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치매라서 좋겠다

#사고

by 열정의 개척자

아버지의 환갑이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랜만에 누나랑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를 만났다. 몇 년 만인지도 모르는 만남이었지만 그 후로도 우리는 10년동안 다같이 만난적이 없었다. 그 만남에서 우리는 아버지가 이상했다. 뭔가 달랐다. 이미 40대때 뇌에 출혈이 있었고 그 후로도 몇 번의 출혈이 있었던 아버지가 60대가 넘어 건장한 것이 늘 신비로왔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아버지는 치매였다.


누나는 아버지에게 바로 말했다.


“아빠 치매왔다. 내일 당장 병원가라”


“내가 무슨 치매냐?”


“생각해봐. 지금까지 얼마나 뇌 때문에 자주 병원갔는지. 그렇게 살아놓고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 내일 당장 빨리가봐”


자기 몸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아버지는 다음날 바로 병원에 갔다. 그러고도 자랑을 한다.


“의사가 나처럼 빠르게 병원에 오는 사람이 없데. 정말 아주 초기라서 지금부터 약 먹으면 크게 걱정할 것 없이 치매가 천천히 진행된다고 한다”


치매가 발병했지만 약을 잘 복용해서 그런지 증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 넘게 아버지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70대 중반이 되면서부터는 치매가 아버지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고를 내셨다.


70대 초반에 아버지의 면허를 반납했다. 치매를 앓고 있으면서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던 아버지는 여전히 운전을 하셨는데, 70이 넘자 신체 반응 속도가 너무나 떨어지셨다. 여기저기 차량은 찌그러졌고 크지 않지만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내셨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현금으로 상대에게 사고처리를 기록에 남지 않게 했다. 그걸 몇 번 두고 보다 참지 못하고 우리는 아버지 면허를 강제로 반납했다.


“이러다가 사람 죽인다. 혼자 죽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


그렇게 면허를 반납한지 일 년이 지난 어느날 아버지는 갑자기 차를 끌고 오셨다. 중고매매단지에 가셔서 오래된 중고차를 800만원이나 주고 오셨다. 아버지는 자신이 면허를 반납한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차를 폐차한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몇 년전의 자신으로 돌아가 차를 사셨다. 중고차를 파는 사람들은 충분히 아버지가 이상한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차를 팔았다. 자동차 종합보험도 이리저리 돌려서 가입시켜 놓았다. 매매상 사람들에게 쫓아갔지만 대답은 화가 날 뿐이었다.


“불법은 없다”


불법이 없다. 속으로 외쳤다. ‘꼭 너희들 부모도 그렇게 불법 없이 살길 바란다’


“누나 이 차 가질래? 가서 조카에게 줘”

“싫다. 볼 때마다 짜증나서 애 잡을까봐 싫다”


우리는 다른 중고차 매매상에서 800만원에 산 차를 200만원에 팔았다. 종합보험은 바로 취소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내일이면 이 사고를 잊을 수도 있다. 내일 기억을 해도 며칠이 지나면 아마도 기억하지 못하겠지. 네이버와 다음 지도에 아버지가 나온다. 거리뷰 사진을 보면 아버지는 늘 차를 닦고 계신다. 몇 년 동안의 사진을 봐도 아버지는 차를 닦고 계신다. 어릴적 우리 삼남매의 사진 배경은 언제나 차였다.


그리고 아버지가 내연녀를 들킨 것도 차였다. 어느날 집으로 날아온 속도 위반 사진에 출장 간다고 했던 아버지는 내연녀를 태우고 놀러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지금 아버지의 머릿속 차 안에는 누가 타고 있을까?


아버지는 치매라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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