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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호 Jul 27. 2016

스타트업 COO의 업무와 역할

CEO에서 COO로, 낮은 위치 높은 책임

사업을 통해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외국계 회사의 대표가 되었고, 한국지사장으로 부임한지 몇 달 만에 안타깝게도 모든 국가의 사업 철수가 결정되며 뜻하지 않게 새로운 결정을 해야하는 시점이 왔을 때 사람들은 저를 동경의 대상과 동시에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제가 느꼈던 성취감과 상실감은 그만큼 비례하였고, 매 순간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본인이 그 냉정심을 잃어버리며 허탈한 감정에 비틀거릴 때가 나의 보금자리를 정리해야만 할 때이죠. 그래도 감사한건 앞으로 만날 새로운 사건과 조직에 더욱 많은 경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이 늘어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시대의 변화를 기회로 탈바꿈하여 총체적 스케치와 청사진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가의 일부 경험을 통해 저 그리고 저와 함께한 이들은 더욱 성장하였음을 의심할 여지는 없어보입니다.


현재 저는 새로운 기업의 대표자가 아닌 한국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알게 된 인연으로 10여년 동안 꾸준히 성장을 이루고 있던 동종 업계의 선배 기업에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재직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의 고민은 또 다른 중대한 고민이 아닐 수 없지요. 사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CEO 출신(창업가 출신)은 일반 직장에서 기피하는 채용 대상 중 하나입니다. 경험은 풍부하되 강력한 리더쉽과 조직관계의 이해관계 상충 등의 이유로 부담스럽거든요. 특히 이는 사회초년생의 나이일수록 더욱 애매모호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기업에 입사를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재도전 혹은 성장을 갈망하는 스타트업 부류의 기업에 기웃거려야 하는 이타적 성질을 가지기도 합니다. 젊은 창업가들이 실패로 겪는 또 다른 고달픈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기에 기존의 대표직에서 내려와 또 다시 새로운 기업을 설립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기업의 우군이 되어 함께 경영을 해 나가느냐 에서 후자의 기회를 선택한 것이지요. 이제는 리더가 아닌 리더쉽을 가진 전략가로써의 새로운 삶에 대한 선택과 도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CEO가 있는데 굳이 COO가 필요할까?

과연 COO가 무엇을 하는 직무일까요. 사실 COO의 직책을 검색하다보면 그 정의가 생긴지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CEO와 비슷한(또는 동일한) 업무 특성을 띄우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기업들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허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매력이라고 한다면 때론 CEO보다 더 넓은 안목과 경험이 요구된다는 것, 그리고 COO의 역할이 필요한 곳들 또한 제법 있다는 것입니다. 초기기업으로써 대표직을 맡게 되다보면 자본, 인력의 한계로 모든 일을 도맡아 실무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울창한 숲보다는 지금 당장 눈앞에 놓여진 나무에 시각이 좁아지는 경우 처럼 말이죠. 특히나 대표자가 개발이나 기획, 디자인 등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일수록 실무와 경영을 함께 해나간다는 것은 가히 예술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초기기업 일수록 CEO의 역량과 임무를 커버할 수 있는 COO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COO의 역할을 궁금해하고, 저 역시도 저의 일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맡고 있는 업무의 범위와 더불어 CEO와의 차이점 그리고 중소/스타트업들 내에서 구성되는 멤버들의 C레벨 업무 영역에서 COO로써 이행하여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이 공간을 통해 정리하고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단, 본 사례는 필자가 실제 이행하고 있는 기준이기에 부족한 표현의 한계가 있는 점을 양해바랍니다.



전략기획

현재의 기업 내부 현황(경영상태, 시장, 환경 등)을 최우선으로 (누구보다 가장 많이) 파악합니다.
재무 현황, 조직 현황, 사업 모델, 비전과 목표, CEO 및 직원 면담 등을 통하여 각 항목의 현황 분석.
에로사항 및 예상되는 리스크를 진단하여 기업의 총체적 방향, 목표, 비전을 재정립합니다.
이를 통해 경영진과 전사의 목표 및 방향이 통일성을 가지도록 환경을 조성합니다.
단기(1년 이내) 및 중장기(3년 이상)의 전체 사업 방향 로드맵을 작성합니다.
각 부서별(또는 팀별) 마일스톤을 요청하고, 팀 KPI 및 개인별 Matrix를 요청하여 목표를 설정합니다.


