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노인과 햇빛

by 남동휘

9월까지 덥더니 10월로 접어들면서 날이 약간 쌀쌀해졌다. 살면서 올해 2024년 여름 같은 더위는 처음이었다. 나는 퇴근 후 맨발 걷기를 하려고 급히 반바지로 갈아입고 얇은 잠바를 걸치고 나왔다. 집에 오면 5시쯤 되는데 햇볕을 잠깐이라도 쬐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한참 산책로를 걷다 보니 벤치에 할머니 여러 명이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모두 하나같이 얼굴에 커다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다들 똑같이 작은 얼굴에 눈 아래에서 목까지 햇빛을 가린 모습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그들은 80이 넘어 보였는데 얼굴에 수분이 빠져서 작고 주름진 모습일듯했다. 저 나이에도 하얀 피부를 원하고 있다니,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모두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하얀 피부와 건강을 맞바꿀만한 가치가 있을까?

의학박사 우쓰노미아 미쓰아키의 ((햇빛을 쬐면 의사가 필요 없다/도서출판 전나무숲/성백희 역/2022))를 보자.

태양이 만약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태양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단 하루도 살지 못할 것이다.

생태계의 물질순환은 태양에서 나오는 빛에너지에 의존한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지 못했다면 산소도 만들어내지 못했을 테고, 동물은 단백질의 원료인 포도당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식물은 햇빛을 통해 광합성을 함으로써 에너지를 얻고, 초식동물은 그 식물을 섭취함으로써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으니 태양 에너지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다. 자외선이 없었더라면 식물은 씨를 맺지도 못하고, 물 역시 빛에너지를 받아 증발된 후 비가 되어 바다와 대지를 적시니, 자연계의 모든 순환은 태양이 있기에 성립된다고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햇빛의 자외선을 쬐면 체내에서 비타민 D가 생성된다. 비타민 D는 음식으로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가 아니다. 식생활에 아무리 신경을 써도 필요한 만큼의 비타민 D를 섭취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인체가 비타민 D를 생성하는 능력이 약해져서 70대가 되면 반 정도밖에 못 만든다. 즉 자외선을 가장 꺼리는 고 연령대의 여성이 가장 비타민 D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럼 에도 햇빛을 피하는 선택을 하겠다면 최악의 경우 자리보전을 하게 될 위험성이 있음을 잊지 말자.

자외선을 쬐어 피부에서 생성된 비타민 D는 간과 신장에서 대사 되어 활성형 비타민 D로 변환된다. 주된 작용은 장에서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한다. 뼈조직에 인산칼슘을 침착시킨다. 그리고 혈장 내 칼슘 농도를 조절한다.

성인이 비타민 D에 결핍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가장 큰 폐해는 골다공증이다. 칼슘 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당연히 체내 칼슘도 부족해져서 뼈가 물러지고 약해진다. 뼈가 물러지면서 근조직이 파괴되고 근육의 힘이 떨어져서 근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다리와 허리가 약해진 사람이 갈수록 외출을 멀리하며 밖에 나가질 않게 될 수 있다. 그러면 일조 시간이 더 줄어들고 비타민 D가 더욱 결핍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현실적으로 노인들이 넘어져서 골절되는 사례 중 대부분은 밖을 걷고 있을 때가 아니라 실내에 있을 때 발생한다고 한다. 노후에 자리에 누워 지내는 비극을 피하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햇빛을 쬐어 몸속에 비타민 D를 축적하는 것이 필수다.

그리고 한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 중에서 무려 30%의 사람들이 수면장애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인간에게는 ‘체내시계’라는 것이 있다. 인공조명의 발달로 체내시계가 만들어내는 생체리듬이 무너지면 수면장애 등을 유발한다. 수면장애는 아침 햇빛을 받아 깨어나는 생활을 함으로써 체내시계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수면장애를 해결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그 원리는 아침에 눈으로 들어온 햇빛이 뇌의 송과체로 전달되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다시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면 광 자극이 사라지고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 생체리듬은 수면에 적합하도록 느긋한 상태가 된다.

