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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석 Jul 07. 2020

학교와 안전

학교 출입문 통제장치는 과연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

  지난해 초 대구교육청은 대구지역 모든 초등학교에 지문인식 출입문 개폐 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급하게 반대 성명을 내고 지역의 인권 단체, 청소년 단체, 참교육 학부모회 등과 함께 지문등록 반대 대구연대회의를 꾸렸다. 초등학생과 교직원들의 생체 정보를 함부로 등록·수집하려는 교육청의 방침이 반인권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에도 진정을 넣었다. 작년 6월경 국가인권위는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의견서를 냈다.

   한동안 잠잠한가 싶더니 올해 5월에 다시 교육청은 중학교를 대상으로 안전도어시스템 설치와 관련된 공문을 내려보냈다. 지문등록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으니 대신 카드 방식이나 비밀번호 등 학교 안전도어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의견을 내라는 것이다. 형식은 의견 수렴이지만 실질적으로 학교에 출입문 통제장치를 설치하라는 압박이다. 이미 대구의 상당수 학교가  지문인식 출입문 통제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문제는 대부분 설치만 하고 운영하지 않는 곳이 더 많다. 매년 학생들의 지문을 등록하는 것도 일이지만, 아이들이 오가면서 출입문에 부딪히거나 강제로 열다가 파손되는 경우가 많고, 출입문을 일일이 지키고 관리할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 일과 중에 건물 출입문을 차단하려는 방침은 학생들을 교실 안으로만 가두려는 발상에 근거한다.

   작년 안전도어시스템 설치 문제로 교육청 장학관과 한참 설전을 벌였다. 장학관은 예전 서울 서초구 모 초등학교 사태처럼 외부인이 학교에 무단으로 침입할 수 있으니 학교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카드 방식이 분실로 인한 무단 이용 가능성과 관리 어려움이 있고, 비밀번호 방식 또한 유출 가능성이 있어 효과는 적고 부작용이 많다고 했다. 또 그런 문제라면 강은희 교육감 공약대로 학교보안관 제도를 도입하라고 했다. 안전을 중시한다면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대구교육청은 지금의 배움터지킴이를 갑자기 ‘학교보안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배움터 지킴이) 교직원이 아니라 시간당 4000원 받는 봉사직이다. 최저 임금도 안 되는 푼돈을 주고 보안과 안전 전문성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하다. 경찰을 고용하라고 했더니 자율방범대원을 경찰이라는 우기는 꼴이다.

  무엇보다 이 정책의 가장 근본적 한계는 교육청이 학교 안전을 바라보는 인식에 있다. 그들은 안전을 외부로부터 위협으로 한정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학교 출입문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지금도 학교마다 외부인 출입 관리와 감시를 이유로 수천 만원씩 들여 수십 대의 CCTV를 설치해 놓았다. 교문, 주차장, 복도, 운동장 등 여러 곳에 고화질 CCTV를 설치해 놓고 행정실이나 교감 자리 바로 옆 모니터를 통해 시시각각 감시한다. 때로는 이걸로 직원의 근무태도를 감시하거나 학생들의 무단 외출을 잡아내기도 한다. CCTV 설치 과정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이걸 왜 설치하는지, 어디에 설치할 건지 안내하거나 물어보지 않았다. 거기에 출입문까지 차단하면 학교는 <안전한 감옥>으로 완성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나 인권이 어느 정도 침해당할 수 있겠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통제와 침해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통제된 학교는 진정 안전한 공간일까?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부는 학교안전 7대 영역을 정해놓았다. 생활안전, 교육안전, 폭력 및 신변 안전, 약물 및 사이버 중독 예방, 재난 안전, 작업 안전, 응급처치 교육 등이 그것이다. 각 분야마다 학기당 1, 2시간씩 연간 총 51시간을 의무적으로 안전 교육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요식적으로 진행되면서 안전을 위한 안전교육이 아니라 안전교육을 위한 안전교육을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물론 안 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고 실제로는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덕분에 도움이 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교육이 안전사고가 발생되는 이유나 환경은 도외시한 채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는 있다.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대구에도 지진이 강하게 감지되었다. 하지만 상당수 일반고에서 학생들의 야자 참여를 강요했다는 이야기는 언론에도 보도될 정도였다. 지진 같은 재난보다 수능 준비를 우선시했던 것이다. 2018년 대구스쿨미투 당시에도 많은 학생들이 학교 내 성폭력과 일상화된 성차별의 실상을 폭로했다. 많은 이들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요구했지만 대구교육청은 형식적인 감사와 외면으로 사안 덮기에 급급했다. 학교 폭력도 학생 간의 폭력이나 외부인에 의한 폭력은 처리하지만 교사에 의한 폭력 문제나 학교 관리자에 의한 비민주적, 일상적 억압이나 폭력 문제는 거론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 자료에 의하면 청소년 성소수자의 98%는 혐오를 경험하고 5명 중 한 명은 자살을 시도한다고 한다.(2015년 기준) 또 장애학생의 36%는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다.(2014년 기준). 위에 나온 안전 중에 폭력으로부터의 안전, 억압과 차별로부터의 안전 문제는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학교 안전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코로나 19 재난 상황에서도 입시를 먼저 염두에 둔 교육당국은 수능과 입시 일정을 이유로 등교 수업을 강행했다. 6월에도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대구교육청은 전면 등교를 학교 자율로 결정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일부 학교에서 기존대로 격주제, 격일제 수업을 진행하려니 장학사가 전화 와서 왜 그 학교만 전면 등교를 시행하지 않느냐는 압박을 했다고 한다. 결국 실제 몇 군데의 고등학교에서는 교직원 의견과 무관하게 전면 등교로 방침을 다시 바꾼 사례가 들려온다. 방역 안전보다 입시 준비와 옆 학교 눈치보기가 우선시 되고 학교 자율성은 문건으로만 존재한다.

  나는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학교가 더 위험해 보인다. 그런 공간 속에서 학생들은 과연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안전할 권리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주체로서 인정받을 권리와 다른가? 투명한 정보 공개, 민주적인 절차, 주체로서 보장된 권리와 참여 없이 이루어진 안전이 제대로 된 안전일 수 있을까?

  출입문을 걸어 잠그면 안전할 수 있다는 발상은 학생들을 미성숙하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이고 이들은 통제하고 관리해야만 안전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색다른 경험을 할 기회를 놓치고 새로운 도전을 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모든 행동이 통제되고 관리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런 방식이 학교의 내부 모순과 구조적 한계를 감춘 채 유지하려는 발버둥처럼 보인다.

   또 이런 방식이 특정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형벌과 제재를 강화하고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을 높인다. 마치 외국인 노동자나 이민자, 난민의 증가를 빌미로 불안과 공포심을 유발하고, 그들에 대한 배제와 혐오의 감정을 근거로 안전을 강조하게 된다. 결국 형벌을 강화하고 배타적 국수주의로 이어지는 사례가 지금도 목격된다. 안전을 빌미로 한 사회와 국가의 억압이나 폭력은 안전보다는 불안감을 더 조성한다. 또 이런 안전조치가 인권을 억압하고 평등과 연대가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결코 안전한 사회, 안전한 학교라고 볼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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