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이패드 드로잉 시작하기 좋은 나이

#1. 50대고 취미는 아이패드 드로잉입니다.

by 앨리스킴

내가 딱 지금의 우리 딸 나이 때 엄마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엄마는 뭐가 갖고 싶어?’ ‘뭐가 제일 먹고 싶어?’

그때 엄마는 그랬다. 특별히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노라고.

내 나이 50대가 되어보니 이제야 나도 알 것 같다. 그때 엄마의 마음이 어떤 건지…


‘우리 뭐 시켜먹자!’

‘글쎄? 뭐 먹지? 뭐가 좋을까?’ 또 결정장애가 생긴다. 이렇게 작은 일상에서의 사소한 것들에도 말이다.

그렇다고 까다로운 성격도 아닌데… 뭐든 있으면 또 맛있게 먹고 신나게 놀지만,

이 무슨 조화인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을 때가 많아지는 건 나이 탓일까?


몇 해 전 아들, 딸이 생일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었을 때도 ‘아무거나, 비싼 것만 아니면 돼.’ 했다.

둘은 손으로 내 눈을 가리고 ‘ 절대 눈 뜨지 마!’를 외치며 드라마 속 한 장면을 연출했다.

혹여라도 제 엄마가 갱년기 우울증 때문에 매사에 의욕 없이 처져 있을까 봐 요새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긴 하더라만…

‘이게 뭐야?’

‘아이패드’라고 했다. 선물은 알아서 하겠다더니… 어쨌든 딸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좋아 보인다.

‘비쌀 텐데 … 내가 이런 거 쓸 일이 뭐 있겠냐, 음악 듣는 거나 유튜브 보는 건 스마트폰 이면 충분한데…’


언젠가 친정엄마에게 교육?을 시켰던 때가 생각난다.

자식들이나 손주들이 선물해 주면 뭐든 고맙게 잘 쓰겠다고만 하면 된다고.

이런 걸 뭐하러 샀냐, 나는 필요 없는데…이런 말 하지 말라고.

그래 놓고선 나도 엄마랑 똑같았다.


그날부터 며칠 째 책상 위에 얌전히 모셔진 아이패드가 마음 불편하게 자꾸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한 번 들추어 보긴 했다.

새로운 기계에 대한 호기심도 별로 없고, 솔직히 그보다는 잘못 건드렸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에 선뜻 손대기가 망설여졌다.

‘그러게 이런 걸 왜 사줘서…’ 속으로 괜히 복에 겨운 투덜거림으로 핑계를 댔다.


며칠 째 홀로 있는 아이패드를 보다 못한 딸아이는 제 임의대로 <프로크리에이트>라는 앱을 설치해 줬다.

‘그건 또 뭐야?’

‘그림 그리는 도구. 스케치북이랑 물감. 붓도 있어’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땐 그랬었다.

아이패드는 초면이라…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일을 보았던 우리 세대와는 달리 지금은 비대면으로,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세상이다.

아들, 딸 도움 없이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점차 줄어들고, 음식 하나 배달시켜 먹는 것도 쉽지가 않은 세상에 우리 세대가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현실인 것 같다.

과거 농경사회나 산업화 사회는 분명 경험과 연륜이 인정받았던 시대였는데…

요즘 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세상을 ‘나는 몰라’ 하며 그저 팔짱 끼고 구경만 하기에는 나 혼자만 세상 밖으로 내몰리는 기분이 들어서…

하다못해 언저리에서 기웃거리기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50대가 되니 자연스레 주변이 조용해졌다.

애들 키울 때 맺어진 인연들도 자녀들이 나이를 먹는 것과 비례해 연락이 뜸해졌고,

이웃으로 맺은 모임도 서로 이사 다닌 횟수만큼 줄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그런 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어졌다.

가벼워서 좋긴 하다. 적어도 누군가의 아무 자랑에 괜히 비교해서 마음 무겁고 휘둘리게 된 자신을 바보 같다며 질책하지 않아도 되니…

그래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옛사람들이 그립고 궁금할 때도 있다.

다들 어떻게 살까? ‘누구네 집 아들은… 딸은… 많이 컸겠지.’ 하긴 우리 애들만 해도 미성년을 벗어난 지 오랜데..

또 어떨 땐 혼자 동떨어진 소외감에 끊어진 줄을 다시 찾아 나서 볼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친구가 더 좋을 나이도 지났고 혼자서도 재미있을 취미생활로 뭐가 좋을까? 를 고심하던 때,

그럴 즈음에 아이패드를 만났고, 55세에 프로크리에이트 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었다.

내 기준을 잡아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뭐가 하고 싶은지 나도 나를 모르겠을 때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는 정말 좋은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50대, 어찌 보면 참 좋은 나이이다.

삶을 즐길 줄 아는 법을 알 만한 나이. 나를 위한 시간을 온통 비워 둘 수 있는 나이.

혹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그 시간을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채워 보는 건 어떨까 추천한다.


‘취미요? 아이패드 드로잉입니다!'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