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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시사연합 ICAU Aug 24. 2023

대한민국 교권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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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은 기억에 남는 학창 시절 추억이 있으신가요? 저는 매년 진행되었던 축제와 체육대회, 현장체험학습 등의 다양한 행사들이 떠오르는데요. 특히 반 친구들과 함께 아침 일찍 모여 준비했던 스승의 날 깜짝 파티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즈음 교사들의 목소리를 담긴 뉴스들을 볼 때마다 "이게 아닌데…" 싶은 마음이 크게 듭니다. 어쩌다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 되었나 슬프기도 하고요.


오늘의 글로벌 인사이트, ‘대한민국 교권의 추락’입니다.





교권의 추락을 넘어선 사회의 몰락


지난달 발생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논란이 수그러들기도 전에 모 유명 웹툰 작가와 ‘왕의 DNA’ 교육부 사무관 A씨가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는 사건, 호원초등학교 초임교사 두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며 교권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오늘은 교권 침해의 심각성과 해결방안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 <사진=한국교육신문>

제42회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한국교총이 전국의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 교직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한지’ 묻는 문항에 전체 응답자 중 23.6%만 ‘그렇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역대 최저 기록이라고 합니다.


또한, 교직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는 ‘학생 생활지도’와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가 전체의 55.6%로 절반이 넘는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서이초와 호원초 교사 사망 사건은 특정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관련이 있으며, 유명 웹툰 작가와 사무관 A씨의 사건은 학생 생활지도 과정 중 발생한 일을 아동학대로 신고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들이 특수한 케이스가 아닌 교원들이 현장에서 흔히 겪는 어려움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권 하락의 원인과 문제점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 시절을 거치며 학교에도 강한 권위주의적 관습이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교사의 권리와 지위도 비교적 높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금지되었지만 촌지와 체벌이 성행하던 시절도 있었죠. 그러나 교육에도 민주화의 바람이 불며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학생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고, 학부모들의 교육 참여 기회가 증가했습니다. 물론 이는 긍정적인 변화일 것입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와 교권이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면 교권은 왜 추락하게 된 것일까요?


교육전공자 3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교권 추락의 원인’에 대해 묻는 질문에 최씨(남)는 학생인권만을 강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정씨와 이씨(남)는 훈육과 체벌을 구분하지 못하는 학부모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무차별적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가 원인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교권 하락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학생인권조례와 아동학대법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체벌이 금지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생의 과도한 권리만 명시한 이 조례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학생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죠. 따라서 자신의 권리를 과도하게 주장하거나, 자신이 교사에게 해를 가하여도 교사는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기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됩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동학대 특례법 10조에 따라 아동학대에 대한 의심만 있어도 신고가 가능하며 이후 즉시 수사가 시작되는데요. 최근 이를 악용하여 정당한 생활지도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대다수는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지만 신고와 함께 교직에서 해제되기 때문에 교사들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학부모의 기분에 따라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아동학대법으로 인해 교원들은 자신을 언제든지 신고 당할 수 있는 존재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위와 같은 문제는 사회화 기관인 학교에서 점차 훈육이 사라지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공교육과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

악성 학부모들의 민원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교사의 가혹한 학생 체벌과 촌지 등의 각종 비리로 오랜 시간 걸쳐 형성된 공교육과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도 교권 추락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교육을 개혁 대상으로 삼고 교사를 교육을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자’로 인식하게 만든 사회구조의 문제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문제의 공통점은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되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교사의 지위가 추락하고 존중이 사라진 것이죠. 경찰과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외국의 사례


미국의 사례

미국은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응방안은 주마다 상이하지만, 연방 교사보호법을 통해 공통적으로 교권을 보호합니다. 자세한 내용으로는 교사의 정당한 훈육과정에서 야기된 문제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면책권이 있습니다. 이는 아동학대 등의 이유로 신고 당할 위험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미국에는 교사의 개인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교사와 학부모 간의 사적 접촉을 금지하는 엄격한 원칙이 존재합니다. 각 주 별로 살펴보면, 위스콘신 주에서는 교권이 침해될 경우 교사단체와 교사가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가해자로부터 접근 금지 명령을 요구할 수 있으며 혐의가 인정되면 전학 조치가 됩니다. 미시간 주는 교권을 침해한 6학년 이상의 학생을 퇴학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을 1999년 제정하였습니다.


영국의 사례

영국은 1998년부터 체벌을 금지하고 있지만, 교권침해에 대한 처벌 권한과 강력한 훈육권을 부여하여 교권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의 교육법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교원의 직무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인데요. 따라서 교육부는 자세한 업무지침의 매뉴얼, 가이드라인 등을 교원들에게 제공합니다. 이는 분쟁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으며 법적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2013년 제정된 ‘타당한 처벌 권고지침’은 문제 학생에 대한 교실 밖으로의 강제 추방, 정학, 방과후 강제 훈육 등의 조치를 명시하여 학교와 교사의 제재 권한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영국 교원양성기관 ‘티치퍼스트’가 2021년 영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사(42%)가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 뽑히기도 하였습니다.


