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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시사연합 ICAU Apr 28. 2023

중국 모조품 시장, '원조'가 되어버린 '짝퉁'


▲ 중국 정저우에 있는 내륙 최대의 화장품·생활용품 도매시장 중원제일성(中原第一城) <사진=百度>

전 세계적으로 모조품, 이른바 ‘짝퉁’ 시장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이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로 무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 세계 모조품 및 불법 복제품 거래 규모는 5천90억 달러로, 2013년보다 10% 넘게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 무역의 3.3%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이러한 모조품과 불법 복제품의 진원지를 찾아본다면, 대부분이 중국과 홍콩에서 만들어져 그 비중이 각각 50%와 25%에 달한다. 상품의 종류 또한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의류, 신발, 가죽제품, 전자제품, 시계, 화장품 등을 비롯해 심지어 식품에도 모조품이 존재한다.

정품이 모조품으로 여겨질 위기에 놓일 정도로 현 상황은 심각하다. 중국의 모조품이 분야와 장소를 막론하고 무분별하게 뻗어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그것이 과연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짝퉁’, 어디까지 퍼져있는가?

우선, 의류 및 액세서리 제품의 경우 규모가 커져가는 명품 모조품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최근 5년간 한국에서 수입된 ‘짝퉁 명품’ 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각 브랜드별로 보자면 롤렉스와 루이비통의 모조품이 가장 많았고, 상품 수입국(적출국) 별로 보면 중국으로부터 온 물품이 1조 9210억 원으로 85.7%의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 중국에서 유통된 ‘짝퉁’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왼쪽이 모조품, 오른쪽이 정품이다. <사진= 동풍망 홈페이지>

전자제품의 경우, 2018년 12월 중국 광둥성에서 영국 기업인 다이슨의 헤어드라이어를 불법 복제해 판매한 일당이 적발된 사례가 있다. 중국 공안의 발표에 따르면 해당 일당은 실제 정품 다이슨 제품보다 50~70%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했으며 2018년 한 해 동안 약 16억의 매출을 기록하였다. 해당 모조품은 육안상으로 정품과 커다란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품과 달리 장시간 사용하면 과열이나 폭발 현상이 일어나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화장품은 중국의 허난성 정저우시에서의 문제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정저우는 중국의 내수 물류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대륙의 주요  시장으로, 최초로 지정된 국경 간 전자상거래 시범지구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수천 개의 중소형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해당 지역을 거쳐 활동 중이다.

▲ 정저우에서 유통된 ‘짝퉁’ 메디힐 마스크, 왼쪽이 정품, 오른쪽이 모조품이다. <사진= 신랑>

많은 기업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도시, 그중에서도 내륙 최대의 화장품, 생활용품의 도매 시장인 중원 제일성에서 엄청난 화장품 복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원 제일성에는 2014년 설립 이래 2800개가 넘는 도매 점포가 운영 중이며, 이 중 500여 점포가 화장품 관련 도매업에 종사한다. 이들 점포 대부분이 한국 화장품을 판매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들 업체 대부분은 가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설화수의 짝퉁인 황설화수를 진품이라고 속여서 판매하고 있으며, 정품 메디힐 마스크팩과 거의 구분이 없는 가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품의 경우 한국 제품을 정식 허가 없이 그대로 모방한 모조품들이 중국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 시장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 중인 매운 라면 ‘불닭볶음면’의 모조품을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다. 가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식품의 캐릭터나 제품명까지 똑같이 베껴 한국의 불닭볶음면과 구별하기 어렵다.

▲ 가운데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정품이며 왼쪽과 오른쪽은 불닭볶음면의 무단 모조품이다.

더 큰 문제는 단지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모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짜 음식까지 제조한다는 것이다. 산둥성 칭다오의 한 버블티 매장에서는 버블티의 주재료인 타피오카 펄을 폐타이어로 만들어 판매하다 적발되었으며, 알긴산나트륨, 노란색 색소, 염화칼슘을 섞어 만든 가짜 달걀이나 필수 영양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가짜 분유, 소와 돼지 내장을 끓여 만든 가짜 식용유, 심지어는 위조된 약품까지 적발되었다는 소식이 중국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중국 모조품 산업이 발달한 이유는?

