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심행_에세이

by 심행

“심행님은 항상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살 것 같아요.”

“왜요?”

“항상 대화나 행동을 긍정적으로 마무리하시잖아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더 많이 상상해요. 그리고 그 보다 나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죠.”


말하고 글 쓰는 표현 활동은 생각할 시간을 준다. 그래서 내 속마음에서 떠오른 그 모습 그대로 세상에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나만의 특수한 필터를 가지고 표현되기도 한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좋아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과 만나며 그들의 고민을 듣게 되었고, 이제는 고민 상담이 자연스러운 취미가 되었다. 누군가와의 깊은 대화를 위해서는 상대가 나에게 말하고 싶어져야 한다.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대화도 좋지만, 속마음을 이야기하려면 상대방이 나와의 대화에서 즐거움을 느끼거나, 내가 가진 노하우로 도움을 받는다고 느낄 때 더 깊은 대화를 나누기가 쉬워졌다. 그래서 평상시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풍기고 그 어떠한 말도 집중해서 들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쌓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쉽게 유추하고 유익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양한 사례들은 대화 속에서 그들의 고민 이유뿐만 아니라, 그 고민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 제 3자의 입장에서 보이곤 한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여러 측면을 지니고 있으며, 때로는 가장 힘든 순간이 우리의 성장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각의 전환은 아주 간단한 방식에서 비롯될 수 있다. 오른손에 쥔 마우스의 왼쪽과 오른쪽이 맞은편의 사람 입장에서는 반대로 생각해야 되는 것과 같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진실이고 진심이지만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마우스라는 본질이 바뀐 것이 아니라, 마우스를 바라보고 있는 나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 지를 고려 해야 된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기대’라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따르르릉~ “

‘누구지?’

5살 위의 친누나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나에게 누나는 5년 후의 삶을 미리 경험하게 해주는 인생의 선배와 같은 존재다.

중고등학생일 때는 대학 신입생의 고민을, 대학생일 때는 사회 초년생의 고민을 누나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경험이 간접 경험이기에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 다름이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고 생각하기 나름인지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너무 불행한 것 같아.”


누나의 고민 상담이 잦아지면,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불행한 것들이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 누나는 이런 나의 답변에


“네가 어려서 아직 모르는 것이다. 나중에 너도 이럴걸?”이라고 웃어넘기곤 했지만, 나는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이어갔었다. 그러곤,


“내가 나이는 어리지만 나중에 누나 나이가 되면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실제로 이런 생각하는 습관들은 쌓이고 쌓여 34살이 된 오늘의 전화에서 드디어 전달이 된 것 같다.


“심행아, 네 말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결심했어. 정말 고마워,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마음먹고 확실히 삶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야.”


우리는 왜 자꾸 미래를 불안해하고 기대 속에서 좌절하는 걸까? 누나와의 통화를 마친 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건 일어나지 않은 불안한 내 미래와 기대’ 때문이구나?!


친누나와 나의 공통점은 감수성이 풍부해 상상을 많이 하고 불안과 기대 사이에서 쉽게 흔들리곤 한다. 다만, 같은 성향이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나는 가급적 긍정적인 생각들을 하는 것이고, 친누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한다는 것 같다. 우리 둘은 안경을 쓰는 게 불편해서 라식 수술을 하려고 했다. 친누나는 라식 수술에서 실패했을 때의 부작용과 아픔 등을 고민하며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나는 ‘Just do it’ 바로 실행하고자 했다. 고민할 시간에 실행하고 결과를 보자는 것이다. 이에 설득되어 우리 둘은 말이 나온 그날 바로 라식 수술 상담을 받고 시술에 들어갔다. 실행 전에 나는 라식 수술을 하게 되었을 때 오는 편리함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고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좀 더 쉽게 알려줄 수 있을까?


그 고민의 끝에 ‘부담 없는 기대’가 핵심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대’라는 것은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리는 것이다. 그럼 ‘어떤 일’이 굉장히 중요할 텐데 어떤 일을 원해야 ‘부담 없는 기대’가 되는 것일까?


