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할러웨이와 캘빈 케이터 - 1

에 대한 분석 비슷한 거 1편

by EPhalo

*유혈 이미지 좀 있습니다.

*21년 1월 17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오늘 있었던 할러웨이와 케이터 간의 경기는 좀 오글거리는 방식으로 줄여 말하자면, "누가 MMA 최고의 복서인가"를 가리는 경기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맥그리거 팬들이 뿔나겠지만, 맥은 이제 파트타임 프로복서잖아요. 아님 풀타임 술장수이거나. 어느 쪽이든 MMA 복서 경쟁에 끼워넣기는 좀 그렇죠. 아무튼 둘은 오늘 아침 아부다비의 파이트 아일랜드에서 주먹을 맞대게 되었고, 엄청난 명경기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yuwwl5lp2sb61.png 띠용?

명경기는 명경기인데...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찌그락째그락 엎치락뒤치락 그런 게 아니고 그냥 맥스의 압도적인 줘팸공세 오케스트라 독주라는 의미에서의 명경기였어요. 물론 그렇다고 이 경기의 가치가 퇴색되는 건 아니고, 제 관점에서는 오히려 팽팽한 접전보다 훨씬 재미있었어요. 특히 기술적인 관점에서 할러웨이가 가진 다양성, 노련함, 엄청난 컨디셔닝 등이 똑똑히 드러난, "맥스 할러웨이"라는 선수를 대표하는 경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더욱 좋았죠. 어떤 면이 좋았는지, 어떤 면이 재미있었는지를 자세히... 는 못 하고, 개략적으로라도 알려드리도록 노력할게요.


라운드 이전- 맥스와 캘빈에 대해

두 선수에 대해 관심이 좀 있다면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케이터와 할러웨이는원투훅어퍼로 대표되는 복싱을 잘, 그러니까 아주 수준 높고 유용하게 사용하는 선수입니다. 다만 이 "복싱"이란 건 별개의 스포츠가 따로 존재하는, 깊이 있고 방대한 영역이기 때문에 "복서"로 분류되는 두 선수도 서로 아주 대조되는 스타일을 보입니다.


맥스

할러웨이는 잽과 잽 페인트(잽의 동작을 부분적으로 흉내내는 가짜 동작. 쌀보리 놀이의 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리듬과 거리를 잡은 상태에서 부지런한 펀치 공격으로 상대를 몰아넣어 체력적인 우위와 타격의 볼륨, 그러니까 시간당 타격 횟수의 우위로 승리를 장악하는 선수입니다.


이런 스타일을 가진 선수는(당연히) 많은 펀치를 내는 원동력인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고, 도망치는 상대를 쫒아가서 때리기 위한 집요한 풋워크-다른 말로는 정교한 스텝이 필요하며, 내가 때리면서 맞으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피하기만 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나만 때리고 상대는 못 때리는-즉 각도를 잡는 능력이 뛰어나야 하고, 설사 몇 대 맞더라도 무시하고 더 팰 수 있는 강인한 맷집이 요구됩니다. 그러니까 숟가락 살인마와 같은 전략이라 볼 수 있습니다. "뒤통수를 노리고 끝없이 때리며 어디까지나 따라가고 뭘 맞아도 끄떡도 안 하는 괴물"은 볼륨 펀처의 이상적인 형태이며, 맥스는 이에 아주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기절하지 않더라도 너무 많이 맞으면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할러웨이의 경기는 사냥이나 음악 연주, 또는(좀 이상한 비유이지만) 스피드페인팅처럼 보입니다. 맥스는 자신의 의도대로 공격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방어하며, 자신이 그리는 그림으로 상대를 끌고 갑니다. 보통 격투기를 왈츠나 탱고와 같은 볼룸 댄스에 비유하는데, 할러웨이는 자신이 항상 고삐를 잡고 바쁘게 리드해 파트너를 지치게 만드는 성질이 못된 춤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주 아름답고요. 자기 흐름대로 밀고나가며 중거리에서의 펀치교환을 겁내지 않는, 기술적이지만 터프한 파이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캘빈

케이터는 조금 다른 스타일입니다. 물론 자신의 손을 최고의 무기로 삼는 것은 맥스와 대동소이하지만, 캘빈은 맥스가 탐하지 않았고, 그랬기에 가지지 못한 것- 즉 한방 빠따를 가지고 있습니다. 케이터의 뒷손은 날카롭고, 빠르고, 묵직합니다. 특별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파이터는 그 장점을 중심으로 자신의 기술을 키워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캘빈도 예외는 아닙니다. 보폭이 넓은 스텝과 낮은 자세로 겅중대며, 긴 팔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잽과 잽 페인트로 상대의 반응을 둔하게 만들고, 길고 정확한 원투로 턱을 돌려버리는 케이터의 긴 복싱은 라이트-웰터급의 나름 빅네임이었던 네이트 디아즈, 그리고 복싱의 황금기에 한 명의 별로 군림한 "모터 시티 코브라" 토미 헌즈를 아주 약간 연상시킵니다.