중국 모조품 산업이 다른 나라와 다르게 발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사회 경제학자들이 분석한 바로는 모조품이 유행하려면 기본적으로 세 가지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진품과 흡사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력, 두 번째 조건은 저렴한 노동력, 마지막 조건은 제품들을 모두 출하할 수 있는 넓은 시장이다. 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또한 모조품 경제 발전 과정의 부산물이라 여겨지는 중국인들의 ‘상관없다’라는 태도 역시 해당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현상에 대해 문화 심리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세계 경영 방법을 연구하는 학자 거넥 베인스(Gurnek Bains)는 중국의 모방 문화가 중국의 글자인 ‘한자’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간체자를 도입했더라도, 획수가 많은 한자를 조합하고 외우는 과정이 기계를 분해하고 모방하는 행위와 비슷해 습관이 곧 문화로 발달되었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이외에도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인하여 지적 재산권의 개념을 국민들에게 정립시키지 못했고, 때문에 위조 및 복제가 불법이자 큰 잘못이라는 것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낮은 인식 수준이 현재 가장 큰 모조품 시장 생성에 대한 원인이라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모조품의 상당 부분이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서 해석이 분분하게 나오고 있다.


모조품 제작이 주류 문화에 대한 반항?

“중국인이 있는 곳에는 모조품이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의 모조품 시장은 큰 규모를 자랑한다. 어떤 브랜드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면 무섭도록 빠른 시일 내에 모조품이 시중에 등장한다. 이런 중국의 신제품 모방 현상을 현지에서는 ‘산자이문화(三寨文化)’라고 칭한다. 산자이는 원래 산적 또는 정부에 대항해 난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산속에 만든 진지나 소굴을 뜻한다. 이것이 모조품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쓰이게 되면서 불법, 도둑이라는 의미는 차차 잊히고 기존 질서에 저항한다는 의미가 생기게 되었다.

중국 내에서 산자이 문화는 주류 문화에 대한 반항을 상징하며,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독점한 상황 속에서 이러한 독점을 타파하기 위한 반작용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모조품의 생산을  포장한 변명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후발 국가들은 이미 발전된 선진국과 달리 주류 상품을 개발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모방을 통해서 선진국의 기술 수준과 비슷한 주류 상품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며, 중국 역시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인들은 산자이 제품에 대해 단순 모조품과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모방은 했지만 창의적 요소가 가미된 ‘창조적 모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창의성 가미와 관계없이, 모조품은 결국 모조품일 뿐이다.


중국인들이 모조품이 많이 구매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중국에서 모조품이 유행하고 종류도 다양한 이유는 단순히 중국이 경제적으로 덜 발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에 이름을 올릴 만큼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이러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모조품이 유행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① ‘체면(體面)’ 중시

중국어로 ‘미엔즈(面子)’라 불리는 체면은, 중국인들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중시되는 것 중 하나다. 본모습과 관계없이 남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느냐가 핵심이기에 본인이 구매한 제품이 진품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체면을 세우면 된다’는 식인 것이다. 국가  경제규모는 세계 2위로 커졌지만, 아직 개인별 소득 수준은 낮은 탓에 많은 중국인들이 진품을 구매할 때 부담을 느껴 ‘꿩 대신 닭’으로 모조품 소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동시에 물질 만능주의 풍조 역시 심화되며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미엔즈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중국인들로 하여금 브랜드나 명품 선호심리를 크게 조장해 모조품이 더욱 인기를 끌게 되었다. 상위 계층은 부를 과시하기 위해 고가의 명품을 소비하고, 하위 계층은 그러한 소비를 모방한다. 모조품은 진품과 비교해 봤을 때 거의 유사한 외형과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품을 통해 자신들의 체면을 세우고 과시적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것이다.         

