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렇게 된다면 남은 시간을 정말 잘 쓸 수 있게 될까
어느덧 12월이 되어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20년도 초에 코로나가 전 세계에 퍼진 이후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나에게 20년도는 거의 순식간이었고, 작년과 올해도 20년도만큼은 아니지만 굉장히 빠르게 느껴졌다.
언제는 바빠서, 언제는 너무 시간을 낭비해서, 언제는 몸이 안 좋아서 그랬지만 돌아봤을 때 어쨌든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참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잘 살아왔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어쨌든 지금을 살고 있으니까.
이렇게 1년이 저무는 것처럼 언젠가는 우리 인생도 겨울을 만날 때가 온다. 성경에서는 때가 되면 죽지 않을 몸으로 바뀌어 천국으로 가는 때가 오신다고 하지만 그때가 되기 전에 수명이 다하면 죽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
얼마 전부터 가끔 곧 삶을 마감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때가 있다. 나이도 어리고 몸 상태는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었던 모세의 시가 생각이 났다.
시편 90:12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알게 된다면 우리는 분명히 그 시간을 정말 잘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 날 계수함"은 정확히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간 몇 분 몇 초를 알려달라는 의미로 사용한 게 아니다. 그저 맡겨주신 일을 하나하나 해나갈 때 우리 인생의 계절이 어디쯤 왔는지 알게 해 달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내가 만약 내게 남은 시간을 어느 정도 알게 된다면 편지를 정말 많이 써놓을 것 같다. 고마웠던 사람들, 미안했던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나와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면서 고마워도 하고 사과도 하고 내가 평소에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생각했던 방법들을 공유하지 않을까 한다. 워낙 사람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쓸 사람이 정말 많을 것 같다.
원래는 언제 죽더라도 무덤덤할 것 같았는데 언제부턴가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죽는 것 자체가 무서운 건 아닌데 무엇 때문인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생각날 때마다 적어봐야겠다.
오늘은 깊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요즘 든 생각들을 흐름대로 적어보았다. 조금 뜬금없지만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해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