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자라나는 것들

씨앗은 포기를 모른다.

by 에메

씨앗을 뿌린다는 것은 희망을 땅속에 묻는 일이다.

햇빛을 계산하지 않아도,

바람을 예측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은

스스로 잘 자라난다.

그러나 모든 씨앗이 그렇게 자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무리 물을 주고

정성을 쏟아도

끝내 흙 속에서 썩어 사라지는 씨앗도 있다.


삶을 돌아보면 나는 참 운이 좋았다.

내가 바라던 길로,

혹은 내가 잊었을지라도

결국은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걸어온 것 같다.

그 길에는 어쩐지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직감이 있었고,

아닌 것은 과감히 내려놓는 용기와

될 때까지 붙잡는 끈질김이 있었다.

그 습관들이 내 삶의 토양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다양한 새싹들이 자라났다.


어제 마지막 면접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만약 원하는 진로에 실패한다면, 어떤 계획이 있나요?”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빛깔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호한 한 마디였다.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순간,

면접 답변으로는

조금 더 구체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곱씹어보니 나 역시 그러했던 것 같다.

시간에 정해진 기한이 없는 한,

나는 강하게든 약하게든 에너지를 쏟아왔다.

사람에게든

사물에게든

그리고 그 에너지는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내게 돌아왔다.


삶은 씨앗을 뿌리는 일과 닮아 있다.

어떤 씨앗은 저절로 자라나고,

어떤 씨앗은 끝내 사라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씨앗을 뿌리는 우리의 태도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마치 땅속에서 끝내 싹을 틔우려는 씨앗의 의지와 닮아 있고,

과감히 내려놓는 용기는 바람에 흩날리는 씨앗의 자유와 닮아 있다.

그리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혹은

상처나 아픔이 있어도 다시 시작하는 습관은

계절마다 반복되는 봄의 약속과 같다.


아이의 대답은 단순했지만,

그 단순함 속에 삶의 진실이 숨어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은 곧 자신을 믿는다는 말이고,

자신을 믿는다는 말은 결국 씨앗을 뿌리는 행위와 같다.

씨앗이 자랄지,

사라질지는 알 수 없지만,

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씨앗을 뿌린다.

언젠가 자라날 새싹을 기다리며,

혹은 사라질 씨앗을 받아들이며.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씨앗을 뿌리는 나의 태도다.

그리고 그 태도가 결국 나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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