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을 위해 죽음을 묻다, 최대환 신부
1.
신부님이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라니. 괜히 솔깃했다. 나 역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그동안 믿어왔던 신앙을 등지고, 세상에서 지혜를 구해보겠다며 철학 서적 주변을 서성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2.
“평생을 살면서 다른 이의 삶과 죽음을 목격하는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삶과 죽음을 옆에서 지켜봤다.”
2021년에 출간한 나의 개인 저서 프롤로그의 첫 문장이다.
(혈액원 간호사를 간직하다, 드림널스)
1과 2의 공통점은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1은 첫째 아이의 당원병 진단이었다. 처음 당원병을 진단받았을 때가 돌 무렵이었는데,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길어야 4세를 넘기지 못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가족에게 남은 시간은 약 3년. 자연스럽게 시한부라는 시간을 상상하게 됐다.
2는 중환자실 간호사로서의 경험을 이야기한 문장이다. 임종간호를 유가족들을 마주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님과의 이별을 상상하게 됐다.
두 경험이 내게 남긴 공통된 결론은 하나였다.
“살아 있는 동안, 당장 오늘 하루를 후회 없이 사랑하며 살자.”
과거에는 인생의 목표가 돈과 명예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기준이 내면의 풍족함으로 옮겨왔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하루하루가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본문에서 공감되는 철학자들의 문장이 꽤 많았다.
<소크라테스>
-죽음 앞에서의 초연함은 인생에 대한 체념이나 무모한 자기도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혼을 돌보고 선과 올바름을 추구하며 겸허하게 성찰하고 덕을 함향하며 실천한 사람에게 주어진 선물입니다. 26p
-소크라테스가 실천한 철학의 삶은 매일 자신의 생활과 가치관을 묻고 성찰하는 캐묻는 삶이자, 이는 곧 영혼의 돌봄이기도 했습니다. 33p
-죽음이 없어야 좋은 삶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삶이 죽음을 자연스럽고 초연하게 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58p
<세네카>
-분주함에 빠져 산만해진 정신은 인생에서 숭고한 것을 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124p
-인생은 멈추지 않고 흐르지만,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삶을 온전하고 훌륭하게 사용할 줄 알기에 충분한 시간을 누릴 수 있습니다. 125p
-철학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사는 것이고 과거를 기초로 하여 인생을 허무하게 흘려보내지 않으며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수명의 길고 짧음과 상관없이 삶은 충분하고 충만해집니다. 127p
<페트라르카>
-죽음에 대한 사유를 피하지 말고, 이를 통해 삶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고 삶의 변화를 기해야 된다. 265p
과거에 부와 명예를 목표로 삼고 욕심을 내며 살던 때에는 죽음이 두려웠다. 그것들을 갖지 못하면 아쉬울 것이고, 설령 다 가진다 해도 눈을 감는 순간까지 쥐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이 아까웠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 주어진 것들에 충실하며 살아간다. 충분히 사랑하고, 감사하고, 용서를 구하고, 때로는 용서하며 하루를 만들어간다. 그래서인지 당장 내일 아침 눈을 뜨지 못한다 해도 큰 아쉬움이 없다.
이런 평정심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로 남기는 시간은 내면과 대화하며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시간이 쌓이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좋은 삶이란 죽음을 애써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의식하며 오늘을 더 충실하게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더 잘 살기 위해 삶을 다시 돌아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