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고운 사람

by 내이름은 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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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되기 전까지는

나의 영원한 슈퍼밴드 넥스트의 영향으로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무남독녀 외동딸로 자란 나는 혼자 강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의지할 형제가 없다는 세뇌를 받고 자라왔었다. 이는 날 스스로 고립시키기도 했고, 부모와의 잦은 마찰을 일으키는 요인이기도 했다.


1년의 재수끝에 대학에 들어가 맞이한 20대에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겉과 속이 옹졸하지 않고, 관용을 가진 멋있는 사람-지금 생각해보면 겉멋이 70% 정도는 있었던것 같다-을 생각하면 막 설레고 내가 이미 그런 사람이 된 것 마냥 뿌듯하기도 했다.

국가나 우리 가정이나, 경제가 호황일 시기여서 그랬을까, 멋있는 사람이고자 했던 나는 부모의 도움과 나 스스로의 노오력으로 파리, 뉴욕, 일본, 중국 등을 여행하며 내 안에 멋있음을 쌓아가기도 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맞이한 30대에는,


초반에는 일했던 회사의 영향으로 흔한 패션계 언어로 '시크'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문제는, 겉모습의 '시크'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졌고, 그럴수록 마음은 '시크'에서 거리가 멀어져갔다는 것. 그때 돈을 착실히 모았더라면 지금쯤 내 삶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싶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10대, 20대 때보다 제일 아쉽고 후회도 있는 때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우연찮게 제주에 내려와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지금 30대의 마지막은,

결이 고운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이 힘들고 밉더라도, 잘 생각하고 버티어 이겨낼 수 있고 그 지혜가 몸과 마음으로 나타나는 그런 사람.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각각의 사람마다 다름을 인정하고 관용을 베풀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번 연휴 내내 마음 고생이 좀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를 버티게 해준건 지난 백상예술대상에서 김혜자선생님의 수상소감-눈이 부시게의 나레이션-과 '결이 고운 사람'이라는 단어였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40대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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