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돈, 인력, 경험의 부족을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기
이제 햇수로 6년 정도 된 내 구형 맥북에어는 이제 완전히 충전된다 해도 1시간을 간신히 버틸까 말까 한다. 그래서 외부에서 작업을 위해 가지고 나갈 때 콘센트는 필수가 되어 버렸다. 거추장스럽다. 이게 그냥 손으로 들었을 때는 얼마 안 되는 무게라 해도 다른 것들과 섞여 백팩에 들어가면 은근히 무게감이 있는데다가 신경써야 될 물건이 하나라도 늘어난다는 사실이 귀찮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노트북들이 24시간 지속에 1kg도 안 되는 무게라며 광고하는 것을 볼 때마다 내 안의 지름신이 꿈틀거림을 최근 들어 종종 느끼고 있다.
저렇게 메뉴에 '배터리 수리 서비스 + 느낌표'가 뜨면 배터리 교체 시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오늘은 그 지름신이 과하게 꿈틀거렸던 날이었다. 황당하게도 배터리 잔량이 40% 정도 남은 상태에서 갑자기 뚝 하고 끊겨 버린 거다. 다행히 집에 있었고 중요한 작업들을 저장해 놓은 직후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밖에서 콘센트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일에 차질이 있었을 것이다. 자꾸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낭패이기에 배터리만 교체해볼까 해서 검색을 해 봤다. 대략 15만원 정도면 해체 후 배터리 교체 및 재조립이 가능한 것 같았다. 이 비용으로 기대한 만큼 배터리 용량이 늘어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1시간 내에 조마조마하면서 일하기는 싫다는 생각에 고민하게 됐다.
그런데 한편으로 또 생각해 보면, 배터리를 교체해서 사용시간이 3시간, 4시간, 더 나아가 24시간이 되었을 때도 내가 그 시간만큼 더 효율적으로 일할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오히려 그런 여유가 있으면 일을 집중해서 끝내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이다. 제이슨 프라이드와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이 공저한 <리워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제약은 저주의 가면을 쓴 축복이다." 즉, 시간, 돈, 인력, 경험의 부족은 현재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게끔 하며, 이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맥북에어의 짧은 배터리 시간은 오히려 내게 업무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수단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업무를 할 때 온전히 그 작업에 집중하지 않아 낭비된 시간이 있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긴 배터리 뿐만 일까. 처음 아이폰을 샀을 때도 16GB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OS 업데이트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 와서 최근 바꾼 폰은 용량을 256GB로 늘린 것으로 구입했다. 물론 이렇게 대용량으로 바꾸니 편하기 그지 없는 건 사실이다. 마음놓고 사진/동영상/어플리케이션 등을 다운받고 찍고 저장해도 귀찮음이 없으니까. 그런 만큼 지금 내 핸드폰의 저장공간이 낭비되고 있는 것도 맞다. 정말 자주 쓰는 앱들도 몇 안 되고 사진/동영상도 정리가 필요할 터이다. 이따금씩 정비를 해주지 않으면 아마 2-3년 뒤 이것조차 부족하다고 느낄 테니까.
요컨데, 아직은 배터리 교체할 시기가 아닌 거 같다. 지금은 좀더 일에 집중하는 방법을 연습할 때다. 그런 좋은 상황이 찾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일부러라도 콘센트를 뽑아 놓고 업무를 1시간 내외에 끝내겠다는, 그런 의지력을 연습할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