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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원 Nov 21. 2021

당연히 좋은 것은 없어!

'피드백 이야기' 책과 함께 피드백을 훈련하며


우린 '피드백은 중요해'라고 수백 번 들어왔다. 그런데 우리가 제대로 피드백에 대해 훈련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기껏해야 리더십 사분면(위임/지원/코칭/지시) 정도 아니던가? 중요하다는 말만 있었지 방법론은 없었다.


그래서 최근에 피드백에 관한 책 '피드백 이야기'를 읽는 중이다. 사실 난 피드백에 대해 회의론자 중 하나였다. 어차피 잘하는 사람은 잘하고 못하는 사람은 못 한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책 내용에 꽤 설득되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슨, 이 책은 피드백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면서도 딱딱한 언어가 아닌, 가상의 회사와 구성원들로 피부에 와닿게 마치 동화책처럼 쉽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게 이 책의 진가였다. 하고자 하는 말을 쉽게, 구체적으로, 상대방이 피부에 와닿도록 전달하는 것. 피드백도 이처럼 해야 한다고 책은 말하고 있었다.


책에 따르면 피드백은 4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지지적 피드백 / 교정적 피드백 / 학대적 피드백 / 무의미한 피드백. 학대적 피드백은 구성원의 의욕과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무의미한 피드백은 너무 막연하거나 일반적이어서 목적 파악이 불가해 시간 낭비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이들이 무의미한 피드백을 주며 상대방에게 엄청난 결과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스스로는 좋은 지지적 피드백했다고 판단한다는 것. 여기서 내 첫 번째 반성이 시작됐다.


또 이 책은 말한다. 중요한 건 지지적 피드백과 교정적 피드백이 적절히 배합되어야만 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저성과자에 대한 교정적 피드백'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내 두 번째 반성이 이어졌다.


또 반대로 고성과자에 대해서는 '잘하니까 위임'이라는 변명 하에 내버려 두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근데 웃긴 건 어느 조직이든 성과는 그 잘하는 20%가 낸다. 여기서 세 번째 반성이.


내 문제들이 여실히 드러났다. 고성과자의 경우 믿는다는 핑계 하에 더 내버려 두고, 저성과자들과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균형이 필요했다. 고성과자에 대해서도 꾸준한 지지적 피드백이 필요했다. 의식적으로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또 유능한 직원이 의견을 구할 땐 주목해달라는 뜻일 수 있는데 우린 그걸 쉽게 놓치곤 한다.


만약 우리가 적절한 피드백을 구성원에게 주지 않는다면 낮은 생산성, 동료 직원들과의 불화, 낮은 영향력의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조직은 누구도 일하기 싫을 것이다.


그럼 반대로 누구나 일하고 싶은 '신뢰 있는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는 의사소통 > 이해 > 존중 > 신뢰의 단계를 거쳐 형성되며, 효과적인 피드백은 좋은 의사소통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라 책은 말한다. 그렇다면 좋은 피드백은 신뢰 있는 조직의 첫걸음이자, 좋은 피드백 역량은 리더의 필수 영역이다.


특히, 책은 지지적 피드백에 대한 내용에 대해 강조했다. 대략 내용은 이러했다.


- 지지적 피드백은 다른 어떤 피드백보다 강력하다.

- 지지적 피드백은 '당연히 잘하겠거니 하는 것을 의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그냥 '잘했어', '이번 이야기 좋았어' 같은 피드백은 무의미한 피드백이다. 구체적인 지칭도 없고 초점도 모호하다.

- 지지적 피드백은 행동에 대한 설명 - 행동의 결과- 어떻게 느꼈는지 - 왜 그렇게 느꼈는지로 구성된다.


여기서 '왜 지지적 피드백이 다른 어떤 피드백보다 강력하지?'라는 의문이 생겼다. 책은 이런 생각을 꿰뚫기라도하듯 동물 조련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당신이 만약 물개 조련사이고, 물개를 높게 점프시키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막대기를 물개 코앞에 댄 후 칭찬(먹이)을 한다.


