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대한 허접한 분석. 어떻게 맥스는 케이터의 공격을 봉쇄할 수 있었나
* 유혈 이미지 좀 있습니다.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번 글에서는 "과연 맥스와 캘빈은 서로의 다리에 도끼질을 해 댔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했었죠. 결과적으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서로가 몇 번인가 레그킥을 시도하긴 했지만 경기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시도가 잦은 것도 아니었고, 그 효과가 컸던 것도 아니었지요. 오히려 경기는 "서로가 서로의 강한 부분을 부딪혀 깨버리는", 꽤나 흔하지 않은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경기를 단순히 요약한다면 "맥스의 볼륨이 케이터를 질식시켰다"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도 결과는 그렇게 드러났고요.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그 속의 복잡한 수싸움은 꽤나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할러웨이가 어떻게 뛰어난 복서인 케이터를 스스로의 영역에서 무너뜨렸는지, 중요한 요소를 하나하나 알아봅시다.
원투는 복싱의 기본이자 기반이 되는 무기이며, 캘빈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투는 어떤 상황에서든 쓸 수 있는 무기는 아닙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를 뒷손에 담아 치는 펀치이기 때문에, 내가 물러나는 상황이나 등 뒤에 벽이 있는 상태에서는 원투는 제 위력을 내지 못하게 됩니다. 할러웨이는 이 점에 집중했습니다.
잽 페인트 투 - 잽 페인트 훅투 - 잽으로 이어지는 할러웨이의 콤비네이션에 주의를 기울여 봅시다. 이후 벌어지는 모든 펀치 교환은 이 양상에서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할러웨이가 잽 페인트를 주며 케이터를 몰아넣으려 하자, 케이터는 뒷손을 뻗어 할러웨이의 앞손 경로를 방해하려 하고 앞손 가드를 올려 곧 올 할러웨이의 뒷손에 대비하며 7시 방향으로 후퇴합니다. 할러웨이의 입장에서 케이터의 후퇴 방향은 자신의 뒷손과 가까워지는 쪽이기에, 뒷손 스트레이트(투)를 넣어 케이터가 자신의 사선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습니다. 이후 케이터가 뒷손을 뻗어 자신의 잽 경로를 방해하는 것에 대한 카운터로, 케이터의 뒷손 바깥으로 둘러 들어가는 앞손 훅 이후 투를 집어넣은 뒤 이에 반응한 케이터가 뒷손 가드를 올리자 그 사이로 잽을 집어넣습니다.
타격기의 개념 중 더블 어택이란 것이 있습니다. 비슷한 예비 동작을 가진 두 개의 기술을 번갈아 사용해 상대가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할러웨이는 잽에 대한 반응성이 좋은 케이터를 공략하기 위해 앞손 페인트에서 이어지는 공격 옵션을 길고 가벼운 롱 훅과 중심선을 타고 들어가는 날카로운 잽으로 이분화했습니다. 케이터가 잽 경로를 막으려 뒷손을 뻗으면 어깨너머로 훅이 날아옵니다. 케이터가 훅을 막으려 팔뚝을 머리 옆으로 올리자 가운데의 빈틈으로 잽이 찔려 들어옵니다. 이 훅과 잽 자체는 커다란 타격이 되지 않지만, 할러웨이는 이 타격을 "엔트리"로 이용해, 거리 안으로 들어가 콤비네이션을 내뻗는 디딤돌로 사용합니다. 케이터는 이런 상황에서 맞불을 놓기보다는 뒤로 후퇴해 자신이 편한 상태를 되찾아 싸우기를(이것을 "리셋한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선호합니다. 케이터는 이제 뒷손을 뻗어 능동적으로 잽의 경로를 막고 압박하는 대신, 가드를 굳힌 상태에서 후퇴하는 방어적인 양상을 취하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는 케이터의 제일가는 무기인 원투가 제대로 나오지 못합니다.
물론 이 전술이 완전무결하고 완벽한 승리의 지름길은 아닙니다. 이 펀치 교환에서, 케이터는 할러웨이의 앞손 훅 안쪽을 타고 들어가는 멋진 뒷손 카운터를 적중시킵니다. 이 카운터는 "인사이드 라이트"라고도 불리는데, 앞손 훅을 휘두르는 순간 몸 안쪽이 열리며 턱이 완전히 노출된다는 약점을 공략하는 매우 효과적인 펀치입니다. K-1의 악동인 바다 하리가 아주 잘 사용했었죠.
하지만 저 카운터가 완벽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터의 문제점은 그가 "주도자"가 아니었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내가 카운터를 칠 기회를 불러와 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흐름 안에서 순간적으로 기회를 포착해 치는 카운터는 성공률이 낮고, 위력 또한 덜할 수밖에 없습니다(쌀보리에서 공격자가 방어자보다 무조건 유리하단 점을 생각해 봅시다). 맥스 또한 이 약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기에 경기 내내 지능적인 앞손 페인트와 후퇴를 강요하는 강한 압박을 선보였고, 결과적으로 케이터는 이 카운터를 이용해 맥스의 공세를 늦추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맥스의 맷집이 페더급에서 금강불괴에 가까웠던 것도 있고요.
그럼에도 케이터가 보여준 카운터는 꽤나 날카롭고 위험했기에, 맥스는 케이터가 생각해야 할 거리를 몇 가지 더 던져주기로 결정합니다. 낮은 레그킥으로 종아리를 후려친 뒤, "거리가 멀다"라고 판단한 케이터의 허를 찌르는 뒷발 사이드킥으로 허벅지를 밟아 버립니다.
원래 오른발 사이드킥은 맥스가 자주 쓰던 기술입니다. 단 사우스포(오른발이 앞으로 가고 왼발이 뒤로 가는 왼손잡이 자세)에서요. 원래는 저 사이드킥을 이용해 상대의 접근을 막고, 사이드킥 페인트를 이용해 자신이 각을 먹으며 들어가는 식으로 활용했었죠. 이번 경기에서 맥스는 거의 완전히 오소독스(오른손잡이 자세) 스탠스로만 경기에 임했지만, 저 길고 괴상한 사이드킥은 경기 내내 케이터의 전진 압박을 제지했습니다. 그리고 이 킥의 예비 동작은 레그킥과 비슷하기에 더블 어택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니, 즉 무릎차기와 거의 동일한 모습을 띄게 됩니다. 이 공격은 경기 내내 이어지는데, 맥스의 훌륭한 바디웍과 더불어 4라운드 캘빈을 거의 녹아웃 직전까지 몰아세우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볼 수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니가, 먼 거리에서는 사이드킥이 나오는 상황에서 캘빈은 그저 후퇴할 수 밖에는 없었고, 결국 자신의 핵심적인 무기인 원투를 제대로 꺼내놓지도 못한 체 경기장 구석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까지가 "맥스는 어떻게 케이터의 무기를 봉쇄하였나?"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음은 "어떻게 맥스가 케이터를 두들겼는가"가 되겠네요. 다음 편 또한 마음 내킬 때 쓰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