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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탑 May 17. 2020

S자 터널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좌절하는 후배에게 건네는 조심스러운 위로

뜬금없는 퀴즈 하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터널은?

서울양양고속도로 상에 있는 인제양양터널이다. 약 11km(10,965m)로 글을 쓰는 시점(20년 5월)에서는 가장 긴 터널이다. 요즘에는 굴착 기술이 발달해서 새로 개통하는 고속도로를 보면 긴 터널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굴착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산속을 가로지르는 제일 빠른 길은 입구와 출구를 잇는 최단 직선거리일 텐데, 인제양양터널은 직선이 아닌 완만한 S자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 이유가 직선도로에서는, 굽은 도로에서 보다 졸음운전 확률이 2배, 사고확률이 10배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흔히들 우리 인생이 쫙 펴진 고속도로 같았으면 하고 바라는 데, 오히려 고속도로는 쫙 펴지면 위험해서 일부러 구부려 놓았다니 여기에서도 인생의 지혜를 배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긴 회사생활에서는 잘 될 때도 있고, 좀 어려울 때도 있는 거다. 너무 잘 나가기만 하던 사람일수록 오히려 일찍 회사를 떠나는 걸 많이 봤다.


예전에 모시던 윗 분 중에 잘 나가던 부장님이 계셨다. 명문대를 나왔고, 회사의 지원으로 외국에 유학도 다녀왔고, 주요 요직을 돌며 남들보다 승진도 빨랐다. 기획부서를 맡아 입김도 셌고, 늘 자신감이 많았던 실세 부장님이었다. 자연스럽게 차기 임원 승진 소문에서도 늘 선두에 거론되곤 했다.

하지만, 그해 임원 승진에서 누락됐고, 그 때문인지 어떤 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떠나셨다. 그 뒤에 임원이 된 사람들 면면을 보면, 그 부장님도 한두 해 정도만 참았더라면, 분명 임원이 됐을 텐데... 직선만 달려왔기에, 약간의 굽은 길을 참지 못했던 걸까?


조금은 다른 개념이지만, 비슷한 예로 우회축적이란 게 있다. (윤석철 교수님의 '삶의 정도' 책에서 인용)

매가 저 멀리 떨어진 지상의 먹이를 낚아챌 때, 가장 빨리 가는 법은 얼핏 생각하면, 먹이까지 최단 거리인 직선으로 날아가는 거겠지만, 매는 직선으로 가지 않고 수직 낙하하여 위치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꾼 후(축적),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먹이를 낚아챈다. (발산) 직선으로 가는 것보다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도 신기한 자연법칙인 것이다.


팀원들이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평가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거나, 포상에서 누락됐을 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이 된다. 특히나 잘 나가던 친구들은 한 번의 좌절에도 쉽게 상처 받고, 극단적으로는 퇴사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회사가 그런 친구들을 잘 챙겨주고 충분한 보상을 주는 게 먼저겠지만, 마음같이 안 되는 게 세상일이다.


그럴 경우, 아무리 관리자라도 회사의 입장을 그대로 강변하지는 말자. '냉정하게 봐서, 올해 니 성과는 C를 받을만했어. 넌 이런 게 부족해. 솔직히 그게 네가 한 게 아니라, 전임자가 만들어 놓은 거잖아?.'

이런 식의 리뷰는 제 아무리 객관적 사실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정이 다칠 수 있다.  

'아쉽지? 나도 속상하네.'라며 공감해 주는 게 먼저다. 때론 어설픈 위로는 안 건네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다. 그래도 위로의 말이 필요하다면,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얘기를 담담히 전해주자. 분명 진심은 통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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