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자라나는 계절

by 에메

둘째가 드디어 졸업을 했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그녀는 늘 졸업식마다 단상에 올라 상을 받곤 했다.

왜 운동선수들에게는 졸업식마다 상을 주는 걸까,

나도 종종 궁금했다.

초등학교 때도 운동 때문에 전학을 간 학교에서

불과 1년 남짓 다녔는데도 대표로 상을 받았고,

오늘도 역시 공로상을 받았다.

그 순간,

아이가 단상에 올라 상을 받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다.


졸업식 아침부터

그녀는 가족들의 옷차림을 챙기며 바쁘게 움직였다.

중3은 외모에 참 관심이 많다.

그런 그녀에게 졸업식은 엄마 및 언니의 외모까지도 관리를 해야 하는 자리였다.

어제는 야식을 먹는 나와 언니에게 그만 먹으라며 잔소리를 하기도 했고,

특히 언니의 몸매를 꼼꼼히 체크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든든했다.

아직은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어느새 가족을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이

자라난 어른 같아 보여 마음이 따뜻해졌다.


졸업식에 도착하니 교장 선생님께서 나를 특별히 다른 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학기 초에 운동부 엄마라는 이유로 학교에 몇 번 갔더니

어느새 운영위원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일을 하고 특히 수업이 많은 저녁에는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결국 운영위원이 되어 있었다.

학교까지는 30분 넘게 걸려 여러 회의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온라인으로 의견을 전달하며 나름 역할을 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졸업식에서 나는 귀빈석에 앉아 감사패까지 받았다.

순간,

‘이 자리는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졸업식의 특별한 순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졸업식은 가문의 영광처럼 상을 받고,

운동부의 전통대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며 따뜻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중학교 졸업식은 평화롭고 잔잔하게 끝났다.


문득 3년 전 졸업식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딱 3년 차이여서

초등학교 졸업식과 중학교 졸업식이 겹쳤던 날이었다.

이럴 때 양육을 나눠서 할 수 없는 싱글맘은 외롭다.

둘 다 엄마가 없는 졸업식은 싫다고 했고,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심지어 아빠도 필요 없다며 오직 엄마만 와야 한다고 티격태격했다.

그래서 내가 세운 작전은

아침 일찍 둘째 학교에 가서 사진을 찍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오시면

첫째 졸업식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다른 학부모들보다

한 시간 먼저 가서 둘째와 사진을 찍고,

졸업식이 시작될 즈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오신 것을 확인한 뒤

첫째 학교로 향했다.

운동 때문에 먼 학교에 다니던 둘째 덕분에 첫째 학교까지 가는 길은 꽤 걸렸다.

큰아이는 계속 전화를 걸어

“엄마 언제 와?”

하고 재촉했다.


마침내 첫째 교실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엄마 왔어.”

라는 말에 순간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고, 여기저기 다니며 친구들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우리 둘은 조금 늦었지만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고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데리고 온 둘째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 커피숍에 들렀는데, 긴장이 풀려서인지 나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오늘의 졸업식은 참 평화롭고 따뜻했다.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나도 조금은 여유로워진 것 같다.

아니면 졸업식 날짜가 달라서일까?

졸업식장을 나서며,

아이들이 차례차례 성장해 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느꼈다.


한 달 후에는 큰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을 한다.

그날,

나는 10년 만에 아이 아빠를 볼 수도 있다.


한 번도

아이들의 졸업식과 입학식에 오지 않던 아이 아빠가, 첫째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좋은지 가끔 학교 행사에 참여를 한다.

그리고 심지어 졸업식에도 온다고 했다.


“엄마! 그냥 신경 쓰지 말고 엄마도 와.”

아이는 나의 반응이 걱정되었는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응, 걱정 마. 저번에 보니까 이혼한 재벌들도 아이들 졸업식에 서로 만나더라. 엄마는 괜찮아.”


사실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아이들을 통해 듣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를 마주쳤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0년이 지난 지금 나의 모습이

그에게 좋아 보였으면 좋겠다.

다른 감정은 아니다.

다만 한때 사랑했던 그 사람에게,

너와 헤어진 그 이후의 10년이

꽤 괜찮은 시간이었음을 얼굴과 태도로 보여주고 싶다.


아무래도 다음 달의 졸업식은 오늘처럼 평화롭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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