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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아니라 ‘직무’에 초점을 맞춰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직무란 회사에 들어가서 하게 되는 일, 또는 맡게 되는 일입니다. 희망 직무는 빨리 정할수록 유리합니다. 만약 지원자가 희망 직무를 확실하게 명시하지 않으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채용 여부를 두고 고민하게 됩니다. 회사에 있는 수많은 직무들 가운데 그 사람을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정확하게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무를 정하지 않은 채 지원한 입사지원서는 쓰레기통에 버려집니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어느 기업이 아닌 원하는 직종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정확히 알고 그 분야와 관련한 자격증과 경험을 쌓은 사람입니다. 자, 이제 직무의 중요성을 인식하셨다면, 토익 점수를 올리거나 낮은 학점을 만회하기 위한 재수강 계획을 세우는 대신 먼저 직무의 발견이라는 새로운 화두와 씨름하길 바랍니다. 참고로, 업종도 정하지 않은 직무는 토대도 없이 벽돌부터 쌓는 일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을 직무로 맡고 싶은 구직자가 있다면, 우선 스마트폰 판매 쪽을 택할지, 식품업을 택할지 등 업종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직무를 정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취업을 운동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운동에는 많은 종목이 있고, 또 종목별로 세부 분야가 따로 있습니다. 육상이라는 종목만 가지고 이야기 하더라도, 육상 안에는 단거리와 중장거리 등의 세부 종목이 있습니다. 또 단거리 안에서도 100M, 200M, 400M와 같은 좀 더 세분화된 경기가 있습니다.
대학 4학년 때, 코치가 코앞으로 다가온 전국체전에 내보낼 학과 대표선수를 뽑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막연하게 육상을 준비해 온 학생에게 기회가 돌아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육상이라는 종목은 단거리, 중장거리, 허들 등으로 세분화 되어 있고, 각각의 세부 종목에서 요구하는 자질과 연습 방법은 다르기 때문에 막연한 준비로는 전국체전에 출전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한 학생이 허들 종목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한다면 기회가 생길까요? 그것 또한 확실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허들에도 110M, 400M 등 다양한 세부 경기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저학년 때부터 110M 허들 종목에 출전하기로 결심한 학생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 학생은 그에 맞춘 집중적인 훈련으로 이미 2학년 때부터는 학교 체전에 나가 경험을 쌓았을 것입니다. 그런 선수라면 코치도 망설임 없이 학과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할 기회를 줄 것이고, 전국체전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는 마침내 자연스럽게 프로팀에 입단해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체계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한마디로, 취업을 하고 싶다면 희망 직무를 빨리 정한 후, 직무와 관련한 경험을 통해 꾸준히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입사지원서에는 지원 동기와 입사 후 포부를 묻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회사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지원한다는 뉘앙스로 지원 동기를 도배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 왜 필요한지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산다면 충동구매이듯, 회사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회사가 그냥 좋아서 지원했다면 충동 지원입니다. 백화점 직원은 충동 구매하는 손님을 무척 좋아하지만, 회사는 충동 지원자를 싫어합니다. 백화점 손님은 스쳐지나가는 사람이지만, 회사의 사원은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에 끌려 충동적으로 지원한 지원자는 충동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마련입니다. 일을 제대로 해야 할 시기에 회사를 그만두면 회사로선 엄청난 손실입니다.
왜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는지를 말할 때는 직무를 중심으로 말해야 합니다. 지원 동기의 대상은 회사가 아니고 직무가 되어야 합니다. 이력서의 내용은 객관적 정보들이라 지원자 마음대로 수정할 수 없지만 이력서의 기입 항목 중에서 지원자가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직무입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통틀어 입사지원서의 모든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입니다. 나와 회사를 연결 짓는 시도가 입사지원이라면, 나와 회사를 연결 짓는 접착제가 바로 ‘직무’입니다.
대부분의 지원서에는 회사에 입사하면 하게 될 일을 적는 칸이 있습니다. 바로 ‘희망 직무’라는 항목입니다. 주어진 몇 가지 직무 중에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공란에 희망하는 직무를 직접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무란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입사지원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하게 될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직무를 정하는 것입니다. 나를 이야기할 때는 내가 해야 할 일과 연관 지어 말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에 들어가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어떤 일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라면 가상으로라도 직무를 설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자신이 할 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지원자를 선호합니다. 인사담당자, 면접관은 지원자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생각도 해보지 않은 지원자와는 어떤 말도 섞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 일(직무)이 자신과 어떻게 맞는지, 왜 좋아하는지, 어떻게 준비했는지, 어떤 경험이 있는지, 일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등이 지원동기가 됩니다. 회사가 좋아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좋아서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철저히 직무로 말해야 합니다. 직무가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자기소개서에서 지원 동기만큼 중요한 항목은 입사 후 포부입니다. 이것은 입사한다면 어떤 생각과 각오로 일을 할 계획인가를 말하는 부분이며, ‘미래’에 대한 질문으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장래 계획,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개념 없이 영어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더 하겠다는 등의 대답은 절대 금물입니다. 자기 계발은 입사 후 포부가 아니라 묵묵히 매진해야 하는 기본 과제입니다. 모든 시간과 노력을 회사 일에 쏟아 부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해도 될까 말까인데, 공부를 하겠다는 말은 면접관에게 당신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소리와 똑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고의 인재가 되겠습니다,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등의 구태의연한 포부를 말하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너무나 많은 지원자들이 똑같은 소리를 하기 때문입니다. 입사 후 포부를 말할 때도 ’직무‘로 말해야 합니다. 입사 후 포부는 직무를 수행할 때의 구체적인 아이디어, 계획, 개선점, 일의 가치 등으로 말해야 합니다. 직무가 열쇠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열쇠를 닦고 관리해야 합니다. 직무를 염두에 두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회사의 문은 스르르 열릴 것입니다.
직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원하는지 모르는 지원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영업이나 관리, 연구/개발, 기획, 생산, 마케팅, 총무, 서비스 등과 같이 막연히 직무를 정하긴 했어도 그 일이 어떤 일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 회사에서나 다른 곳에서 직무 경험이 없으니, 직무를 설정하고서도 어렵고 난감할 것입니다. 뭘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직무에 관한 정보를 찾고 공부하다보면 답이 보일 것입니다만, 그게 어렵다면 인성 위주로 접근하면 됩니다. 그 일을 잘하기 위해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잘 모를 경우에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성적 특징을 이끌어 내고, 그것을 직무와 연결 지어서 말하면 됩니다. 모든 직무는 인성적 역량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직무든 대인관계 능력, 참을성, 끈기, 성실성, 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과 같은 인성으로 직무수행 능력을 말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 특정 직무를 수행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뛰어난 업무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사고만 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신입사원이 크고 작은 사고를 쳐서 두고두고 술안주가 될 만한 에피소드를 만들거나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므로 직무수행 역량에 대해서는 마음 편하게 생각하면 됩니다. 직무수행과 관련된 전공지식, 경험을 불필요하게 강조할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경험과 전공지식을 자신 있게 말한다고 해서 감동하는 인사담당자나 면접관은 없습니다. 속으로 주관이 너무 강하다,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