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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영주 Jan 21. 2020

[빅미니301] 필름 사진을 찍는 핑곗거리

필름 현상의 간극과 이어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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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단연 필름을 현상하는 데까지의 시간의 간극을 꼽을 수 있다


간극 (間隙) [명사] 1. 사물 사이의 틈. 2. 시간 사이의 틈. 3. 두 가지 사건, 두 가지 현상 사이의 틈.

요즘처럼 사진을 간편하게 찍고 지울 수 있는 세상에서는 필름 카메라의 사진은 당연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순간을 불편하게 정성 들여 가져 본 것이 언제였던가



호주 포트스테판


필름을 고르고 카메라에 넣어 한롤한롤 모여지는 때를 기다려 현상까지의  긴 호흡들


세비야 호스텔에서 친구와 2017년 8월


같은 이유로 현상 사진에 날짜가 나오는 옵션을 바꾸지 않았다. 그냥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그냥 흘려버리기에 잠시나마 일기장처럼 시간의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게 아닐까



그라나다 스페인 2017년 8월


이상하게 별거 아닌, 그냥 함께 했던 추억이 그대로 진하게 남아 있는  같아 그날의 강렬했던 햇빛 그리고 손등에 남겨진 이국적인 향기까지도 추억은 그렇게 생명력을 가진다


 것이 바로 필름 카메라의 불편함 속 살아있는 시간의 흔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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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필름은 인연을 이어주는 것

산티아고 프랑스 순례길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많다. 평생에 한번 볼 수 있을까? 


기약 없는 약속을 하는 여행자 친구들, 특히 나처럼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라면 더욱이나.



그래서 가끔은 현상을 계기로 연락을 취할 때도 있다. 필름 사진 나와서 보내, 잘 지내? 


한바탕 웃으며 그때 일을 말하다 보면은 지나간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다시금 연이 깊어진다






다행이다. 지나간 추억을 잊지 않게 돼서.

고맙다 나를 잊지 않아 줘서




0주의 빅미니301 사진에세이

@travelmakerrs_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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