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의 중요성과 채용 방법
재작년 벤처기업협회로부터 스타트업 팀빌딩에 관한 강연을 요청받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팀빌딩의 중요성과 채용 사례가 주된 내용이었다. 그때의 내용과 질문을 다시금 정리해보고자 한다. 창업에 있어서 팀 빌딩이 중요한 이유는 업무의 분산, 각 직무의 전문성(속도), 집단지성을 이용한 전략 수립, 비전과 목표의 동일성 등 이론적으로 무수히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어떤 팀이 꾸려지느냐에 따라 자금조달이나 초기 시장의 진입 혹은 기업의 존속여부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팀빌딩이 왜 자금조달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인지 살펴보자. 아마도 사업을 계획하는 예비CEO라면 누구든 투자 유치의 계획을 세우고 있을거라 사료된다. 만약 혼자서 창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분명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업이라는 것은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큰 모험적 도전이기에 당신은 훌륭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다는 것이 본의아니게 가장 큰 함정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 설립 초반에는 자금 확보에 있어서 투자든 융자든 내세울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럼 무엇을 통해 우리 사업이 믿을만하다는 것을 내세울 것인가. 만약 당신이 여윳돈이 있어 지인에게 빌려준다고 하자. 지인이라면 되돌려 받을 생각 안하고 빌려줄 수도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인의 친구에게 빌려줘야 한다면 빌려주겠는가? 바로 그런 느낌인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지인의 친구가 아무리 믿을 만한 정보를 주어도 불안할 것이다. 그런데 몇 억이라는 자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사업계획서에 도박처럼 걸어야 한다니 사실상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물론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당신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자금을 확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아까도 말했듯 사업은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큰만큼 최대한 상대방에게 성공(*회수)의 신뢰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상과는 달리 사업모델이 완전히 개선되어야 하거나 아이디어가 바뀔지라도 (실제로 다반사이기도하고) 탄탄한 팀을 통해 언제든 다른 아이디어만 생기면 빠르게 다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예제가 초기 기업의 팀 빌딩이 내외부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초기 기업은 높은 확률로 서비스나 제품의 방향이 바뀌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상상의 모델이 점점 구체화되어가며 미처 몰랐던 기존시장이나 대체시장의 발견. 혹은 위험성이나 실패 사례의 발견. 우리가 예상했던 타겟의 오류 등 다양한 사실을 깨닳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사업의 아이템을 보고 합류한 전체 혹은 일부 팀원들이 있다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며 팀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곧 기업의 존속에 위협을 받게 된다. 그 자리를 누군가 또 메꿔야할 것이고, 메꾸기 위해 찾아야 할 것이고, 메꾸기 전까지 일부 프로세스가 더 이상 진척되지 않는만큼 손실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황이 어찌된들 '우리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라는 믿음으로 뭉쳐진 팀 빌딩이 상당히 중요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팀은 어디서 찾는 것이 좋을까. 내 경험상 가장 좋았던 팀 빌딩은 믿을만한 (혹은 실력이 검증된) 동기/지인/친구이거나 또는 그들의 소개가 가장 좋았으며, 창업멤버 전용 채용 플랫폼이나 주요 스타트업 미디어도 매우 훌륭한 방안이 되어 준다고 본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각종 컨퍼런스나 포럼 혹은 네트워킹 행사가 있을 수 있겠다. 만약 그런 모임에서 열정도 넘치고 실력도 있어보이는 누군가를 만났다고 하자. 시간이 흘러 관계의 유지속에서 그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어떠한 이유로 식어갈 때쯤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되겠지만 훌륭한 (마인드를 가진) 팀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동료를 찾아내기 위해 오랜시간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
누군가 물었다. 그럼 멤버를 뽑을 때 스타트업도 스펙을 봐야하나요? 라고. 나는 경우에 따라서 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공동창업자이거나 완전 극초기 창업멤버라면 위에서 말한 신뢰를 가진 팀이 되기위해 일정 부분 스펙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이다. 다소 안타깝지만 솔직하게도 사업 모델이 단시간 내에 증명되지 않는다면 무엇을 담보로 우리 팀이 훌륭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스펙이 하나의 담보로 작용될 수 있을지는 여러분이 판단하면 될 것 같다. 확실한건 팀의 스펙이 좋다면 후속 채용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거나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형은 현재에도 스타트업 팀원 공고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최악의 팀 빌딩 채널은 단연코 일반채용이다. 역지사지로 이 역시 내가 새로운 직장을 구한다고 가정해보자. 채용 공고에서 무엇을 보고 지원하겠는가? 일반적 채용 플랫폼과 멤버 전용 채용 플랫폼은 공고 자체에서 추구하는 본질이 다르다. 스토리가 허용된다는 점이다. (일반적 채용 플랫폼은 양식을 벗어나기 힘들며 멤버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게 되어있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서의 정말 좋은 팀은 당신의 회사가 설립되기 시작한 역사에서부터 그 스토리에 공감하고 스스로 올라타려는 자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팀 빌딩의 방법은 정답이 있기보단 초기 CEO가 추구하는 경영적 철학과 리더십에 따라 상응되어 각기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성과중심의 목표지향성이라면 전략에 입각하여 냉철한 판단을 선호할 것이며(예를 들어 자금확보를 위해 특정 스펙에 치중된 인프라만 구성한다던지), 유연한 자세로 목적지향성을 추구한다면 일정부분 감정이 개입된 결정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스펙보단 스토리(지원동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다. 우리와 맞지 않을 것 같아 조심스레 거절의 표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달라붙는 지원자나 저 멀리 지방에서부터 찾아와 고시원을 잡았다며 함께 꼭 일하고 싶다는 지원자 등 나에게 감동을 준 친구들이 팀의 조직력은 물론이고 고객에게도 감동을 주는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표현이지만 이런 지원자들은 자신을 담보로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큰 것이기에 고스펙이 아닐 확률이 크다. 유수의 대학이나 기업 출신들은 자신의 전문성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에 서로간의 장단점이 존재하더라. 본질에 초점을 맞추어 검증 할 수 있다면 무슨 방법이든 무엇이 중요하랴. 다만 시간적 자금적 여유가 없는 초기 기업임을 감안하였을 때 채용 전략에서도 자신의 아이템과 기업의 단기 로드맵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계획하여 움직이는 것이 현명하겠다.
혹자는 시간이 흘러도 제대로 된 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시작할 수는 있겠지만 위험성이 높은 상태라는 것은 자각하는 것이 좋겠다. 팀이 만들어진 후에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사무실을 내어도 절대 늦지 않다. 급한 마음에 먼저 행정적 처리부터 준비하다가 6개월가량 안나갔어도 되는 자금이 흘러나간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업의 시작을 좌지우지 할만큼 팀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말마따나 팀이 너무 안구해진다면 달리 생각해보자. 어쩌면 내 아이템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그것이 팀빌딩 보다 더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