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만 어렵지]
퇴근 후, 집에 들어오니 아이를 봐주시던 친정엄마가 잠깐 와보라고 하신다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와서 앉았다
"왜?"
아이가 유치원에서 자기랑 다들 안 놀아준다며 자기 혼자 구석에서 레고가지고 혼자 쌓고 무너뜨리고 하고 노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고민이 된단다
"갑자기?" 하고 아이를 쳐다보며 물어보니,
목요일에 있는 수업에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칸에 나와있는 "고민"이라는 것이 아이의 고민을 끄집어냈다
내가 '갑자기'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사실 아이의 고민은 하루이틀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집 아이는 이미 어릴때부터 싹수(?)가 보였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겸사겸사 쓰면서 이리저리 상담도 받고 다녔는데 여전히 쉽지 않은가보다
굉장히 감정적인 친정엄마의 곁에서 남모를 가슴앓이를 많이 했던 터라,
나는 엄마가 되면 아이랑 큰 고민을 조심조심 나누면서 이야기 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래도 그렇지,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임팩트가 큰 - 40이 넘은 나도 아직 어쩔 줄 모르는 - 교우관계에 대한 주제로 이렇게 오랜기간동안 고민상담을 해줘야 할지, 큰 압박으로 들어올 줄 몰랐다
그래도 내가 아는 한, 할 수 있는 한 가장 먼- 제 3자의 입장에서 차분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면서 입을 뗐다
"친구 사귀는 건 원래 너무 어려워- 처음만 어렵지 몇 번 더 노력하면 친해질 수 있을꺼야"
"엄마도 친구 사귀는 거 너무 어렵던데? 모든 사람이랑 다 잘 지낼 필요는 없어 마음에 맞는 사람이랑만 잘 지내도 돼"
그러나 나도 안다 우리 아이의 결점을,
부족한 사회성을 나도 잘 안다 매우 잘 안다
그래서 가장 괴롭고 힘들다- 내가 뭔가 해결을 해주거나 이 고민을 끝내줘야 할 것 같은 이 느낌...
양육자로써 혹은 매니저로써 가장 나쁜 태도이다
아이의 부족한 사회성을 처음에는 친구가 거의 없는 집돌이 남편 탓으로 생각했는데,
군데군데 나의 모습도 보인다 - 이 부분이 가장 괴롭고도 괴로운 가슴 아픈 대목이다
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유난히도 남들의 지시사항을 따라하지 못해서 "곤지곤지잼잼"도 건너뛴 아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운영하셨던 우리 엄마도 포기했다)
이 성향을 날 닮은 건 아니지만, 아이는 본인이 관심 있는 것에는 매우 흥미를 보이고 지시사항을 종종 잊어버린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로 낙인이 찍히고 위험한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내가 집중하는 바가 너무나도 명확하니까,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는 부분이 보이게 된다
강압적으로 다른 친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게 되는 부분이나,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아이들에게 선생님처럼 구는 행동이 다른 친구들에게 외면 받는 이유인 것 같다(사실 몇번 목격함)
굉장히 아이러니하게 내가 다니던 회사의 경영자들의 장점(?)으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내 목표를 위하여 사람들에게 지시하고, 그를 위해 다른 사람의 가치관이 무엇이건 관계없이 주는만큼 돈값을 하라는- 그걸 생각하면 아이의 천직은 CEO 인건가....
하, 이 것을 쓰는 동안 육아스트레스가 살짝 올라왔다
다행히도 아이의 장점은 본인이 관심 있는 것에 대한 집중도와 그것을 해결하고/알고싶어 의지
그리고 나를 유난히 닮은 호기심,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은근히 뽐내고 싶어하는 마음(이것도 내쪽인듯...ㄷㄷㄷ)
내 기여도가 95%는 되는(배에서 10달간 있었으니 5%를 줘도 과하다 근데 거의 유전자는 아빠 몰빵)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하나도 안 보이는 날들을 살아갈 아이를 위해,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AI도 너무 교육을 바꾸고 있어서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 우주, 지구, 기계, 농업을 접목해서 과학/수학/엔지니어링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 하는 방법을 익혀주고자 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에세이를 작성한다 아이가 태어난 해의 친구들이 마지막 수능을 보는 셈이니, 이런 교육은 필요할 것 같다
나를 위한 글이였다면 백퍼 하다가 말았겠지만, 아이를 위한 것이니 어떻게든 마무리 짓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모든 어머니, 아버지들은 참 위대하다
카드빚 같이 이 숫자로 구매한 내 아이는 볼때마다 너무 예쁘고 대견하지만, 막상 숫자로 찍히는 아이의 양육을 위해 들어가는 돈과 나의 젊음과 시간..
너무 아깝지만, 그렇지만 사랑한다 아이야
사춘기가 되어 더 이상 엄마 옆에 오고 싶지 않을 때는, 이 글을 보면서 엄마와의 사랑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혹시나 엄마에게 실망하게 되는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내 본 마음은 항상 엄마가 처음이니까 그랬을 수 있다고-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해서 대견하다고 생각해줄래?
할말은 너무 많지만 여기까지, 엄마는 너의 단점이자 장점을 잘 살려서 잘 이끌어줘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