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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Xpaper Aug 01. 2024

글쓰기 벽을 극복하는 법

작가의 벽, 그까이것!

어느 날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무엇에 홀린 듯.    


엄마, 모든 것은 엄마의 잘못이어요. 제발 나를 탓하지 말아 주세요. 물론 엄마 말도 일리가 있어요. 하지만 결국 엄마 말을 무시했기에 내가 살아남게 되었잖아요. 엄마도 당황해서 마지막 순간에 나를 쳐다보았죠. 엄마, 이제 더 이상 엄마에게는 없는 걸 추구하지 마세요. 그럼, 굿바이, 안녕. 영원히. 
      
엄마가 괴물처럼 느껴지는 날이 자주 있다. 엄마가 낯설고 음흉하며 비겁하다고 느껴지는 그런 날이다. 그런 날의 오후는 평소와 다르게 느릿느릿 흘러간다. 나의 존재감도 흐릿해진다. 나는 무엇인가? 그저 하나의 환상에 불과한 게 아닐까? 엄마가 거실에 나타난다. 나를 향해 빙긋 웃는다. (나는 존재하나 보다.) 엄마는 오디오시스템에 다가간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듣기 시작한다.      


엄마가 음악을 듣는 장면까지 쓴다. 이 소설의 제목은 <엄마에게 없는 것>이다. 제목만 하나 정해두고 무작정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열한 줄을 못 넘기고 그만 벽에 부딪힌 것이다. 아, 이런 게 바로 작가의 벽이구나!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벽.  작가들에겐 뭐 그저 그런 흔한 벽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한다. ㅎ

                          

나는 불편한 마음을 애써 참는다. 불편한 마음을 참고 소설 쓰기를 계속 시도해야만 한다. 그래야 벽을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다. 장면 쓰기에서, 처음 두 줄의 출발이 근사했으나 열 줄을 못 넘기고 멘붕이 닥치면 누구나 몸과 마음의 타락에 빠질 수 있다. 실패의 가능성 때문에 불편해진다. 


그런데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한다.      


불편함 때문에 커피를 한 잔 마시자, 그런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문득 불편함 때문에 맨손 체조를 하자. 

혹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잠깐 펼쳐 보며 용기를 얻자. 

혹은 내가 사랑하는 아이유의 음악을 잠시만 듣고 기운차리자.

혹은 연락한 지 오래된 옛 문우(그런 이가 있다면)에게 전화하자. 등등.  


옛 문우에게 요즘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재미있게 읽은 책 가운데 내게 추천해 줄 만한 게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가족들은 모두 안녕하신지 다른 문우들은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런 데몬의 유혹을 극복해야만 한다. 딴짓하고픈 마음을 애써 참아야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절대 안 된다. 꽉 막힌 그 불편한 지점에서 모니터의 빈칸을 노려보아야 한다. 그 답답한 지점에서, 쓸만한 문장이 정 없다면, 아무 말이나 마구 써도 좋다. 일단 돌파구를 시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점을 돌려 엄마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도 막막하면, 유튜브나 카톡 메시지 같은 것을 살펴볼지도 모른다. 그래선 안 된다. 결코 안 된다. 차라리 지루한 글을 쓰는 인간이 되어라. 비문투성이의 글이어도 좋다. 플롯도 없고 주제도 없고 황당한 엉터리 문장만 이어져도 좋다.      


중요한 것은 불편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 쓰는 것보다는 쓰레기 문장이라도 일단 내뱉는 게 낫다. 하루의 분량을, 즉 자신과 약속한 분량만큼 채워라. 그러고 나면, 천천히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      


자, 이제 A4 한 장을 모두 채웠다. 그러니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도 된다. 이 순간만큼은 가볍게 휴식을 가져도 된다. 이런 식의 휴식 또는 딴짓은 나름 값진 역할을 한다. 뇌도 쉬어야 하는 법이다.      


뇌는 불편함을 몇 번 극복한 의지에 매료되어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서 도우미를 자처한다. 휴식 동안 무의식의 창의성 모드를 스스로 열심히 작동시킨다. 이윽고, 휴식 시간이 끝난다. 그러면 다시 자리에 돌아온다. 다시 스크리브너의 집중모드 편집기를 바라본다. 벽을 뚫고 소설의 다음 단락을 쓰기 시작한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엄마에게 애타게 하소연하는 노래이다. 내 엄마가 그런 노래를 듣다니, 과연 사악한 엄마답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의 가사 내용은 이러하다. 엄마, 당신을 울리려던 건 아니었어요.


활기를 되찾은 덕분에 처음 두 줄은 쉽게 나온다. 하지만 이내 다섯 문장을 못 넘기고 다시 벽에 부딪힌다. 생각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불편해진다. 그런데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한다. 불편함 때문에 커피를 한 잔 마시자, 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자리를 뜨면 안 된다. 결코……      


결코

… 

… 

결코

… 

… 

…  

결국

커피를 마시러 감.     




무작정 쓰기의 즐거움 -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두려워 말자

무작정 쓰기의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소설이나 논문 등 긴 글은 계획을 세우고 쓰는 게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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