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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카루스 Sep 16. 2019

와비파커 성공신화 속에 숨겨진 불멸의 창업 공식

흔적없이 사라져간 100명의 또다른 와비파커를 위하여

가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시(詩)가 하나 있습니다.

너무도 유명해서 모두들 알고 있을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입니다.

그 시가 유독 가을이면 더 생각나는 이유는 무얼까요?

싯구 속에 들어 있는 가을 냄새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보다는 가을이 사계절 중 멈춰 생각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라서 더 그런 것도 같습니다.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어,

나는 둘 다 가지 못하고

하나의 길만 걷는 것 아쉬워

수풀 속으로 굽어 사라지는 길 하나

멀리멀리 한참 서서 바라보았지.


늘 우리는 두 갈래 길 앞에 서고 본의든 아니든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우리에게 있어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한 결정 중 하나는 어쩌면 직업 또는 일과 관련된 선택 아닐까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하나,

아니면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조금씩 다른 일도 해 나가는 게 좋을까?


지금 당장 그만두자니 생계 걱정도 되고 또 새로운 일이 잘될지 안될지 위험이 따르고

그렇다고 그냥 다니면서 조금씩 조금씩 '병행'해 나가자니 죽도 밥도 안될 것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고,

그러다 결국 어느 것 하나도 선택하지 못해 우물쭈물 하기도 합니다.


어느 길을 택하는 게 좋을까요?


그러고선 똑같이 아름답지만

풀이 우거지고 인적이 없어

아마도 더 끌렸던 다른 길 택했지.

물론 인적으로 치자면, 지나간 발길들로

두 길은 정말 거의 같게 다져져 있었고,


그냥 다니던 직장을 깔끔하게 때려 치우고 새로운 일을 찾아 '몰빵'을 할까요?

아니면 좀더 안전한 길을 택해서 월급 받아가면서 짬짬히 새로운 길을 모색할까요?


베스트셀러 <기브앤테이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애덤 그랜트(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는 그의 책 <오리지널스>에서 독창성을 발휘한 사람들(=오리지널스)은 무엇이 다른지를 이야기하면서 그 첫 사례로 와비파커(Warby Parker)의 이야기를 꺼내 소개하고 있습니다.


와비파커 창업자 데이브 길보아(왼쪽)와 닐 블루멘탈


알다시피 와비파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동창생 네 명이 2010년 창업한 온라인 안경 유통업체입니다.


2009년 펜실베이니아대 컴퓨터실에 닐 블루멘탈과 데이브 길보아, 앤드류 헌트, 제프리 레이더 등 네 명의 와튼스쿨 동창생이 모여 안경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 것이 창업의 발단이었죠. 길보아가 태국 배낭여행 중 700달러짜리 안경을 분실했는데 당시 학생 형편으로는 다시 살 수 없어 한 학기 내내 안경 없이 지낸 것이 화두였다지요.


얼핏 보면 가난한 학생들의 사소한 잡담 주제에 그칠 얘기였지만, 이 젊은 대학생들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대화의 내용을 더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온라인으로 유통단계를 줄여 저렴한 안경을 파는 회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블루멘탈이 고민 끝에 메일로 보낸 제안에 와튼스쿨 동창생들이 의기투합했고 결국 와비파커는 지난 2015년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 발표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로 선정되기에 이르렀죠.


하지만 애덤 그랜트가 정작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 멋진 기업의 화려한 성공 스토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들 창업자들과 애덤 그랜트 본인 간 좀더 개인적인 일화입니다.


이들은 와튼스쿨 재학생들이었고 창업 전인 2009년에 지도교수인 애덤 그랜트(와튼스쿨 교수)에게 창업 자문 겸 투자 제안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고 하네요. "교수님, 투자 좀 하시죠?" 이랬겠죠? 이 때 애덤 그랜트는 그 제안을 단박에 거절했구요. 그는 그 거절이 "일생일대 최악의 결정"이었다고 아쉬워하면서 이 책에서 왜 그땐 그랬었고 뭐가 문제였는지를 후일담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첫째, 그들은 모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만약 정말로 그들이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면, 학교를 중퇴하고 깨어 있는 시간 전부를 회사를 창업하는 데 쏟아 부어야 옳다.

둘째, 시간이 부족하고 관심도 분산된 상태로 네 사람은 아직 웹사이트도 구축하지 못한 상태였고, 회사 이름을 정하는 데만 여섯 달이 걸렸다.

셋째, 그들은 모두 사업이 잘 안될 경우에 대비해서 졸업 후에 일할 직장을 이미 구해 놓은 상태였다.


어떠세요? 만약 이런 상태에 있는 어떤 젊은 창업자들이 여러분을 찾아와 투자를 제안하면 어떨 것 같나요? 누구든 애덤 그랜트와 비슷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로는 무언가 독창적인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 아이디어를 펼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든 아니면 회사를 포기하든.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애덤 그랜트가 밝힌 바 연구에 의하면 오히려 정 반대라고 하네요.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은 직장을 그만둔 창업가들이 실패할 확률보다 33퍼선트 더 낮다는 군요.


사람들이 시커멓게 밟지 않은 나뭇잎들이

그날 아침 두 길 모두를 한결같이 덮고 있긴 했지만.

아, 나는 한 길을 또다른 날을 위해 남겨

두었네!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걸 알기에

내가 다시 오리라 믿지는 않았지.


