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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Dec 17. 2017

"겁나 재밌는 취업"의 서막

- 준비된 자에게 구직활동은 축제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c5CiRAdwL71kXb0gxtE_Nw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자주 올라오는 글들 중 ‘취준생(취업 준비생)의 하루’라는 글이 있는데, 이 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나’를 ‘기업’에 맞게 잘 버무려내는 기술을 발휘해 자기소개서를 만들어내다 보니, 자기 이야기를 적는 자기소개서에 정작 본인이 없다는 것이다. 남이 쓴 자기소개서를 자기 것처럼 포장을 하다 보니 ‘뿌리를 잃은’ 자신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표류하게 된 취준생들은 한마디로 ‘취업용 가면’을 착용한 사람들이다. 가면을 썼다고 나쁜 건 아니다. 어떤 이유로 가면을 썼는지, 그 가면을 절대로 벗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가면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유용한 도구요, 비즈니스 세계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필살기 중의 하나이지만, 잘못하면 가면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가면 속에 갇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취준생들은 성격유형 검사(MBTI, 에니어그램), 행동 유형 검사(DISC) 등을 통해 가면 속에 들어있는 자아를 찾아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내는 행동의 일정 부분은 후천적 교육으로 얻어진 것이지만, 상당 부분은 타고난 성격의 자연스런 표출이기 때문에, 사람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가장 편안한 길을 찾아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격유형 검사나, 행동 유형 검사를 하면 가면 속에서 숨 쉬고 있는 자아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자기를 찾아가는 일부터 시작하면 ‘취업을 위한 취업 준비’가 인생을 즐기는 과정으로 바뀌게 된다. 한마디로 “겁나 재밌는 취업 준비”가 되는 것이다.

 환경 미화원으로 일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악취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쓰레기통을 치우고 거리를 청소하는 일을 평생 해온 분이다.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일에다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직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닌데, 신기한 것은 표정이 늘 밝다는 것이다. 하루는 그 점을 궁금하게 여기던 한 젊은이가 이유를 물었다. 힘들지 않으시냐고. 어떻게 항상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느냐고.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답이 걸작이었다.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네!”    

 환경미화원 아저씨는 자신의 일을 ‘돈벌이’나 ‘거리 청소’가 아니라, ‘지구를 청소하는 일’로 여기며, 의미 있는 삶을 살고 계셨던 것이다. 젊은이는 환경미화원 아저씨 덕분에 취업을 ‘돈벌이’로만 여기던 자신을 깨닫게 되었고, ‘비겁한 합리화로 치장된 가면’ 속에 갇혀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집에 돌아온 젊은이는 ‘수정하기 귀찮아서 기계적으로 제출하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살폈다. 취업을 위한 스펙만으로 가득한 이력서에 왜 취업하려고 하는지 질문을 해 보았다. ‘먹고 살기 위해서’, ‘남들도 다 하니까’, 등과 같은 답변이 담긴 이력서를 쓰느라 에너지를 낭비한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그래서 일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와 의미를 비전을 세우며 고민해 보았다. 그러자,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성공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질문이 카오스적 질서를 유지하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결론은 다음과 같다.     

 “가면 속에 들어있는 나만의 스토리로, 특별한 스펙을 만들자!”    

 일자리센터에서 직업 상담사로 근무하다 보면, 자신의 합격 가능성에 대해서 문의를 해오는 청년 구직자들을 수시로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질문 패턴은 거의 유사하다.

 “저는 수도권 중위권 대학을 졸업했고, 학점은 3.7에 토익은 750점, 자격증은 없으며, 봉사활동은 단 몇 시간뿐이에요. 과연 저 같은 사람도 취업을 할 수 있을까요?”

