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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영주 Oct 26. 2021

걷는 거밖에 할 수 없는 그런 날에

와일드-pct여행기 셰릴 스트레이드


그런 날이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마음 같지 않을 때

무턱대고 걷기 시작했을 때 그 한계치를 넘어 어느새 발이 아픈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 된다


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런 고민 없이 집을 나선다. 그 끝에 답이 있는 건 아니다.




와일드_셰릴 스트레이드


#나는 변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이  계획을 세우는  개월 동안 나를 밀어붙이는 힘이 되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예전 모습을 되찾겠다는 것이었다. 강한 의지와 책임감, 맑은 눈을 가진 사람. 의욕이 넘치며 상식을 거스르지 않는 그냥 보통의 좋은 사람


#그곳을 걸으면서  인생에 대해 전체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참이었다. 인생을 이처럼 우스꽝스럽게 들어 버린 모든 것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  의지와 힘을 다시 찾을 생각이었다


#나는 절망적인 눈길로 배낭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었다. 모두 내가 만들어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도다체 저걸 어떻게 지고 가야 할지 아직도 좋은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아주 잘하고 있어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아요. 당신은 초보 일지 몰라도 아주 강해요. 여기서는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그거 니까요. 지금 당신처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우리는  안에 있고 산은 우리 안에 있다 <존 뮤어 나의 첫여름>


#화가 나고 자신을 주체할  없거든  화를 넘어서라 <에밀리 디킨슨>


#혼자 있는 것이 내게는  맞는  같았다. 그렇게 있으면 외롭다기보다는 오히려  진짜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듯했다


#직접  발로 걸어 여행을 하는  이전에 해오던 여행과 완전히 달랐다. 길은  이상 그저 멍하니 스쳐 지나가는 갓이 아니었다. 제멋대로 자란 잡초와 흙더미, 바람에 휘어지는 풀과 꽃들, 쿵쿵거리며 새된 소리를 내지르는 나무들도 친구가 된다. 거기에 나의 숨소리와 발소리, 걸을 때마다 쥐고 있는 스키 스틱의 딸각거리는 소리도 있다.


#pct 내게 길이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주었다. 나는 어느 길을 만나든  앞에서 겸손해졌다.


#지금 이건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은 스스로를    없을 수도 있어요.


#클린턴 처칠 클라크(pct 계획하고 추진한 사람)는 야생에서 보내는 시간이 '영원한 치유와 문명화된 가치' 제공해준다고 믿었다.


#내가 배운 대로,  세상은 결코 장난 같은  치지 않는다. 원하는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지 빼앗아가고 다시는 되돌려주지 않는 것이 바로  세상이었다


#엄마가 죽고  뒤에 나도 아무렇지 않은  보이려 했다. 슬픔에는 표정이 없으니까


#나는 울고  울었다. 엄마나 아버지,  때문도 아니었다. 내가 울었던 이유는  마음이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었다. Pct에서 보낸 힘들었던 50일과 그전에 살아왔던 9,760일이 드디어  마음을 채워준 것이다.


#나는 들어왔고, 나는 떠났다. 나는 이제  이상 내가 멍청한 바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대단한 여전사도 아니었다.  안의 나는 이제 강하면서도 겸손하며 마음이 하나로 합쳐졌다. 나는  사슴처럼  세상에서 안전했다.


#그렇지만 그런 모든 일을  이상 즐길  없는 순간이 매일 찾아왔다. 모든 것이 단조롭고 어렵게만 느껴지고  마음은  이상 견딜  없이 공허한 상태로 그저  걸을  없을 때까지 앞으로만 전진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발자국도   걷겠다는 생각이 들면 걸음을 멈추고 기계적으로 야영에 필요한 모든 일들을 준비한  전략을 더해 가능한  빨리 가장 축복된 시간을 찾아 완전히 지쳐버린 몸을 이끌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지루한 걷기를 마치고 모든 것이  비어버린 내게 남은 것이라곤 오직 감사하는 마음뿐이었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제는 길과 나뿐이었다


#고맙습니다.   여정을 무사히 마치게 해준 , 그리고 마침내  마음속에서 하나로 합쳐진  밖의 모든 것들을.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어떤 것이  마음속에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침내 내가  여정을 끝내고 하얀색 벤치 위에 앉아 있을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이런 일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해냈다는 사실 외에 알고 있어야  것들은 없었다. 내가 정말로 해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충분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말할  없으면서도  의미를 이해하는 


#이제는  이상   손을 휘저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고  수면 아래를 헤엄치는 물고기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인생처럼 나의 삶도 신비로우면서도 다시 돌이킬  없는 고귀한 것이다. 지금  순간, 바로  곁에 있는 바로 그것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 불허의 것인가. 그러니 흘러가는 대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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