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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풀 Dec 13. 2021

미래의 직과 업 1

직업 선택의 기술

 언제부터인가 ‘미래’라는 단어는 더는 새롭거나 기대되는, 그래서 가슴이 뛰고 설레는 그런 표현이 아니라 왠지 식상하고 꺼려지는 대상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왜일까?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기 차별화를 위한 수식어로 남용해서일까? 아니면 요란스럽게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괴물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팬데믹의 지루함 때문일까? 

  내 삶이 끝나지 않는 한 자고 나면 내일을 마주해야 하고 또 그다음 날로 이어지는 미래를 맞이해야만 한다. 누구도 예외가 없다. 그만큼 미래는 우리 모두에게 필연적이다.

  필연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겠지만 여기서는 일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일반적으로 일은 소득을 전제로 한 경제활동으로 생각되지만, 그에 앞서 인간 존재의 이유요 의미다. 부모 잘 만나서 놀고먹는 사람들도 있지 않냐 고 하겠지만 자기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차지하는지 일해 본 혹은 놀아 본 사람은 다 안다. 


 외국의 사례를 빌어 우리나라에서도 주 4일제 근무가 언론 보도를 통해 슬며시 등장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절반 이상은 일을 하니 기본소득제보다는 충격이 덜한 듯싶다. 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이런 속도로 대체해간다면 어쩌면 다음다음 세대에 가서는 진짜로 모두가 놀고먹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으로선 근면이 미덕이던 기성세대나 싫어도 당연히 일은 해야 한다는 현업 세대 모두에게 아직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논리다.


 4차 산업혁명으로의 이행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래의 일과 직업 선택을 위한 세부 지도는 몰라도 방향을 잡기 위한 나침반 정도는 찾을 수 있다. 나는 학창 시절에 농업, 산업, 정보 혁명의 3단계로 구분해서 배웠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3차 혹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3차는 제레미 레프킨의 책 제목에서 4차는 역시 세계 경제 포럼 의장인 클라우드 슈밥의 책 제목에서 비롯됐지, 싶다. 

 우리가 배웠던 식으로 하면 산업과 정보 혁명이 합쳐져서 1,2,3,4차로 세분화된 셈이다. 묶으면 농업 혁명과 산업 혁명의 두 영역이다. 이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생산의 3요소가 전자는 토지, 노동, 자본이고 후자는 기술, 노동, 자본으로 결국 토지가 기술로 전환된 차이다. 그만큼 기술은 과거 농업사회의 토지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런데 이 기술은 2단계로 구성된다. 

하나는 원천 기술이요 다른 하나는 보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편의상 이 둘을 각기 전자는 테크놀로지(technology)로 후자는 테크닉(technique)으로 구분한다. 테크놀로지는 왓슨의 증기 기관 발명이나 전기를 발명한 에디슨 혹은 월드 와이드 웹의 팀 버너스 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좀 더 넓혀서는 가솔린 엔진이나 전기 모터, 모자이크나 윈도 95 같은 웹브라우저 등이 이에 속한다

일본 고마자와 대학의 이노우에 교수는 이를 범용 목적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노동과 자본이 붙으면 냉장고나 자동차 혹은 퍼스널 컴퓨터나 혹은 검색 엔진 개발 업체가 되어 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노동은 생산의 한 요소로서 유효하다. 단, 이때의 노동은 테크닉이라는 기술 습득을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앞세워 농업사회를 벗어나 산업사회로 진입할 때 기술 습득은 목숨을 걸고 배워야 하는 중요한 항목이었다. 불과 5~60년 전의 일이다. 지금 기술 습득의 중요성이 재삼 강조되고 있다. 차이는 이전의 그것이 아날로그 기술이라면 새로운 기술은 디지털 기술이라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시절, 3D 프린터를 중심으로 ‘메이커스’가 부상했다가 사라졌다. 잘못된 예측이었을까? 내 생각엔 천만에다. 우리의 조급함과 코로나로 인해 잠시 뒤로 미루어졌을 뿐이다. 멀잖아 3D 프린터는 불과 한 세대 전 집집마다 있었던 재봉틀만큼이나 일반화할 것이다. 향후 직이나 업 선택을 고민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다음 꼭지에서 세부적인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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