 그 어떤 청년 구직자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이런저런 것이며, 그 일을 위해 이러저러한 역량을 쌓았습니다. 어떤 회사에 지원하면 좋을까요? 더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죠?’라고 묻지 않는다. 스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펙(specification)은 구직활동에 있어 최소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성분(응시자격과 같은 절대적인 조건이 아닌 개인별로 다른 상대적인 능력)’을 일컫는 말로, 구체적으로 학점, 어학,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 경험 등이 포함된다. 스펙 쌓기는 취업의 무덤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모두가 경쟁적으로 스펙을 높이는 데 혈안이 된다면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대한민국 현실 상 스펙 관리를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스펙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자기소개서의 스토리만으로 이력서의 스펙을 이기려는 생각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그런데 취업은 수능시험과는 다르다. 서류전형을 하는 이유는 면접을 하기 위함이고, 면접은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시간이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됨됨이를 보고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직업 상담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린다는 것이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이 원하는 인재는 완벽한 스펙 관리를 위해 대학 시절을 온통 스펙 쌓기로 물들인 ‘취업 준비꾼’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채용 담당자들이 가장 꺼리는 지원자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스펙의 영향력은 대체 어느 선까지일까? 한마디로 말해, 좋은 스펙은 면접 기회를 줄 수 있지만, 최종 합격과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스펙이 좋으면 서류 심사를 통과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학성적 800점과 900점의 차이, 또는 학점 3.4와 3.8의 차이가 최종 취업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한 조건은 아니다.     

 준비된 자에게 구직 활동은 축제다.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을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회사’가 아니라 ‘직무’에 초점을 맞춰서 취업 준비를 하면, 구직 활동을 겁나 재밌게 할 수 있다. 직무란 회사에 들어가서 하게 되는 일, 또는 맡게 되는 일을 뜻하는데, 희망 직무는 빨리 정할수록 유리하다. 만약 지원자가 희망 직무를 확실하게 명시하지 않으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채용 여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회사에 있는 수많은 직무들 가운데 이 사람을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정확하게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무를 정하지 않은 채 지원한 입사지원서는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어느 기업이 아닌, 원하는 직종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자신의 흥미적성에 맞는 직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며, 그 분야와 관련한 자격증과 경험을 쌓은 취업준비생이다. 자, 이제 직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토익 점수를 올리거나 낮은 학점을 만회하기 위한 재수강 계획을 세우는 대신 먼저 직무의 발견이라는 새로운 화두와 씨름하길 바란다. 참고로, 업종도 정하지 않은 직무는 토대도 없이 벽돌부터 쌓는 일과 같다. 예를 들어 마케팅을 직무로 택하고 싶은 구직자가 있다면, 우선 스마트폰 판매 쪽을 택할지, 식품업을 택할지 등 업종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직무를 정하는 것이 순리다. 좀 더 쉬운 설명을 위해, 취업을 운동에 비유해 보겠다. 운동에는 많은 종목이 있고, 또 종목별로 세부 분야가 따로 있다. 육상이라는 종목만 가지고 이야기 하더라도, 육상 안에는 단거리와 중장거리 등의 세부 종목이 있다. 또 단거리 안에서도 100M, 200M, 400M와 같은 좀 더 세분화된 경기가 있다.

 대학 4학년 때, 코치가 코앞으로 다가온 전국체전에 내보낼 학과 대표선수를 뽑는다고 가정해 보자. 막연하게 육상을 준비해 온 학생에게 기회가 돌아갈까? 그렇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육상이라는 종목은 단거리, 중장거리, 허들 등으로 세분화 되어 있고, 각각의 세부 종목에서 요구하는 자질과 연습 방법은 다르기 때문에 막연한 준비로는 전국체전에 출전하기는 힘들 것이다. 자, 그렇다면 한 학생이 허들 종목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한다면 기회가 생길까? 그것 또한 확실하지 않다. 왜냐하면 허들에도 110M, 400M 등 다양한 세부 경기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저학년 때부터 110M 허들 종목에 출전하기로 결심한 학생이 있다면 어떨까? 그 학생은 그에 맞춘 집중적인 훈련으로 이미 2학년 때부터는 학교 체전에 나가 경험을 쌓았을 것이다. 그런 선수라면 코치도 망설임 없이 학과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할 기회를 줄 것이고, 전국체전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는 마침내 자연스럽게 프로팀에 입단해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체계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한마디로, 취업을 하고 싶다면 희망 직무를 빨리 정한 후, 직무와 관련한 경험을 꾸준히 쌓아, 해당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거의 모든 입사지원서에는 지원 동기와 입사 후 포부를 묻는 항목이 있다. 이때 회사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지원한다는 뉘앙스로 지원 동기를 도배하면 안 된다. 물건을 구매할 때 왜 필요한지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산다면 충동구매이듯, 회사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회사가 그냥 좋아서 지원했다면 충동 지원이다. 백화점 직원은 충동 구매하는 손님을 무척 좋아하지만, 회사는 충동 지원자를 싫어한다. 회사 이미지에 끌려 충동적으로 지원한 지원자는 충동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데, 일을 제대로 해야 할 시기에 회사를 그만두면 회사로선 엄청난 손실이기 때문이다.

