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 아사리 교육 - Mismatched

[처음만 어렵지]

by bokyung


아이 방학 첫날, 매우 호기롭게 벼르고벼르던 서울자동차박물관은, 서울이라는 말을 달고 있지만 이건희 선생님이 모은 차를 전시해둔 박물관으로 에버랜드 옆에 있었다


우리는 차가 없는 집이라 굳이굳이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다녀왔다

아이와 우아하게 엔진도 보고, 예쁜 차도 보려고 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아이는 운전하는 것에 홀딱 빠져서 핸들도 못 꺾는 120cm 이하 어린이 주제에 하고 싶은 건 특히 참견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 존재였다


ㄴ 차에 별 관심이 없는 나, 예쁘면 되는데- 엔진까지 이렇게 너 때문에 봐야 할지 몰랐다


ㄴ 백투더퓨쳐를 여기서 이렇게 볼 줄이야..... 시간공간을 뛰어넘는 차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ㄴ 역시 아이는 차보다는 안에 있는 나사와 기계들을 만져대느라 여념이 없었다 / 집에 가자 너를 위한 책이 와 있다


두 번째 아티클에서 분명 호기롭게 장/단기 스케줄까지 만들었다가 너무 회사에서 금방 온 거 같은 느낌이라 삭제했던 나.. 앞에 번호를 붙여서 그나마 정리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럴 줄 알았지만 벌써부터 이럴줄은 몰랐다


우선 책은 Usborne 책으로 10권을 모두 "알라딘"에서 중고매장에서 구매하였는데,

(하.. 사랑합니다 알라딘 양탄자 쟈스민 만만세!!)

그 배달이 오기도 전에 이렇게 아이는 택배를 뜯어보고는 책비닐을 마구 뜯기 시작했다

그나마 정신차리게 하고 4권만 골라서 이 정도만 살려두고 나머지는 너 하는 거 봐서 꺼내준다고 이야기 했다


나의 순서와는 관계없이 아이는 자기 맘대로 책을 골라버렸고, 울며겨자먹기로 아이가 정한 순서대로 뒤죽박죽 책을 읽어주게 되었다 젠장

Usborne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플랩북으로 매우 유명하고, 그림체도 그렇지만 열어도 열어도 또 나오는 숨겨진 페이지 때문에 환장하면서 보는 책들이다

나는 기계의 원리를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생활속과학이 너무 좋았는지, 자기 이름표까지 붙여놨다


ㄴ 고맙습니다 Usborne 판매자 선배학부모님들, 그리고 관계자분들


요 사이 아이를 키우며 느낀 게 있다면, 아이들이 모든 것을 너무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에서 절박함? 고마움 같은 게 전혀 없어졌다는 것이다

우리 때는 책이든 뭐든 물질적으로 각박함을 느끼며, 안 사주는 엄마를 흘겨보고 나중에 나이들면 할머니된 엄마한테 옷 안 사주겠다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려가며 궁시렁댔을텐데-

6명(시댁, 친정, 부모) 사이에 한명씩 앙꼬처럼 있는 새까만 눈의 예쁜 아이들은 태블릿으로 매체를 틀어달라고 할 때보다도 덜 절박하게 물건을 사달라고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나가다가 "엄마 물" 에도 몇 걸음 못 걸어가서 있는 편의점에서 생수를 하나 사주는 "너그러운?" 엄마가 바로 나 아닌가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지나가던 가게에 물 한잔만 좀 달라고 부탁하면 놋그릇에 담아주던 보리차 한잔 마시고 고맙다고 백번쯤 인사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옆에 동생이나 엄마까지 얻어마시게 될 정도면 엄마가 죄송하다고 껌 하나라도 사주던 건 굉장히 나이스한 상황이고 보통은 아래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게 엄마가 (떠나기 전에) 말할 때 진작에 물 좀 마시지- 쥐어박히거나,

혹은 조금 참고 목적지(외가, 친가 혹은 집)에 가서 먹자


라는 말들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목마름을 마른 침을 삼키며 때워왔던가-


라떼랑 비교하기엔 아이와 나 사이에는 나이 차이가 너무 나지만, 이게 선진국화된 세계에서 태어난 아이들과의 격차인건가 싶다가도 "열정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는" 나 조차도 맹탕해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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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이 사라진 아이에게 배움을 구걸하게 하는 방법은, 슬쩍 보여주고 치워버리고-