체내시계를 정상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운동량도 함께 늘린다면 밤에 푹 자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연광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어져서 망가져 버린 체내시계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법은 태양의 힘을 빌리는 것 말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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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은 걷기 운동을 하다가 넘어지면서 고관절이 부러져서 요양병원에서 7~8년 고생하고 돌아가셨다. 장모님은 피부도 하얗고 얼굴이 고왔었다. 잘 모르긴 해도 장모님은 햇빛에 탄 얼굴이 싫어서 자외선 차단제를 썼다. 나이가 들면 무서운 것이 암이 첫째가 아니고 낙상이라는 어떤 의사의 말이 떠오른다.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골밀도와 근육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내가 그때 햇빛과 비타민 D에 대한 관계를 알아서 장모님이 햇볕을 쬐게 했다면 고관절 골절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76년째 의사로 일하고 있는 101세 의사 다나카 요기오의 ((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한국경제신문 한경 BP/홍성민 역/2023))에서 일광욕의 좋은 점들을 이야기한다.

생체시계가 바르게 작동하려면 햇빛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아침에 햇볕을 쬐는 것이 중요하다. 일광욕에는 세로토닌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분비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일광욕은 대장암과 위암 등의 소화기계 암을 예방해 준다. 햇볕을 쬐면 체온이 올라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면역 기능도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암에 걸린 사람은 체온이 낮아 체내 순환이 나쁜 상태가 된다. 체온이 39.3도 이상이면 암세포가 죽는다. 체온을 올려주는 일광욕은 몸과 마음의 건강에 필수적이라고 한다.

우리는 호흡하는 공기나 햇빛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늙어가면서 걱정 중 하나가 낙상이라는 말들을 하기는 한다. 특히 여성들은 호르몬 영향으로 골다공증에 노출될 일이 남성보다 많다. 그러나 그것을 예방할 방법이 햇빛임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나의 후배 P가 한 달 전쯤 현장에서 일하다가 미끄러져서 다리에 깁스를 하고 누워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뼈가 붙을 동안 한 달이고 두 달을 누워있다가 보면 근육은 다 빠질 것이고 몸에 기능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 걱정이다. 햇볕을 쬐면 뼈가 붙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골다공증이 심한 노인의 경우 넘어져서 엉치뼈가 부러져서 누워있다가 치매가 생기고 그 여파로 오래 못 사는 일도 봤다. 햇빛을 쬐어서 비타민 D를 만들어 골다공증을 예방할 것인가 하얀 얼굴을 택할 것인가는 독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제 나이 들어보니 젊었을 때처럼 한여름 해변가에서 일광욕을 할 일은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매일 시간을 내어서 햇볕을 쬐면서 걷기를 몇 년째하고 있다.

오늘도 약간 쌀쌀했지만 햇볕을 쬐며 걷다가 보니 땀이 났다. 입고 있던 웃옷을 벗을 수가 없어서 팔을 최대한 걷고 햇빛에 노출시키며 걸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 수면장애 때문에 고통을 느껴보진 못했다. 아내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고통스러워한다. 그런 그들은 햇빛으로 수면장애가 치료될 수 있음에 관심이 없다. 젊은 이건 늙은이건 그저 타지 않은 하얀 얼굴이 좋을 뿐이다. 수면장애로 고통받는 내 주위 사람들이 얼굴 탈까 걱정 않고 햇볕을 쬠으로 잠 잘 드는 밤을 맞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햇빛으로 비타민 D를 듬뿍 만들어 골다공증을 예방하여 낙상에 대비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의학박사 우쓰노미아 미쓰아키/((햇빛을 쬐면 의사가 필요 없다))/성백희 역/도서출판 전나무숲/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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