 왜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는지를 말할 때는 직무를 중심으로 말해야 한다. 지원 동기의 대상은 회사가 아니고 직무여야 한다. 이력서의 내용은 객관적 정보들이라 지원자 마음대로 수정할 수 없지만 이력서의 기입 항목 중에서 지원자가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있다. 그건 바로 ‘직무’다. 직무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통틀어 입사지원서의 모든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한마디로, 나와 회사를 연결 짓는 시도가 입사지원이라면, 나와 회사를 연결 짓는 접착제가 바로 ‘직무’임을 명심하자.

 대부분의 지원서에는 회사에 입사하면 하게 될 일을 적는 칸이 있다. 바로 ‘희망 직무’라는 항목이다. 주어진 몇 가지 직무 중에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공란에 희망하는 직무를 직접 쓰는 경우도 있다. 직무를 적는 공간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입사지원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하게 될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직무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이 회사에 들어가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어떤 일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라면 가상으로라도 직무를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면접관은 직무에 대해 생각도 해보지 않은 지원자와는 어떤 말도 섞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철저히 직무로 말해야 한다. 직무는 취업문을 여는 열쇠다. 이 일(희망직무)이 자신과 어떻게 맞는지, 왜 좋아하는지, 어떻게 준비했는지, 어떤 경험이 있는지, 희망직무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등을 지원동기와 함께 밝히면 “겁나 빠른 취업”을 만끽할 수 있다. 이때 명심할 사항은, 단순히 회사가 좋아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직무를 수행하기 좋은 회사이기 때문에 지원했다고 말해야 한다.

 자기소개서에서 지원 동기만큼 중요한 항목은 입사 후 포부다. 이것은 입사한다면 어떤 생각과 각오로 일을 할 계획인가를 말하는 부분이며, ‘미래’에 대한 질문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장래 계획,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개념 없이 영어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더 하겠다는 등의 대답은 절대 금물이다. 자기 계발은 입사 후 포부가 아니라 묵묵히 매진해야 하는 기본 과제다. 모든 시간과 노력을 회사 일에 쏟아 부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해도 될까 말까인데, 공부를 하겠다는 말은 면접관에게 당신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소리와 똑같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고의 인재가 되겠습니다,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등의 구태의연한 포부를 말하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너무나 많은 지원자들이 똑같은 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입사 후 포부를 말할 때도 ’직무‘로 말해야 한다. 입사 후 포부는 직무를 수행할 때의 구체적인 아이디어, 계획, 개선점, 일의 가치 등으로 말해야 한다. 직무가 열쇠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열쇠를 닦고 관리해야 한다. 직무를 염두에 두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회사의 문은 스르르 열릴 것이다.

 직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영업이나 관리, 연구/개발, 기획, 생산, 마케팅, 총무, 서비스 등과 같이 막연히 직무를 정하긴 했지만, 그 일이 어떤 일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취준생들이 의외로 많다. 직무 경험이 없으니, 직무를 설정하고서도 어렵고 난감한 것은 당연하다. 뭘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직무에 관한 정보를 찾고 공부하다보면 답이 보이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인성 위주로 접근하면 된다. 그 일을 잘하기 위해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잘 모를 경우에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성적 특징을 이끌어 내고, 그것을 직무와 연결 지어서 말하면 된다. 모든 직무는 인성적 역량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직무든 대인관계 능력·참을성·끈기·성실성·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과 같은 인성으로 직무수행 능력을 보여주면 된다.

 회사에서는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 특정 직무를 수행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뛰어난 업무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사고만 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신입사원들이 크고 작은 사고를 쳐서 회사 회식 때마다 두고두고 술안주가 되곤 한다.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신입사원도 종종 있다. 그러므로 직무수행 역량에 대해서는 마음 편하게 생각하면 된다. 경험과 전공지식을 자신 있게 말한다고 해서 감동하는 인사담당자나 면접관은 없으니. 직무수행과 관련된 전공지식, 경험을 불필요하게 강조할 필요도 전혀 없다. 속으로 주관이 너무 강하다,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준비된 자는 “겁나 재밌는 취업”을 맛보게 될 것이다.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겁나 재밌게 취업 준비를 해 보자.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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