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못 읽으면 나중에는 더 못 읽는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 하루 종일 수없이 많은 온라인 콘텐츠를 만난다. Twitter나 Facebook 같은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 만나고 검색을 통해 만나기도 하고 또는 구독하는 메일링리스트나 RSS Feed를 통해서도 만난다. 이렇게 만나는(혹은 “쌓이는") 콘텐츠가 세어보진 않았지만 족히 하루 100개는 넘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300개나 500개 쯤? 게다가 그 양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그러니 무언가 “나만의" 대책을 만들어 두지 않으면 소위 말하는 “정보의 홍수"에 빠져 흐느적거릴 수 밖에 없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나 역시 몇몇 도구들을 사용하여 내 나름으로 콘텐츠를 관리한다. 예를 들어 Feedly를 사용하여 관심있는 콘텐츠들을 RSS로 구독한다거나 Twitter나 Facebook에서 발견한 “좋은" 콘텐츠들은 Instapaper에 담아 나중에 읽는다거나, Pinboard를 사용해 북마크를 관리하는 식이다. 콘텐츠를 만나는 족족 바로 읽고 바로 소비하면야 좋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보니 결국 “나중에 읽기” 위해 어딘가에 저장을 하거나 또는 “나중에 찾기” 위해 어딘가에 북마크를 해 두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생산성 도구들을 사용하여 나름 “나만의 방법”을 만들지만 그마저 쉽지가 않다. 하루하루 쌓이는 정보의 양이 많다보니 매일매일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어느 순간 읽고 소화시켜야 할 콘텐츠 양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엔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기 일쑤다.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을 내어 차분히 분위기를 잡고 콘텐츠를 읽고 정리하고 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바삐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나중에” 읽는 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일까. 지금도 여유가 없어 나중으로 미룬 것인데 “나중의 지금”이라고 해서 여유가 있을 리 있을까. 지금 못 읽으면 나중에는 더 못 읽는다.
나는 오래 전 Instapaper가 처음 세상에 나온 때부터 줄곧 Instapaper를 내 나중에 읽기 도구로 사용해 오고 있다. SNS나 인터넷 검색, RSS Feed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한 콘텐츠들 중 내 관심을 끄는 콘텐츠들은 일단 Instapaper에 담는다. 그런 다음 하루 활동 중 “짜투리" 시간이 날 때면 Instapaper를 열어 콘텐츠를 읽는다(소비한다). 하루 한 두 개 정도 읽을 때도 읽고 한 개도 못 읽을 때도 있지만 줄잡아 대 여섯 정도는 읽는 듯 하다.
그래도 남는다. 하루에 Instapaper에 새로 저장되는 콘텐츠 양보다 내가 읽고 소비시키는 양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Instapaper 정리"라는 항목을 내 할일 목록에 주기적으로 끼워 넣어 1주나 2주에 한번 의무적으로 Instapaper를 읽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했지만 많은 양의 콘텐츠를 정해진 시간 내에 읽고 정리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제대로 읽기보단 그저 목록을 비우는 작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그럴 바야 굳이 따로 시간을 내어 “정리”를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제대로 읽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매일매일 읽고 남은 콘텐츠들은 그냥 “비워" 버리면? 그러면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마음의 부담만이라도 덜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은 매일 저녁이면 Instapaper를 비운다. 채 읽지 못하고 남겨진 콘텐츠들의 목록을 그냥 과감하게 “읽음" 처리해 버리는 것이다. 그마저 종종 빠뜨릴 때도 있고 또 어떤 경우는 미련(콘텐츠에 대한 측은지심?)이 남아 비우지 못하고 다음 날로 넘기곤 하는 일이 생기기에 최근엔 아예 Instapaper에서 제공하는 API와 Heroku를 활용하여 매일 저녁 6시면 무조건 Instapaper를 비워버리는 자동화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이제 내 나중에 읽기 공간은 없다. 저녁 6시면 사라진다.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을 보면 마음이 개운하고 가볍다. 필요하면 그 때 검색하면 그만이다. 어제의 부담을 덜고 매일매일 새롭게 출발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이고 지금이다. 나중은 그저 욕심과 게으름이 만들어 낸 신기루일 뿐.
※ 이 글은 2년 전 미디엄에 썼던 글을 옮겨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