         ② 황금만능주의 성행

중국에서는 속이는 사람보다 속아 넘어간 사람이 잘못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독특한 사고방식이 생기게 된 원인은 영토와 인구 등 사회 지리적 조건 외에 나와 내 주변 사람들만 괜찮으면 타인이 어떤 피해를 보든 상관없다는 특유의 이기적 ‘개인주의’ 때문이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철저히 자본주의적 성향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모로 가도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의 황금만능주의와 돈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겨 돈에 집착하는 배금주의 사상이 중국 내에 퍼져있어 짝퉁 제품의 생산과 거래가 계속해서 왕성해지도록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③ 지식 재산권 및 상표권 개념 부족

중국은 아직 지식 재산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비교적 낮다.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IT 회사들도 처음에는 글로벌 기업들을 모방해 오면서 성장하게 된 ‘산자이 기업’ 부류에 속하며, 중국 정부는 짝퉁 및 모방 행위에 대해 그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제재 대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후발 국가라는 위치에서 다른 나라의 제품을 모방하여 짝퉁 제품을 만들었으며, 이러한 제품은 단순 모조품과는 다르다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시켰다. 하지만 중국 내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부상하면서 이제는 그들이 가진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지식 재산권 관련 법안을 강화하고 지키려는 이중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른 나라의 지식 재산권 및 상표권 보호는 인지조차 하지 못하거나 눈 감고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한편으로 자국에 손해가 되는 움직임은 막고자 하는 모습을 통해 아직 중국은 지식 재산권 및 상표권 보호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이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기에 중국 내에서는 계속해서 유명한 기업들의 제품과 구별이 거의 불가능한 모조품을 생산해 내고 있으며 중국의 많은 소비자들은 모조품 소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의 인식은 어떠한가?

최근 중국 젊은 세대들의 모조품 시장에 대한 사용 실태 및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국제시사연합은 중국의 2030 세대인 성인남녀 30명 내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 중국 젊은 소비자들의 모조품에 대한 인식 <ⓒ국제시사연합 ICAU>

먼저 모조품 구매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수를 넘는 52.17%가 구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 중국 젊은 소비자들의 모조품에 대한 인식 <ⓒ국제시사연합 ICAU>

추가로 구매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에게는 모조품을 구매하는 빈도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응답자의 64%가 모조품을 구매한 빈도가 적다고 응답하였고, 보통이 18%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또한 많은 빈도로 모조품을 구매한다고 답변한 그룹과 매우 적은 빈도로 구매한다고 밝힌 그룹은 동일하게 9%를 차지하였다.

▲ 중국 젊은 소비자들의 모조품에 대한 인식 <ⓒ국제시사연합 ICAU>

어떤 종류의 모조품을 구매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로 어떤 모조품을 구매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의류 모조품을 가장 많이 구매했다고 밝혔고, 그다음으로 액세서리에 대한 구매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서 가정용품, 가방의 모조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순서대로 뒤를 이었다.

▲ 중국 젊은 소비자들의 모조품에 대한 인식 <ⓒ국제시사연합 ICAU>

모조품을 구매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약 35%가 경제적 부담을 1순위로 꼽았다. 두 번째로 32.74%의 응답자가 모조품의 비교적 우수한 품질을 소비 원인으로 들었으며, 마지막으로 모조품인지 몰라서 샀다는 답변이 8.7%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 중국 젊은 소비자들의 모조품에 대한 인식 <ⓒ국제시사연합 ICAU>

모조품의 주요 구매 경로로는 온라인 쇼핑몰이 60%로 응답자들의 대부분이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통해 모조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중국 젊은 소비자들의 모조품에 대한 인식 <ⓒ국제시사연합 ICAU>

그에 반해 모조품 사용에 대한 만족도에 있어서는 43.48%가 만족하였고, 39.13%가 보통이라고 답하면서 대체로 모조품 사용에 만족하고 있지만, 보통이라고 여기는 비율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 중국 젊은 소비자들의 모조품에 대한 인식 <ⓒ국제시사연합 ICAU>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모조품 시장이 중국 내에서 성행한다고 답변했으며, 그 이유로는 많은 소비 인구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뒤이어 명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라는 답변은 17.39%, 막강한 기술력 때문이라는 답변은 13.04%로 집계되었다. 이외 추가 답변으로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트렌디해 보여서 만족한다”라는 의견과 “쇼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 중국 젊은 소비자들의 모조품에 대한 인식 <ⓒ국제시사연합 ICAU>