보통 타인들은 잘 안다고 생각해도 내가 아는 것처럼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선천적으로도 다르고, 환경적으로도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명확히 정의하고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은데 다른 사람은 얼마나 더 어렵겠는가? 그렇기에 나는 되도록 ‘기대’를 할 때 ‘내’가 중심이 되어 기대한다.


예를 들면, 나는 단체 러닝을 나갈 때 상대가 누가 되었든 ‘내가 건강해지기 위해 뛰는 것’을 기대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을 위해 뛰는 것 자체만으로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러닝의 기록이나 러닝에 나오는 사람 등으로 외부 요인으로 기대를 하게 되면 그 기대를 만족하지 못했을 때 ‘실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대한 만큼 실망하기 때문에, 애초에 기대가 낮으면 실망할 일도 없고 내가 낮게 설정한 기대를 이미 ‘건강한 달림’으로서 충족하였기에 그 이후의 모든 것들은 ‘좋은’ 것들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내가 1km 당 4분의 페이스로 뛸 수 있어도, 이번에는 단체로 뛰는 거니까 6분으로 뛰어야지? 하면서 출발했다. 뛰다 보면 재밌어서 조금 더 뛸 수 있게 되어 5분으로 뛸 경우, 최초의 기대였던 6분 보다 더 빨리 뛰어졌기에 줄어든 모든 페이스 기록은 ‘긍정적’이 되는 것과 같다. 애초에 나에겐 원래의 페이스를 기대로 잡지 않았고, 단체로 뛰는 페이스를 기대로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부담 없는 기대’는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좋아지기에 삶이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 들 일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럼 긍정적인 에너지와 즐거움으로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가 전파되며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심행님은 느리게 뛰어서 재미없지 않으셨어요?”

“저는 여러분과 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었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기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기대가 있기에 우리는 행동한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하고 싶어 한다.

행복하려면 뭔가 즐거워해야 되기 때문에 ‘기대’라는 감정이 없으면 쉽게 움직이기 쉽지 않다.

앞에서 말했던 이런 ‘부담 없는 기대’의 다른 장점은 쉽게 행동할 수 있게 해 준다.


간단한 목표는 부담이 없기 때문에 쉽게 행동하게 된다. 반대로, 복잡하고 높은 기대감을 설정하게 되면 실제로 행동했을 때 부담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행동을 해도 불만이 남게 되었던 것 같다.


이 맛집은 TV에서도 방영되고 사람들의 후기도 좋으니까 내 인생 맛집이겠지? 하고 두 시간씩 기다려서 먹게 되면, 인생의 맛집이 아니라, 그저 적당히 맛있는 음식점이 되었다. 반대로, 아무 기대 없이 슬쩍 들어간 허름한 식당이 게 눈 감춘 듯이 싹싹 긁어먹게 맛있는 맛집도 있다. 혹은, 맛집이라고 해도 그냥 그럴 거야~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맛있다고 느낄 때도 있다. 이렇게 음식점이 바뀐 것 없이 나의 시선과 기대가 얼마나 들어갔는지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졌다.


이렇게 다양한 행동을 하게 되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부담 없는 기대’를 설정할 때도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달성하기 쉬운 현실적인 기대를 하게 될 확률이 올라간다. 그럼 더 쉽게 행동하게 되기에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저 기대 없이 해본 경험이 하나 둘 쌓여 나만의 기준과 노하우가 생기고 그럼 더 새로운 도전이 점점 더 쉬워진다. 반복되면 적은 기대의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모여 결국 그 사람의 삶이 된다. 그런 삶은 주변에서도 쉽게 알아 챈다. 그리고 함께하려는 사람이 늘어나 더 장기적으로 도전이 쉬워지는 것이다.


‘부담 없는 기대’의 습관이 쌓여, 나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고,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나만의 소박한 기대를 통해 성취감과 행복을 찾는 경험을 더 많은 이들이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말이 아닌, 글이라는 다른 표현으로 공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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