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행복: 하루키의 일기를 엿보다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by 이윤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유명한 작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그의 작품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이번 독서는 독서 모임 선정 도서였고, 동시에 ‘하루키식 유머’가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다지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주로 공감대를 발견하거나, 배울 점과 정보를 얻으며 밑줄을 그어 깨달음을 얻는 방식으로 책을 읽는데, 이 에세이는 마치 하루키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배울 만한 정보도 없고, 공감할 문장도 없는 남의 일기를 왜 읽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초반부 내내 머리를 맴돌았다.


그런데 점점 읽어갈수록 소제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하루키가 일상 속 사소한 순간들을 얼마나 섬세하게 포착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그는 주변의 모든 작은 것들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무거운 것은 가볍게, 가벼운 것은 무겁게 표현하며, 사소한 일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섬세한 시선이 글 곳곳에 녹아 있었다.


특히 다음 소제목들을 읽으면서, 일상의 작은 사건들도 글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하루키의 관찰력과 관심이 드러나는 순간들이었다.


-대학시절에 만난 고양이 피터와의 슬픈 이별

-겨우내 소설 쓰고 네 번째 보스턴 마라톤 도전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

-아내 대신 식료품 장보기

-레게의 나라 자메이카 풍경

-올트먼의 신작 영화를 보고

-재즈 팬인 나에게 기쁘고 감사한 것

-나의 극단적 중국요리 알레르기

-양고기의 공포

등..


‘이런 식으로 소설을 쓰는 데 집중해 있으면 생활이 단순하고 규칙적이 된다. 따라서 예외적이고도 잡다한 요소를 일상생활로부터 하나씩 배제시켜나갈 수 있게 된다.’ 110p


-> 이 문장에서 나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태도를 배웠다. 또한 하루키가 말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구두쇠가 아니냐는 말을 들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 작은 행복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나름의 규칙과 습관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덕분에 일상이 풍요로워진다는 점을 배우게 되었다.


결국 이 에세이는 단순히 하루키의 개인적 기록을 엿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상 속 사소한 순간을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작은 행복을 느끼는 법을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자기 관리와 집중의 중요성을 은연중에 가르쳐 준다.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에 잔잔한 울림을 남기며, 나 역시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좀 더 섬세하게 보고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하루키식 유머는 내 취향과는 살짝 엇갈리는 듯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