한편 문제점 인식에 있어서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수인 60.87%가 모조품 소비에는 문제가 있다고 응답하였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상하이에 거주하는 왕모 씨는 “모조품은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다.”라고 답변하였고, 홍콩에 거주하는 류모 씨는 “모조품은 생산시장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소비 시 문제가 있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랴오닝성에 거주하는 왕모 씨는 “원조 브랜드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모조품 소비는 자제되어야 한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국제시사연합에서는 설문조사 외 추가로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우선 모조품 시장에 대한 청년들의 이미지에 대해,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는 류모씨는 “옛날보다 모조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낮아진 것 같지만 여전히 많이 구매하고 있다.”라고 답변하였다. 한편 모조품 시장에 대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중국인 청년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랴오닝성 대련에 거주하는 천모 씨는 “솔직히 국가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처벌 수위가 강하지 않으니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라고 답변하였고, 같은 지역의 다른 여성은 “국가가 인터넷 등 모조품 시장이 성행하는 매체에 대한 단속을 많이 해야 한다.”라며 뒤이어 “솔직히 정부는 알면서 의도적으로 단속을 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덧붙이는 등 응답자 모두 모조품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보였다.


전 세계가 바라보는 중국 모조품 시장의 문제점

          안전 문제

우선 모조품은 생산 허가를 받지 않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인증되지 않은 화학 물질이나 유해 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가짜 식품 사례로 알 수 있듯이, 그 피해는 우리 삶의 질과 안전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각국의 전문가는 모조품으로 인한 안전 문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② 저작권에 대한 법적 분쟁 발생

 중국의 모조품 업체가 해외의 유명 기업을 모방하는 문제가 빈발하자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저작권을 두고 모조품 업체와 법적 분쟁에 뛰어들었다. 이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해외 업체들은 판매전략 구축부터 상표권 분쟁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 레고(LEGO) 역시 중국에서 짝퉁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중국의 짝퉁 제조회사 레핀(乐拼)은 레고의 신제품이 나오면 이를 모방해, 모조품을 즉시 생산 및 판매하였다. 이에 분노한 레고 측은 2018년 레핀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했고 끝내 승소했다. 법원은 레핀을 저작권법 위반, 신용 원칙 위반 및 원고(레고)에 대해 행한 불공정 경쟁을 근거로 손해 배상금 470만 위안(한화 약 9억 원)을 청구하였다.

▲ 위조 ‘레고’ 판매 사건 재판 현장 <사진=百度>

레고의 사례는 흔치 않은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 있다. 애플의 경우에는 오히려 모조품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하였기 대문이다. 2012년 애플은 중국의 ‘프로뷰테크놀로지’라는 회사를 상대로 ‘아이패드’ 상표권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였다. 히지만 중국 법원은 중국 회사의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애플은 해당 회사에 약 6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나서야 ‘아이패드’ 상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모조품 회사와의 법적 갈등은 중국 진출 기업들에게 커다란 장애물로 자리 잡고 있다.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중국의 모조품 시장

중국의 모조품 시장이 성행하면서 중국은 일명 ‘짝퉁의 나라’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또한 정국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아 저작권 관련 소송을 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이 적어 상술한 레고나 애플과 같이 국내외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모조품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2019년 개정된 중국의 상표법이 있다. 중국의 상표법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중국 상표법 4차 개정으로 제4조에 ‘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악의적 상표등록 출원은 거절해야 한다’는 사항이 명시되었다. 이에 따라 중국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해외 브랜드의 상표를 무단으로 등록하여 이득을 취했던 ‘상표 브로커’들의 활동이 어렵게 되었다. 상표 브로커들이 출원 및 등록한 상표의 무효화가 가능해지면서 중국 브랜드와의 소송에서 해외 기업이 승소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상표법 변화 후 실제로 승소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고 있다. 상표법 개정은 오랫동안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이던 여러 브랜드가 승소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0년 마이클 조던이 8년 만에 상표권 분쟁에 승소한 데 이어 영국의 명품 브랜드 마놀로 블라닉은 무려 22년간의 상표권 소송 끝에 승소하였다. 국내에서는 상표 브로커들의 상표권 선점에 의해 피해를 보았던 파리바게뜨와 설빙이 잇달아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하였는데, 이 소송에 참여한 지심특허법률사무소의 유성원 대표변리사는 53개 기업을 대리하여 53전 전승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또한 유성원 대표변리사는 중국 기업을 상대로 하는 저작권 소송은 진행 요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기존의 소송은 주로 기업 대 기업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설치미술 작가 이재효 씨가 중국 업체를 상대로 승소하였다. 이는 입증이 어려운 ‘순수미술’ 작품인 점과 승소하기 어려웠던 중국을 상대하여 저작권을 인정받은 점, 그리고 개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13일, 중국 국가지식산권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상표법 개정 초안(의견 수렴 원고)’ 및 설명 자료를 게시하며 2월 27일까지 공중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표법 개정 초안은 상표 업무 및 재산권 보호 강조, 상표의 악의적인 등록 규제 강화, 상표 대리업 감독 및 관리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 내에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상표법의 변화가 지속됨에 따라 앞으로 중국 내 모조품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해 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달라진 짝퉁 시장 대응

