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뒷모습

by 내이름은 피클

요즘 부엌에서 설거지를 할때면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아이들 생각, 집 생각, 부모님들, 경제적인 것들, 친구들 생각... 하다보니 내 뒷모습은 아이들이 훗날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면서 우리 엄마의 젊은날 작은 부엌에서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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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대한민국의 많은 CF감독 중 한분이셨다.

그래도 그때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제품들의 광고를 찍으시면서 꽤 괜찮았었는데 어느날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니다 싶어 잘 다니던 광고회사를 정말 ‘때려치고’ 영화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그때부터 우리집은 조금씩 힘들어졌고 20대 후반의 엄마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하셔야만 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일을 하고 계신다.


엄마의 부엌에서의 뒷모습은 어린 나에게는 그저 일상의 평범한 한 순간이었지만, 어린 나이에 생계와 살림을 맡아서 하던 당신에게는 굉장한 삶의 무게가 담긴 뒷모습이었으리라.

어린 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걱정스런 얼굴 혹은 피곤하고 슬픈 얼굴을 하고 계셨을 수도 있고 때로는 즐거운 얼굴이었을 것 같다.

내가 일부러 다가가서 들여다 보지 않는 이상 평생 알 수 없는 엄마 혼자만의 얼굴.


30년이 지나고

다 커버린 당신 딸도 설거지를 하며 때론 웃고 울며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고, 그런 뒷모습을 또 우리 아이들이 보고있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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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뒷모습이 이다지도 무거운 것이었다면,

한번 뒤에서 꼬옥 안아드렸어도 좋았을텐데.

엄마의 작은 몸집이 그 어느때보다 크고 위대해보이는 요즘이다.


고맙고 미안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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