사실 본업을 유지하면서 성공한 창업가들의 사례는 이들 말고도 많이 있습니다. 자동차 트렁크에 러닝슈즈를 싣고 팔러 다니면서도 본업인 회계사 일을 계속했던 펄 나이트(나이키 창업자), 회사를 창업하고서도 본래 다니던 직장 휴렛팩커드를 계속 다녔던 스티브 워즈니악(애플 공동창업자), 박사과정을 그만두는 게 겁이 나서 자신들이 개발한 검색엔진을 팔려고 까지 시도했던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 취미 삼아 이베이를 만들고도 아홉 달 동안 계속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피에르 오미디야르(이베이 창업자) 등.


성공한 창업자들은 한 분야에서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에, 다른 분야에서는 극도로 신중을 기함으로써 위험을 상쇄시킵니다. 말하자면 위험을 주식 포트폴리오처럼 관리한다는 거죠.


독창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대개 기존 체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위험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운영한다. — 책 <오리지널스> 中


한 분야에서 안정감을 확보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자유롭게 독창성을 발휘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어설프게 쓴 책을 내거나 조잡하게 만든 예술품을 판다는 중압감이나, 아무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된다. — 책 <오리지널스> 中


애덤 그랜트가 이 책에서 말하려는 사실은 독창성을 실현하는 것이 반드시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위 창시자, 원조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비슷한 생각을 갖고 비슷한 식으로 행동하는 '보통 사람들'일 뿐이라는 거죠. 앞서 소개한 와비파커 이야기도 실은 독창적 아이디어를 성공으로까지 이끌어 낸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도 우리랑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바로 그 독창적인 사람들과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진짜 비결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도 독창적인 사람이 되고 우리가 가진 독창적인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애덤 그랜트는 그 답을 용기와 행동에서 찾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답은 책 속에^^)


독창적인 사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두려움을 느끼고 회의를 품는다. 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은 그럼에도 어쨌든 용기를 내서 행동에 옮긴다는 점이다. 독창적인 사람들은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시도하는 것이 후회를 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책 <오리지널스> 中


물론 용기를 갖고 행동에 옮긴다 해서 모두 성공할 수는 없을 겁니다.


우리 주변에는 하던 일을 아예 때려 치우고 새로운 일에 '올인'하여 성공을 금어진 사람들도 여럿 있고 또 직장을 다니면서 조금씩 조금씩 '변신'을 준비하다 결국엔 자신의 꿈을 완전히 접고야 만 '실패한 와비파커'들도 많이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미화되어 널리 퍼지지만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먼지가 되어 흔적 없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법입니다.


지금부터 오래오래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나간 길 택하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결국 이래도 후회하고 저래도 후회할 거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기왕이면 '독창적'으로 말이죠!


자! 그럼 이제 핵심 창업 공식을 소개합니다. 다음은 와비파커에게 그렇게 당하고 10년 동안 칼을 갈아 온(비법을 탐구해 온) 애덤 그랜트가 제시하는 개인이 독창성을 발휘하여 성공에 이르는 15가지 행동 지침입니다.


독창성을 발휘하는 15가지 행동 지침


1. 기존의 체제에 의문을 던져라. 현재 상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2. 자신이 창출하는 아이디어의 수를 세 배로 늘려라. 아이디어의 독창성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이다.

3. 새로운 영역에 몰입하라. 새로운 기술이나 기능을 배워 준거의 틀을 확장하라.


4. 할 일을 전략적으로 미뤄라. 아이디어가 무르익을 시간을 주라.

5. 동료들로부터 더 많은 피드백을 구하라. 동료들이야 말로 당신의 아이디어를 평가할 적임자다.

6. 위험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유지하라. 한 분야에서 위험을 무릅쓸 작정이면 다른 영역에서는 훨씬 신중함으로써 위험을 상쇄시키라.


7. 당신의 아이디어를 지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집중하게 하라. 그러는 사이 오히려 당신 아이디어의 장점을 보게 될 수도 있다.

8. 아이디어에 대한 친숙함을 높여라. 반복해서 제시하면 익숙해진다. 또는 독창적인 개념을 기존의 친숙한 다른 개념과 연관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라이언킹>을 사자판 <햄릿>으로 설명한 것처럼.

9. 당신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집단에게 평가를 받으라. 당신의 가장 강력한 우군은 엄격하고 비판적이지마 당신이 쓴 방법과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10. 과격한 성향을 숨겨라. 트로이 목마 전략을 쓰거나 한발 들이밀기(넛지) 전략을 쓰라.

11. 결심했을 때와 마음이 흔들릴 때 서로 다른 방법으로 동기부여 하라. 행동하기로 결심했다면 앞으로 해야할 일에 집중하라. 확신이 흔들를 때는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와서 어떻게 포기하겠냐고 자신을 다독여라.

12.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하지 말라. 대신 불안감을 흥미나 열정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꾸라.


13. 가해자가 아니라 희생자에게 집중하라. 관심의 초점을 피해자에 맞추면 감정 조절이 쉬워지고 건설적인 대안에 집중할 수 있다.

14. 혼자가 아님을 기억하라.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우군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의지가 훨씬 강해진다.

15. 당신이 나서지 않으면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의견을 표출하거나 혹은 (정 안되면) 탈출하라!


독창적인 사람들은 인적이 드문 길을 선택하여 시류를 거스르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나 가치를 추구해 결국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내고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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