일본의 사례 

일본은 20년 전부터 무너진 교권으로 인해 많은 사회적 손해를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일본의 극복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길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과연 일본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일본에는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괴물 학부모’라는 뜻이죠. 이는 과도하게 자기중심적 요구를 하는 학부모를 뜻합니다. 극성스러운 학부모들의 주기적인 괴롭힘과 과중한 업무량으로 인해 일본에서도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였습니다.


교권의 하락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은 교사 개인의 피해를 넘어 많은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일본 공립 초등학교의 교사 임용 경쟁률이 꾸준히 하락하여 일본의 몇몇 학교에서는 교사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였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학력이 비교적 낮은 교사를 채용했습니다. 결국 교사 개인의 업무량이 증가하고 수업의 질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죠.


일본은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에 대응하고자 각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위원회에서 대응방안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오사카시의 교육위원회는 5단계의 문제행동 대응 차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이를 제지하는 교사에게 폭언을 행사할 경우는 레벨 3에 해당하여 경찰서 혹은 관계기관과 연계하여 교내 지도가 가능합니다. 학생이 교사에게 직접적인 폭행을 가할 경우는 레벨 4로 학교관리규칙에 의해 출석정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최고 수위인 레벨 5는 경찰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기후현은 소위 말하는 진상 학부모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습니다. 위압적인 태도로 화를 내는 학부모에게 녹음을 통보할 권리가 있으며, 통하지 않을 경우 형법 234조게 의거하여 위력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들을 비교해 본 결과 교사들에게 훈육권이 보장되며,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로 인한 신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비슷하게 학부모의 민원이 교직 생활에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히는 일본에서는 악성 민원의 수준에 따라 일일이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이 존재한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 <사진=News1>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해결방안과 쟁점


서이초 사건 이후로 한국의 교사들은 구조적 결함 속에서 억눌러온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 변화를 촉구하고자 무더위와 폭우 등에도 굴하지 않고 전국교사집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원하는 해결방안은 무엇일까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요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8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권 보장을 위한 ‘교권 5대 정책 30대 과제’를 제시하였습니다. 이 중 16개 과제가 법률 개정에 속하는데요. 교총 보도자료에 따르면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 아동복지법 및 유아교육법 그리고 특수교육법의 개정을 통한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면책권 부여

2. 학교 내의 과중한 민원과 악성 민원을 전담할 수 있는 ‘교육지원청’ 단위의 민원대응팀 설치

3.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만으로 직위해제가 이루어지는 절차적 문제점 보완


교육부의 개선안

지난 14일 교육부는 한국교원단체의 요구와 사회적 여론에 따라 ‘교권 보호 종합방안’ 시안을 공개하며 법령 개정에 나설 예정이라 밝혔습니다‘교권 보호 종합방안’에는 학부모에 의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예방하기 위해 학생 생활지도 과정 중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 교사에게 면책권을 부여하고, 학생 생활지도의 범위와 방식을 명시한 학생 생활지도 고시안을 마련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또한, 교육부는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원의 직위해제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입니다.


이와 같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제시한 ‘교권 5대 정책 30대 과제’의 상당 부분이 수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장 직속 ‘민원 대응팀’을 민원 창구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내놓아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한 문제를 다시 학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공교육, 교사, 교권


외국의 사례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외국은 교권침해 상황에서 경찰의 적극적 개입이 용인되는 반면 한국은 교원들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합니다. 그렇기에 교권 추락의 문제를 교원들에게 떠넘기기 보다는 행정·사법적 차원의 적극적인 구조적 변화가 절실해 보입니다.


현재 한국의 교권 추락 문제는 사회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혹은 체벌권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등의 이분법적 논의는 문제해결의 방안이 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 제정 과정에서 이로 인한 마찰이 있었죠. 교사의 권리가 침해되고 교사에 대한 존경이 약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비록 교권의 추락은 현실의 문제가 되었지만 과연 학생인권조례가 그 원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학생의 인권보장 정도와 교권 존중과의 관련성>을 연구한 논문 결과에 의하면 학교에서 인권보장을 더 많이 받은 집단이 교사의 권위 인정과 교육권 존중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으며 교사의 교육권에 대한 존중감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보였다고 합니다. 즉, 학생인권과 교권은 반비례 관계가 아닌 것이죠. 학생인권과 교권은 함께 존중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교사는 단순 ‘서비스 제공자’,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아이들이 미래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또한, 교권의 추락 특히 훈육의 부재는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교육의 목적은 올바른 사회구성원을 육성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죠. 자신의 아이만이 아닌, 사회공동체를 위해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Editor 고은빈, 김두홍, 정소운, 이소연, 최수완, 안예현,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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