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 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여행이냐고 묻는다.
나는 고개를 조금 갸웃하게 된다.
여행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서다.
우리는 딸이 사는 곳으로 왔다.
추위를 피하려고,
얼굴을 보려고,
한 달쯤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그렇게 말레이시아 KL에서의 한 달이 시작되었다.
처음 며칠은 분명 여행자였다.
지도를 들여다보며 관광지를 찾아다니고,
사진을 찍고,
‘와, 다르다’를 연발했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자
풍경은 익숙해지고,
대신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걷지 않는 도시,
몰 안으로 모이는 사람들,
경적을 울리지 않는 운전자들.
히잡을 쓴 젊은이들의 수줍은 친절,
지하철역에서 길을 함께 찾아 주던 아이의 눈빛.
연말의 붐비는 쇼핑몰 안에서
휠체어를 번갈아 밀며 웃고 있던 한 가족.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이곳에서 나는 자주 멈췄고,
지켜봤고,
자주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은퇴 이후의 삶이 어떤 모양일지
자주 이야기했다.
더 작아질지,
아니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넓어질지.
마침 딸이 머물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있었고,
우리는 그곳을
‘연습 삼아 살아보는 장소’로 삼았다.
이 기록은 말레이시아를 소개하는 글이 아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살며 내가 본 것들,
내가 느낀 것들,
그리고 그로 인해 조금 달라진 나에 대한 이야기다.
한 달쯤 다른 나라 사람들 곁에서 살면,
다른 나라를 알게 되기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선명해진다.
이 글은 그 선명해진 조각들을 모아두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