중국 정부의 모조품 시장 근절 시도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 패키지여행에 필수로 들어있는 코스가 ‘모조품 시장 방문’일 정도로 중국의 모조품 시장은 그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조품 대국’이라는 중국의 이미지는 중국이 선진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의 큰 방해물이 되었고, 이에 중국 정부는 30년 전인 1993년 <소비자 권익 보호법>을 제정하며 모조품 시장과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정부 부처와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공동 주관으로 91년도부터 매년 소비자의 날(양력 3월 15일)마다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완후이(晚会)가 있다. 당국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을 고발하고, 모조품의 근절을 통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실질적인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편에 그쳤다. 그 이유는 바로 중국의 경제성장 동력 중 하나가 바로 모조품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그동안 위조품이나 불량품, 업계 내 불공정 사업 관행에 대한 감시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에 시달렸다. 

이에 최근 시진핑 정부는 지식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2021년 1월, 외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초 당 차원의 지식 재산권 보호 강화와 관련한 대규모 교육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당은 이 교육에서 “혁신은 발전을 이끄는 제1의 동력이고 지식 재산권 보호는 혁신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지식재산권 보호 업무 강화를 시사했다. 특히 이번 교육은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석해 지식 재산권 보호 사업이 국가 안보, 국민의 행복 등과 직결된다고 언급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시진핑 정부가 지식 재산권 보호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칼을 뽑아 든 정부가 어떤 처벌을 했을까? 

실제 시진핑 주석은 최근 외국 기업 제품에 대한 모조품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레고의 처벌 사례와 함께 같은 달 브랜드 루이비통의 모조품 제조, 유통업자 62명을 체포하였고, 1억 1000만 위안(한화 약 208억 원)에 해당하는 2천여 개 이상의 가품을 압수하기도 하였다.

▲ 2022년 3월, 무허가 살충제 및 농업 비료 생산 및 판매 단속 현장 <사진=百度>

온라인 전자상거래도 단속을 피하지는 못했다. 중국 정부는 온라인 전자상거래에 대한 단속 또한 강화했다. 그간 언급되던 문제들이 그 대상이 되어, 모조품 검열의 선두 주자로 알리바바가 나섰는데, 알리바바는 티몰에서 위조품을 판매할 경우 보증금을 압류하거나 관련 부처에 알린 뒤 폐점 조치할 뿐만 아니라, 타오바오에서의 모조품 판매도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회사 측은 한 해 위조품의 관리 단속에 쓰이는 금액이 1600만 달러(한화 약 176억)에 이르며 총 2,300명의 직원들과 5,4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이 같은 행위를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향방은?

중국발 모조품은 이미 수십 년간 지구촌 사회에서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모조품은 어디에선가 생산되고, 유통되고, 거래된다.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원인, 이른바 ‘뿌리’가 뽑히지 못한 채 어름어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을 통해 알 수 있듯 과거와는 달리, 중국 정부와 중국의 젊은 세대는 자국의 모조품 생산 및 소비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모조품 강대국’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시진핑 정부가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하며 해결을 위한 노력 중이며, 젊은 세대 또한 모조품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앞서 다룬 다양한 승소 사례를 비롯해 처벌 또한 강력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모조품 시장을 없애기 위해 앞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결책은 이미 제시되었으니 정부가 큰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젊은 세대의 지식 재산권 인식 또한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추세로, 더 나은 교육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 감히 예상할 수 있다.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중국의 모조품 시장 문제를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만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ditor 곽효정, 김두홍, 김은혜, 고은빈, 손혜령, 안예현, 유다현, 이소연, 최수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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