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우리 정부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일명 ‘구글갑질 방지법’이라는 법을 시행하면서 구글이나 애플의 일방적인 수수료 정책에 제동을 걸었죠. 하지만 구글과 애플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사실상 이 법을 꼼수로 회피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정부도 대안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에요.
덕분에 앱 개발사나 콘텐츠 서비스 업계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고, 부담은 이용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여요. 어떤 부분에 대해서 논쟁을 하고 있고,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쉽게 요점만 짚어 보겠습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발의되어서 3월 15일부터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말하는 것인데요. 일명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또는 구글갑질 방지법이라고 부르죠. 핵심 내용은 구글이나 애플 등 앱 마켓이 특정 결제방식으로 결제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은 앱에서 게임 아이템이나 콘텐츠를 결제를 하면 이전까지는 “인앱결제” 방식을 반드시 이용해야 했고, 앱 개발사는 10~30%의 수수료가 부과되었어요. 이것을 앱 개발사가 원하는 저렴한 결제 수단을 추가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위반하면 앱 마켓에 매출액의 2% 이하를 과징금으로 물리고요.
이 법이 시행되면 앱 개발사들이 수수료가 30%나 되는 인앱결제 말고, 수수료율이 저렴한 다른 결제수단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므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어요. 그러나 시행하고 보니 실상은 기대와 달랐네요.
구글에서 애플보다 먼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맞춰 정책을 변경했어요. 4월 1일부터 앱 개발사들이 따라야 하는 새로운 결제 정책을 발표했는데요. 기존 구글이 제공하던 인앱결제와 더불어 개발사가 원하는 결제 방법을 추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구글이 밝힌 인앱결제 수수료는 10~30%였고, 개발사가 원하는 결제방식(제3자 결제)을 추가하면 6~26%의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했어요. 다른 방법은 없고, 오직 두 가지 결제 방법만 선택할 수 있어요.
수수료가 4% 저렴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함정이 있어요.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30%에는 카드수수료와 PG수수료가 모두 포함인데요. 제3자 결제를 선택하면 구글에 26% 수수료를 내고 카드수수료와 PG수수료는 별도로 내야 하는 것이죠. 앱 개발사 입장에서는 제3자 결제를 이용할 이유가 없고요. 법을 회피하면서 사실상 구글의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요.
구글은 다른 결제방식을 마련한 만큼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고요. 이 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앱은 6월 1일부터 구글 플레이 앱 마켓에서 삭제하기로 했어요.
이후 애플도 구글과 유사한 정책을 6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어요. 애플도 최대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구글처럼 제3자 결제를 이용하면 수수료율을 4% 낮춘다고 했어요.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이 밝힌 결제 정책은 문제가 있고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라고 판단했어요. 위법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이 나온 것이죠. 특히 문제 삼은 부분은 바로 ‘아웃링크’ 정책이에요.
구글은 이번 정책에 사용자가 앱에서 결제할 때 외부 페이지로 이동해서 결제하는 ‘아웃링크’ 방식을 금지한다고 밝혔는데요. 아웃링크로 이동하여 결제하면 구글에는 별도의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방통위는 이 부분이 위법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어요. 아웃링크도 제한하고, 사실상 인앱결제만을 유도하는 것이 결국은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 행위’라는 것이에요. 구글에서 계속 아웃링크 금지시킨다면 실태 점검과 법 위반 여부 확인하여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어요. 이에 대해서 구글은 공식 입장을 내고 방통위의 발표 내용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설명했고요.
방통위는 강경 조치를 예고했지만, 법의 허점을 파고든 구글에 허를 찔린 것이라는 분위기예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로 콘텐츠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어요. 앱 운영사는 소비자 결제 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내야 하는 만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요. 네이버 바이브는 구독 가격을 16% 인상했고, 티빙도 약 15% 인상했어요. 웨이브는 18%, 네이버 웹툰은 20% 더 비싸졌고요.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 공지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한편에서는 콘텐츠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한 방법들이 공유되고 있어요. 바로 웹 결제를 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네이버 웹툰의 모바일 앱에서 직접 인앱결제를 하면 쿠키 1개당 120원인데, 네이버 웹툰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가 구매하면 쿠키 1개당 100원에 살 수 있어요. 물론 앱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불편할 수 있으나 인앱결제 수수료가 없는 만큼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죠.
구글이 아웃링크를 통한 결제도 금지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방법이에요.
방통위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구글과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요. 당장 6월 1일부터 인앱결제를 적용하지 않는 앱은 퇴출되기 때문에 앱 개발사 입장에서도 양쪽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앱 마켓의 수수료가 너무 과도하다는 앱 개발사의 입장과 고객이 모여있는 앱 생태계를 만든 구글이나 애플이 정당한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 그리고 빅테크 기업을 강제하는 법으로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모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요.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두고 봐야겠어요.
발행일 : 22. 0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