재무

만약 CFO가 없지만, 적정한 수준으로 꾸준한 매출이 일어난다고 가정한다면 기업 내 재무 안정성 검토가 필요합니다. 현재의 재무제표를 통해 업종과 업태에 맞는 계정항목이 놓여져 있는지를 체크하고, 각 항목에 대하여 자본의 흐름이 어디에서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이해를 하면 좋습니다.
결국 기업의 로드맵은 지금보다 더 높은 성장지표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를 위해 수익과 지출을 체크하고, 부채 비율의 안정성을 검토합니다.
현재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의 자금 유동성을 토대로 발생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여 예산을 수립하고, 향후 계획에 따라 지출의 우선순위를 설정합니다.


사업기획

기업은 현재의 핵심사업과 별개로 항시 기타의 사업 계획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업계획서를 수립하거나 수립된 계획서의 타당성을 분석합니다. 신사업은 기업의 방향성에 입각하여 연계된 사업일 수록 기존의 데이터를 토대로 가장 근접한 추정치의 사업모델을 기획할 수 있습니다
폭넓은 시장 바탕을 위해 세상에 일어나는 새로운 소식은 매일마다 접하여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기존의 핵심 모델을 분석하기 위해 영업이익률을 토대로 원가 절감 등의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자금 조달을 대비하여 최신 경영정보를 통해 IR(투자사업계획서)를 수립 및 업데이트 해나갑니다.
경쟁시장 및 거시적 환경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편성하고 M&A 대상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법률

상법과 세법의 지식이 요구됩니다. 특히 세법을 등한시 하였다가 후폭풍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경영위험요소의 사례를 지속적으로 이해하여 향후에 발생될 수 있는 대내외적 계약 관계(근로계약, 고객사 계약, 서비스 정책, 주주간 계약 등), 내부 의사록, 영업 비밀에 대한 대비책, 표준 정관, 주주 및 임원의 권리 설정 등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여 사내 규정과 법령을 준수한 기준을 마련하고 관리합니다.
일례로 법인의 대표이사가 법인카드로 접대비를 쓰고 다닐 경우 이에 법인 카드 규정을 설정하거나, 기본한도 및 매출액 대비 연간 사용할 수 있는 해당 법인의 접대비 범위를 체크하여 만일에 하나 초과로 인한 법인세 증가로 발생될 수 있는 사안을 미리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임무라 볼 수 있습니다.


PM(프로젝트 총괄)

저의 경우 경영지원 외 사업총괄본부의 신사업팀을 전담함으로써 새로운 수익모델 구현의 책임도 함께 지고 있습니다. 이에 조직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하여 부서별 배치가 아닌 프로젝트팀별 배치로 각각의 다른 직무로 편성된 팀 내에 팀장을 PL로 지정하여 전체적인 프로젝트들을 관리합니다. 각각의 분야는 실무자들이 전문가이기에 가장 강력한 팀원의 주도하에 프로젝트의 에로사항 및 놓칠 수 있는 부분과 기타 정책들의 요소에서 원활한 진행이 될 수 있도록 서포트 성격을 띄우고 있습니다.


영업

내부적으로 분야별 인재 영입에 노력합니다.
외부적으로 동종 업계 얼라이언스 구축 또는 관련 기관/단체/기업 들과의 관계 설정으로 회사의 브랜딩을 전달하고, 비즈니스 제휴의 가능성을 구축 및 유지합니다.
때에 따라 실제 고객 영업에 투입하기도 합니다. 현장을 알아야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인사(HR) & 사내 문화와 조직 구성의 책임

입사 시에 회사측에서 가장 요구했던 임무이자 현재 가장 어려운 임무 중 하나입니다. 기업이 안정기에 들어갈 때 함께 했던 직원들 또한 그들도 안정화가 되어 버렸기에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장기 근속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영입을 한 이유이자 COO의 주된 역할이 바로 사내 문화 형성입니다.

