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현상의 간극과 이어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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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단연 필름을 현상하는 데까지의 시간의 간극을 꼽을 수 있다
요즘처럼 사진을 간편하게 찍고 지울 수 있는 세상에서는 필름 카메라의 사진은 당연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순간을 불편하게 정성 들여 가져 본 것이 언제였던가
필름을 고르고 카메라에 넣어 한롤한롤 모여지는 때를 기다려 현상까지의 그 긴 호흡들
같은 이유로 현상 사진에 날짜가 나오는 옵션을 바꾸지 않았다. 그냥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그냥 흘려버리기에 잠시나마 일기장처럼 시간의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게 아닐까
이상하게 별거 아닌, 그냥 함께 했던 추억이 그대로 진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아 그날의 강렬했던 햇빛 그리고 손등에 남겨진 이국적인 향기까지도 추억은 그렇게 생명력을 가진다
이 것이 바로 필름 카메라의 불편함 속 살아있는 시간의 흔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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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필름은 인연을 이어주는 것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많다. 평생에 한번 볼 수 있을까?
기약 없는 약속을 하는 여행자 친구들, 특히 나처럼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라면 더욱이나.
그래서 가끔은 현상을 계기로 연락을 취할 때도 있다. 필름 사진 나와서 보내, 잘 지내?
한바탕 웃으며 그때 일을 말하다 보면은 지나간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다시금 연이 깊어진다
다행이다. 지나간 추억을 잊지 않게 돼서.
고맙다 나를 잊지 않아 줘서
0주의 빅미니301 사진에세이
@travelmakerrs_3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