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아 Apr 30. 2023

스즈메의 문단속

V 버킷리스트 60. 한 달에 한 번 율이와 조조영화를 본다

별생각 없이 여리여리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어 4학년에게 카톡을 보냈다. 퇴짜 맞으면 혼자라도 보러 가야지 했었는데, 의외로 ‘매우 긍정적 OK' 사인이 떨어졌다. 물어봤더니, 요즘 유튜브에 ’ 스즈메의 문단속‘ 짤이 쉬지 않고 나와서 궁금하다는 것이다. 오호! 이렇게 해서 뮤지컬 영화 ’ 안중근‘도 봤는데... 뭐만 하면 ’나 오늘 이 순간 맹세하나니. 내 조국 위하는 우리의 열정. 우리 여기 모여 함께 한 이 순간 결코 저버리지 않으리.’가 나온다고 ㅋㅋㅋ 유행만 하면 쇼츠-틱톡-릴스로 무한반복되어 확대 재생산되는 유튜브의 전파력이란.


스즈메의 문단속 x 카뮈

출처 : 네이버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포토, 새움 출판사 이방인 표지사진

’ 미미즈 : 엄청난 기세로 몰아쳐 나오는 지진을 일으키는 촉수같이 생긴 어떤 기운‘ 은 평범한 일상이 기분 좋게 반짝이는 우리가 모여사는 곳곳에 아무런 이유도 맥락도 없이 뻗어 나왔다.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의 세계관이 여리여리한 애니메이션으로 녹아 나왔다.


너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아?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아. 하지만 소타가 없는 세상에 사는 것은 두려워.


카뮈는 신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산 밑에서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지프의 운명을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삶에 빗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은 자살이 아니라 그 삶을 똑바로 직시하며 끝까지 이어나가는 것임을 밝혔다(고한다. by 나무위키). 유고작이 되어버린 미완성 소설에서 한정된 삶을 더욱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는데(by youtube 지혜의 숲) 끝맺지 못하고 돌아가셨...ㅜ.ㅜ ‘이 모든 카뮈의 메시지를 <스즈메의 문단속>이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슴은 감동으로 벅차오르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며 주제가 ’ 스즈메‘ 가 나왔다. 노래 곳곳에 모모의 문장들이 보석처럼 박혀 반짝반짝 빛을 내며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스즈메의 문단속 x 모모

출처 : 네이버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포토, 비룡소 출판사 모모 표지

스즈메의 문단속 주제가] 너의 안에 있는 붉고 푸른 선 그것들이 맺어지는 곳은 심장. 떠오르지 않는 소중한 기억, 말로 표현될 수 없는 여기에 있는 마음, 그것만으로 이 마음은 이루어져 있어. 너에게 “알아차려줘”라며 지금도 그 가슴을 두드려 울리고 있어.


모모 217 ] 이 시계들은 그저 취미로 모은 것들이야. 이 시계들은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속에 갖고 있는 것을 엉성하게 모사한 것에 지나지 않아.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지금 여기에 현존하라는 메시지는 어디에나 있지만, 이토록 가슴을 두드리며 와닿는 문장은 여기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하루 중 몇 분이나 가슴에서 울리는 시간을 알아차리고 있을까? 마음이 두드리는 울림에 귀 기울이고 있을까?


스즈메의 문단속 주제가] 바람 속에서도 지지 않을 목소리로 전할 말을 지금은 키워내고 있어.


모모 226] 아가, 기다린다는 것은 태양이 한 바퀴 돌 동안 땅 속에서 내내 잠을 자다가 드디어 싹을 틔우는 씨앗과 같은 거란다. 네 안에서 말이 자라나려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야. 그래도 하겠니?


나는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분명하게 전하길 바랐지만, 사람을 대면하고 말을 시작하면 이내 머릿속은 하얘지고 흐지부지 엉성하게 맺음 하는 통에 실로 비참함을 느꼈다. 하지만 생각이 말로 자라나려면 씨앗에서 싹을 틔워내듯 골똘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문장들이 있어, 오늘 하루는 하나뿐인 나에게 예의를 갖추어 골똘한 시간들을 보냈다.



작가의 이전글 모모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