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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Feb 23. 2024

조종사의 꿈

여정

일찍 비행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로 바에 내려가니 조종사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다들 안면이 있는 기장 들이다. 옆에 있던 다른 기장들도 합석을 하여 졸지에 기장파티다. 한 승무원 친구는 친구를 만나러 갔고, 다른 승무원은 집에 일 있어 전화기에 붙들여 있어 졸지에 나 혼자 끼였다.


새로운 부기장들이 늘어나 환영인사도 할 겸 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어린 나이 24살짜리 남자 부기장과  30살짜리 여 부기장들은 이제 두세 달 된 새내기 직원들이다.


조종사들이 많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런지  부기장들이 점점 나이가 어린 새내기 조종사들이 부쩍 많이 늘었다. 원래 대학교와 1500시간 비행기록이 있어야 되는데, 이젠 대학교 졸업장도 필요 없고 1000시간을 채우면 지원을 할 수가 있다.


기장이라는 직업이 요즘 특히 많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막연히 기장이라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가부장적인 문화에서는 여기장은 때론 생소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요즘은 자주 여기장들은 본다. 어릴 때부터 아빠가 기장이라 꿈을 키운 사람들도 있고, 육군 공군 해군을 거치며 시간과 돈을 아끼는 여기장들도 있다. 때론 부모님이 항공사에 일을 하면서 꿈을 키우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장이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다행이다. 작은딸은 기장을 한다고 결심을 지난여름에 했다. 그동안 조금씩 아이에게 기장들을 소개해주면서 경비행기를 태워주며 비행의 스릴을 맛보게 해 주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로 두 번째는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걸로, 세 번째는 상담을 받으며 기장이라는 직업을 옵션으로 소개도 해보았다. 이렇게 꼬박 2년 반을 소개만 해주었더니, 이젠 정말 그 길을 한번 도전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갈길은 멀지만, 일단 한발 스스로 앞으로 내민 것이니 부모입장에서는 반갑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힘들 거라는 걸 잘 알기에 걱정이 태산이다.


아이가 선택한 길은 대학이다. 일단은 올해 말 17살이 지나면 일반 조종사 자격증을 준비하여 따고2년제 항공전문대학을 다니며 실습으로 항공시간을 늘리고난 후, 강사로 일하면서 나머지 4년제 대학교를 마치는 길을 선택했다.


만약 2년 후 4년제 대학을 굳이 가지 않아도 아이는 항공사에서 추천하는 기장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일반 대형 항공사 자격증을 따서 취직을 바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청하기를 권유했다.


어린 기장을 보니 이제 열여섯 살 딸 생각이 난다. 24살 앳된 얼굴의 기장이 틱톡, 스냅챗 하니 내 딸과의 대화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농담으로 비행기 착륙은 할 줄 알지?라고 하니 깔깔거리며 웃는다.


노파심인지 어려도 너무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비행기만 몰다가 취직을 했으니 상식이 조금 모자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말하는데 철부지 같다. 내가 늙었나 보다.


알고 지내는 기장들은 다들 딸이 기장직업을 선탹하려고 한다니 너무 잘됐다고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응원을 해준다. 하지만, 얼마나 힘든 과정이 있는지 잘 알려줘야 한다고. 그걸 모를 일이 없다.


다들 기장이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10시간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고통스럽다. 만약 기장들이 서로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그 숨 막히는 공기를 어찌할까? 조종실 안이 넓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니 얼마나 괴로울까나?


딸에게 농담으로 “ 넌 네 방에서 10시간이고 친구랑 한자리에서 전화기로 수다를 떨면서 숙제도 하고 멀티태스킹이 잘되니 아마도 기장을 하면 잘할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그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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