2. 막대기를 물개 눈 위에 댄 후 물개가 막대기 끝을 코에 댈 때 칭찬을 한다.


3. 막대기를 점점 더 높이 올리며 칭찬하는 것을 반복한다.


나는 지지적 피드백은 단순히 '칭찬을 통해 특정 업무의 결과물에 대해 뿌듯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내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고 심오했다. 단순한 Do의 역영이 아닌, Training의 영역이었다. 


만약 항상 방을 어지르는 아이에게 방을 정리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꾸짖으며 방을 치우게 할 것이다. 그럼 만약에 그런 지시가 없어지면? 그 아이는 다시 방을 점점 어지르게 될 것이다.


그럼 만약에 당신의 지시가 없더라도 그 아이가 방을 어지르지 않게 할 순 없을까? (모든 리더들이 위 같은 사항을 꿈꾼다)


1. 아이가 방의 작은 부분이라도 잘 정리정돈했다면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선물을 준다.


2. 아이의 정리 영역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구체적으로 임팩트 있게 칭찬한다.


3. 아이는 어느샌가 방 전체 영역을 정리정돈한다.


피드백도 실력이며, 만약 그 실력에 따라 그 어떠한 교정적, 학대적 피드백 없이 우린 아이의 방을 정리정돈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업무로 연장하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동료들의 업무 성과를 강화시키는 힘을 가질 수 있다. 


이는 팀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심리적 안정감'까지 놓치지 않으며 성과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피드백은 지적하는 것이며, 좋은 피드백은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나는 책을 읽은 후 약 2시간의 전략 회의에 참여했다. 이 회의를 위해 발표자는 약 일주일의 시간을 들였고, 회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빡빡했다. MBTI 중 강력한 T들만 참여했기에 계산적이며 이성적이었다.


회의에서 1시간 동안 발표자의 꼼꼼하고 합리적인 전략 공유가 이어졌다. 훌륭한 계획이었다. 다만 후반부에 의견 일치가 되지 않은 한 가지 부분이 있어, 논쟁이 있었고 이를 정리하며 회의는 종료됐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후반부에 의견 일치를 위한 어느 정도의 논쟁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합리적이며 명쾌한 전략안이었다. 분명히 그 계획은 발표자가 여러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구하며, 의견 수렴을 하고, 고민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을 내용이었다.


'아차!'


순간 실수를 깨달았다. 그 회의의 끝은 의견 불일치에 대한 정리가 아니었고, 지지적 피드백이어야 했다. 해당 내용을 위해 그 동료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팀 커뮤니케이션을 했을까. 반대로 내가 일주일 동안 열심히 팀원들과 소통하며, 고민하며 계획했던 것들이 리더에게서 그 노력과 역량을 인정받지 못했다면 어떨까. 끔찍할 것이다.


반성하며 그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회의 마무리에 의견 불일치가 있어 제가 이야기를 놓쳤네요. 오늘 전반적으로 제시해주신 이야기와 전략 모두 좋았어요. 팀원들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면서 고민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을 내용이었어요. 수고 많이 하신 것이 느껴졌어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고민되었고 잘 정리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위에서 말했듯 지지적 피드백은 '당연히 잘하겠거니 하는 것을 의식하는 노력'에서 시작하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래. 나도 많이 당해봤다. 내가 열심히 준비한 것을 상대방이 당연하게 생각하면 얼마나 빡쳤던가. 근데 오늘 난 그들과 똑같았다.


그리고 이어 나에게도 셀프 피드백을 줬다. 지지적 피드백을 놓치지 않고 바로 실행해서 감사하다고. 앞으로 꾸준히 구체적으로 잘 피드백한다면 더 좋은 리더가 될 거라고.


좋은 리더 되기가 어려운 것은 어쩌면 '전략과 숫자'로 가득한 비즈니스에 몰두할수록 '사람'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지지적 피드백은 앞으로 함께 일하는 모든 분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필수적인 영역이며, 이를 잘 다루는 것은 모든 리더의 필수 역량이라 생각한다. 


다짐한다. 당연히 좋은 것은 없다고. 그리고 칭찬에는 직급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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