물론 네이트보다 더 예쁘고 아프며 빠릅니다.

앞서 말한 뭔가 싼티나는 댄스 비유를 이어가자면, 케이터는 타고난 춤선이 예쁜 댄서라 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아도 특별한 한 방을 가졌고, 그것에 맞춰 자신의 게임을 가다듬은 케이스에요. 이런 사례의 대표적인 예를 들라고 하면 코너 맥그리거가 있겠는데, 맥은 또 개별적인 글을 하나 써야 할 정도로 할 말이 많아서 지금 얘기하긴 어렵겠네요. 아무튼 전후 움직임이 크고, 뒷손이 강하고, 긴 복싱을 한다 정도로 생각하면 좋습니다.


아무튼

이 둘은 "다채로운 볼륨 펀처"와 "한방이 있는 스트레이트 히터"라는 완전히 다른 문장으로 지칭할 수 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맥스와 캘빈을 뛰어난 복서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한데, 바로 잽의 영활한 활용입니다.

잽은 단순히 말했을 때에는 앞손에서 나오는 곧은 펀치이지만 복싱 이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활용성이 무궁무진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잽은 거리를 잡고 상대의 타이밍을 바꾸며, 상대의 반응을 유도하고 내 공격의 예비 동작을 가립니다. 상하전후좌우 움직임과 모두 같이 쓰일 수 있으며, 어떤 타이밍에도 내보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맞으면 아프고요. 어디에서 나온 잽으로 어떤 타이밍에 상대의 어느 부위를 치는가, 혹은 치지 않는가에 따라 모두 다른 반응이 나오고, 이는 하나도 빠짐없이 매우 유용합니다. 캘빈과 맥스는 모두 이 잽의 다양한 활용에 능합니다.


다만 이것은 공통적인 단점을 불러오기도 하는데, 바로 카운터 레그킥의 위험입니다. 뛰어난 잽을 가진 선수는 상대를 맞추기 위해 거리로 들어갈 때(인게이징) 잽을 이용하는데, 이 때 상대가 자신의 타이밍을 읽고 있다면 정강이로 허벅지, 또는 정강이를 후려치는 레그킥에 노출당합니다. 유명한 MMA 분석가인 잭 슬랙은 "이 특성은 마치 가위바위보와 같기에 실력의 고저보다는 기술 자체의 상성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극복하기 어려운 약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설명을 아끼고 이해를 돕기 위해 잭 슬랙의 동영상을 첨부할 계획이지마는, 동영상에서 간략하게 소개된 이유를 좀 더 자세하게 쓰자면:


잽을 공성추 삼아 거리 안에 들어갈 때 파이터는 뒷발로 땅을 밀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만들어 내지만, 이 힘을 적절히 제동하지 않으면 몸이 과하게 들어가 자세가 무너져 방어할 기회를 잃게 되는 과신전 상태에 처하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앞발을 브레이크 삼아 전진을 멈추는데 이 때 앞발이 앞으로 나오기 때문에 카운터 킥에 노출되고, 이 발에 체중이 실리기 때문에 빠르게 발을 빼거나 다리를 들어 방어하기 어려우며, 특히나 전통적인 복싱에서는 제동력을 더하기 위해 앞발을 안쪽으로 살짝 틀기 때문에 킥을 맞았을 때 구조가 완전히 무너져 반격마저 하기 어렵게 됩니다.

xm97IVG.png 딱 봐도 "아 로우킥 차면 다리 접히겠다" 싶죠?

이런 특성 때문에 맥스는 볼카노프스키와의 1차전에서 다리를 흠씬 두들겨맞아 판정패라는 고배를 들이켜야 했고, 케이터 또한 모이카노의 카운터 레그킥과 바디킥에 아주 박살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둘 다 공통의 약점을 가지고 있으니, 둘 다 지옥의 다리맷집 대결로 끝이 났을까요? 그건 경기를 직접 보거나, 아니면 내키는 때에 쓸 다음 편을 기대하시면 알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린 대로 잭 슬랙의 분석 영상을 첨부하고 잠시 전 쉬러 가야겠네요. 주파에서 저작권 클레임을 부지런히 먹이다 보니 분석 동영상도 자주 내려가니 일찍일찍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https://youtu.be/Q9EXkqbDM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