현재 제가 구현하고 있는 전략은 '개방형과 셀프 리더쉽' 입니다. 칸막이로 가려져 있던 파티션을 거두어 버리고, 직급 통일화 및 출퇴근부터 몇몇 결의 절차까지 가능한 부분들은 자율적 조치로 규정을 완화하였습니다.

그 대신 상하반기마다 팀 및 개별 KPI 성과, 자가역량진단, 직무열정진단, 사내 직무 테스트와 같은 내부역량평가를 통해 회사의 성장에 필요한 인재 발굴, 동등한 승진의 기회,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도태되지 않고 따라올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재량적 한계와 IT기업의 특성 상 정량적 수치로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따라서 개인의 KPI는 다음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총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에게는 '상반기 대비 하반기 전체 지출과 매입 지출이 각각 얼마나 줄어들었는가?' 와 같이 이를 달성율로 작성토록 한다면 본인의 성과 반영이 곧 회사의 성과 반영으로 직결되어 결국 팀 KPI 달성에도 기여를 하는 것입니다. 자율과 책임의 기대치가 바뀌는 것입니다.


CEO의 경영 대리 수행

COO가 내부 역량에 뒷받침 되어주고, 보다 우리와 같은 존재가 필요한 곳이라면 CEO는 좀 더 외부적 활동에 집중하게 됩니다. 가끔은 내부에서 진행하는 열 번의 미팅보다 골프 한번으로 일이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또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에서 새로운 정보를 제시하거나 해석하는 임무가 될 수 있으며, 같은 사안에 대하여 전혀 다른 관찰적 제시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도울 수가 있습니다. 사내 문화 형성이 조직 전반의 변화와 성장을 요구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있다고 한다면 주주와 COO 본인의 이익 극대화에도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주주만을 위해서도, 본인만을 위해서도 안되는 사명이 있는 것이지요.

일례로 연 매출 250억 이상의 중견기업에서 전문경영인을 채용하였던 사례가 있습니다. 어떠하였는지 여쭈어보았을 때 회사는 앞으로 전문경영인을 고용할 생각이 없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고용된 COO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 이행하였겠지만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기존의 문화를 한번에 바꾸기 위해 시도한 사례가 기존의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져버리게 만든 사례였습니다. 단편적인 예로 토론과 논의가 주를 이루던 회의에서 일방적 소통에 업무가 하달되는 구조로 변화되며 더이상 대화가 필요하지 않는 이 기업에 회사가 비전을 의심하게 되며 결국 10% 이상의 핵심 인력들이 퇴사하는 일까지 일어났다고 합니다. 우리는 기업의 임원으로써 단순히 한 사람을 지적하기 보단 '수직적 구조에 최적화된 인물' 이었는지 또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비단 누구의 잘못일까요. 그에 따른 책임감이 요구되는 직무입니다.


그 밖에 자잘한 업무나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존재합니다만, 가장 굵직하게 정의를 내리자면 저 정도의 임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성격 상 '스타트'하여 '업' 하는 J형태의 성장 곡선을 그리기에 충분한 기업 역량이라면 이와 같은 부분은 절대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직무라 사료됩니다.


저 또한 아직 3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과분한 직책을 맡고 있지만, 미래의 더 나은 CEO가 되기 위하여 끊임없이 달리는 중입니다. 사람인지라 어릴적 하지 못한 공부에 대한 열등감이나 자만심이 때론 표출되지만, 그럴때 일수록 손가락질 해줄 수 있는 선배님들이 있어 항상 마음속으로 '아래'이라는 두 글자를 되집어봅니다. 혹시라도 부족하거나 더욱 중요한 임무들이 빠져있다면 누구든지 언제든 조언을 부탁드려 봅니다.


오늘도 어제보다 더 나은 삶 입니다.

경영 만큼 재미있는 게임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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