 이해할 수 없게도 정비사님은 꿋꿋이 그 인터폰을 고치려고 하셨다.

  그렇게 비행은 지연이 되기 시작했고, 그때까지 손님들은 다행히 큰 동요가 없었다. 그때, 남자 손님 한 분이 에어마카오 회원 카드를 만들고 싶으시다며 신청서를 요청하셔서 갖다 드렸다. 잠시 후 손님, '삥'! 하고 콜버튼을 누르시더니


   "야, 한글로 된 걸 가져와야지. 내가 어떻게 읽으라는 거야!!"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는 회원 카드 신청서가 한글 버전은 따로 준비되어있지 않고 영어와 중국어로만 준비되어있습니다."


   "씨 x, 야 너네 아시아나랑 코드셰어 아니야??"


   "손님, 코드셰어는 티켓 판매만 관련 있고, 기내 모든 서비스는 에어마카오에서 합니다. 에어마카오는 중국 항공사이기 때문에 한국어로 쓰여있는 회원 카드 신청서는 따로 없습니다. "


   "아니 너네 아시아나랑 코드셰어 하는데 왜 없냐고! 그럼 한국은 왜 오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손님이었다. 일단 내 선에서 최대한 설명을 해드리고 부사무장에게 손님이 컴플레인을 한다고 보고를 드렸다. 당시 부사무장은 손님들에게 부당하게 무릎 꿇지 않는, 모든 승무원의 힘이 되어주는 강단 있는 사람이었는데, 손님에게 당당하게 다가가


   "우리 에어마카오야, 에어마카오는 한국어 버전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없거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고, 그만 불평해!"


그 손님, 영어로 무섭게 쏘아대는 부사무장을 보자 일단 꼬리를 내렸다.

  그렇게 또 한참이 지나고, 한 시간 여가 지연되자 손님들 하나둘씩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왜 안 가는 거냐... 왜 방송에서는 설명을 안 하냐.. 사과 안 하냐.. 보상해라... 나도 방송해서 상황 설명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규정상 기장님이 먼저 방송을 하시지 않는 이상은 승무원이 할 수 없었다. 기장님은 무심도 하시지, 뒤에서 고생하는 승무원 생각도 안 하고 방송을 안 해주었다. 한분 한분 씩 돌아다니며 상황 설명하고, 사과드리고 하는데 드디어 인터폰을 고쳤단다. 다행히 출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참 택싱(Taxing-천천히 활주로로 이동하는 것)을 하고 있는데, 그 남자 손님 앞으로 뛰어나오더니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씨 x 야! 이딴 식으로 딜레이 될 거면 나 안 탄다고! 나 진에어 탈 거야. 비행기 문 열어."


   "(뭔 소리야???? 미쳤나 진짜) 손님, 저희 이미 출발 준비 끝나고 이동 중입니다. 조금 있으면 이륙할 거예요. 비행이 지연된 것은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니 내가 불안해서 이 비행기 타겠냐고!! 문 열어!!!!! 씨 x!!!!!!! 야 이%^&*(*&^!!!!"

그 강단 있는 부사무장, 손님을 보더니 왜 그러냐고 내게 물었다. 상황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 손님 내 면전에 대고


   "야 이 씨 x 문 열라고"


그 부사무장, 그 소리를 듣더니 바로 정색하며 나에게 물었다.
  

 "씨 x 이 무슨 뜻이야?"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당황했다. 차마 손님이 'Fuck you' 라 했다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 지금 나한테 Fuck you라 한 거 맞지? 나도 그 정돈 알아들어. 저 손님한테 말해. 우리 저 손님 내릴 거라고. 사무장이랑 기장이랑 내가 얘기할게. 지금 말해. 내리게 해 준다고"

와... 우리 부사무장도 장난 아니었다.


   "손님, 저희 부사무장과 사무장님이 말씀하시길, 손님 내려드린다고 하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저희 비행기 곧 돌릴 겁니다."


   "그래!! 어!! 잘됐어 나 내릴 거야. 에어마카오 안타 씨 x"

그렇게 비행기는 탑승구로 돌아갔고, 우리는 결국 문을 열었다. 일이 다 끝난 줄로만 알았던 지상직 직원들은 우리가 다시 돌아오자 사색이 되어 무슨 일이냐 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자기가 기장님이랑 얘기를 해보겠다며 기장실로 들어가더니, 나와서는


   "제가 해결했어요. 손님 그냥 태우고 가세요"


아니 저기요...? 사무장님이랑 기장님이 이미 내린다고 결정했는데, 무슨 해결을 했다는 것이고 무슨 권리로 자기 맘대로 손님을 태우라 마라야? 욕은 내가 다 먹었는데... 사무장과 부사무장은 화가 나서 지상직 직원에게 따졌지만, 그분은 그냥 문 닫고 가면 안되냐고 부탁했다.

실랑이를 하고 있던 그때,


   "아이씨, 내가 더러워서 그냥 탄다! 야!  그냥 가! 내가 불쌍해서 니네꺼 타고 간다"


라고 하며 뒤로 자연스레 돌아가는 것이다.


   "손님, 저희 이미 손님 하기 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됐다고! 내가 그냥 탄다고"

  그러자 다른 손님들 무슨 일이냐며. 도대체 왜 안가나며. 한 명밖에 없는 한국인인 나를 붙잡고 다들 난리를 치셨고, 한 명 한 명 설명하고 사과드리고 지연에 지연을 낳고 있는 결과에 결국 우리는 그냥 그 손님 태우고 가기로 결정하고 문을 닫았다.

  그 손님, 내가 생각하기엔 그저 객기를 부린 것 같았다. 화만 내면 저희가 무릎 꿇고 '죄송해요 손님..'의 시나리오를 기대하신 모양인데, 저희 외항사거든요? 잘못짚으셨습니다. 그렇게 민망해하던 손님은 비행 내내 식사도 거부하시고 주무시더니 내릴 때는 나에게 "아까 미안했습니다" 하시며 멋쩍은 얼굴로 인사하셨다.


승무원이 그쪽의 감정 쓰레받기는 아니지 않은가.. 기분 나쁜 일 있어도 갑질 하지 말고, 화풀이 하시 맙시다.



세상의 모든 승무원들이여,
오늘도 누군가의 감정 쓰레받기가 될 승무원들이여,
그대들은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꽃입니다.
감정의 쓰레기는 그날 비행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내리세요.
그건, 그냥 쓰레기 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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