알려줄듯 말듯 조금씩 알려주고, 이런 거 아는 애는 니 나이때에 너 밖에 없어

너 진짜 최고 형아가 될 거 같애 로 구슬려가면서, 과자 먹여가며 물개박수로 아이에게 동기부여하며 배움을 갈구하게 해주는 것 뿐이다(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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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플랩북에 그렇게 많은 글자들이 있는지,

진짜 저자가 유언을 담아놓은 것처럼 플랩북은 열어도 열어도 또 새로운 단어들이 나와서-

아이가 물어보는 말에 온갖 상상을 다 하면서 대답을 해줘야 겨우 끝난다


그래서 처음에는 1권을 다 읽어주다가 다음부터는 하루에 2 챕터만 읽어주겠노라 한다

이유를 묻길래, 엄마 흰머리가 너무 많이 나서 안 되겠다

(이건 노동법에도 어긋난다- 부모는 왜 근로기준법이 없냐.. 자다가도 "엄마"는 계속 불린다)


(엄마가 회사 그만둔지 아직 남의 편만 아는 중이라서) 아이는 자기 방학에 이렇게까지 같이 놀아주는 엄마가 너무너무 고마운지 이해는 안되는 얼굴이지만, 알겠다고 한다


과학책과 기계책을 읽고 아래와 같이 Tomicar의 전개도를 보면서 하나하나 조립해본다

이전에는 도면을 보고 읽지 못하는 아이였지만, 실행을 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을 먼저 알려준다



[실행의 순서]

1. 부품이 제대로 있는지, 숫자는 맞는지 확인(재료확인)

2. 어떤 도면으로 조립할 것인지 확정할 것(장/단점 파악할 것)

3. 각 도면을 어떻게 분리해서 읽어야 하는지

4. 조립하는 과정에서 개선점이 있는지


ㄴ 아이가 만든 토미카 기차- 기차역은 사람들이 많이 오니, 쇼핑몰도 지어볼까? 하고 경제관념도 알려주려고 했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엄마가 아주 대단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착각할 거 같은데 기본적인 것이다

그리고 우선 너네 엄마는 세운 계획대로 너에게 순서대로 알려주지도 못했지만, 엄마가 10년전부터 알게 된게 있잖아? 세상에 실수로 비춰지는 우연이 더 황홀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는 것


아이에게 경제 관념까지 알려주고 싶어서, 기차역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니까

옆에 쇼핑몰을 만들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겠다! 라고 하니

자기는 마굿간을 지어서 말들한테 먹이주는 체험을 하는 곳을 만들고 싶단다


이 것봐라 성깔은 CEO급인데, 돈 안 되는 것들만 골라서 하는 재주가 딱 재벌 3세급이네

어쩌니, 아직 엄마아빠도 재벌 근처로 다가가지 못해서 너는 니 맘대로 하다간 딱 굶어죽겠는데-


결국 나의 설득으로 사람들이 기차 시간을 기다리기에 마굿간은 너무 냄새가 심하니-

까페를 짓고 그 옆에 마굿간 체험을 할 수 있는 까페를 짓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아이는 결국 새로운 버전의 기찻길도 이전 보다 더 빠르게 도면을 보면서 조립을 완수했고, 외할머니가 봤다는 에펠탑도 만들어서 전시까지 했다

그리고 중간에 공사하느라 포트레인이 들어와서 수리하는 연출까지 했다 - 정말 장족의 발전일 수 밖에 없다


다 담지는 못했지만, 높이를 높였다 내렸다 하면서 기차가 지나갈 수 있는지 훈련까지 시키는데- 그 과정에서 중력/관성 등도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다음 시간에는 뭘 가르치지, 우선은 4개 책을 다시 한번 읽어줘보고 가장 재밌던 거 골라보라고 한 다음에 천천히 고민해봐야겠다



기계의 원리를 어떻게 가르쳐주지, 하... 엄마도 이렇게 다시 공부하게 되는구만

이래서 부모는 어려운 것이라 말하나보다

공업사 아저씨들이 하는 것처럼, 잘 관리된 부품들과 기계들 그리고 작업복까지 따라하는 너에게 이제 알려줄 것은 볼트와 너트(결합) / 배터리 / 에너지 / 운동을 옮겨서 이동시키는 방법(기계가 움직이는 방법 - 태엽, 등) / 왜 인간은 기계를 만들었는가

이 정도를 알려줘봐야지..


이번주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Mix Match, Mismatch다...



엄마가 이번달까지는 놀꺼 같으니까 좀 준비해볼께

가끔 엄마가 언젠가를 나를 위한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미리 계속 말하는데, 엄마 미울때 꼭 이 글들을 읽고 용서해줄 수 있는 마음을 준비해주면 좋겠어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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