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온, 그때의 온기를 글로 남긴다

by 에메
어떤 일이 벌어질 때는
나의 힘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어떤 우주의 끌림이나
초인적인 힘이
나를 조용히 움직이는 것만 같다.


브런치.

지독한 가을이었다.
마음은 감기를 앓듯 무거웠고,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가슴속에 고요히 쌓여갔다.

붕붕 떠다니는 마음으로
몇 주를 그렇게 지냈다.
무언가를 붙잡고 싶었지만
손에 잡히는 건
불안과 공허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브런치가 떠올랐다.
몇 번이나 나를 떨어뜨렸던 그곳.
그때마다 나는
“아직 아닌가.”라는 말을
조용히 받아들여야 했다.


그동안 내가 겪은 여러 일들 사이에서
내가 성숙해진 건지,
글솜씨가 조금은 나아진 건지,
불안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써 내려가니
이번엔 단번에 합격했다.

그 순간,
작은 숨을 들이쉬며 생각했다.

“이제는, 내 마음을 글로 남길 때야.”


오늘,
나의 프로필을 작성하고
작가명을 정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하며
이 글을 남긴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감정이 작품이 되는 첫 순간이었다.

말하고 싶었다.

“나 됐어.”

하지만 멈췄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나는
말하지 못한 감정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남기려는 사람이다.

그 글은
나의 마음을 지켜줄 것이고,
언젠가 내가 원하는 곳에 닿을 것이다.


작가명


작가명을 정하는 일은
왠지 우리 딸의 이름을 짓는 것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내가 가장 믿는 건 무엇일까.


나는 온기를 믿는다.
따뜻함.
만지지 않아도

그 표정과

글과

공기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그리고

조용히 스며드는 감정의 결.

사랑해. 라는 말보다

조용히 스며드는 감정의

그리고

시간의 결


그래서 나는
‘결온’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결온’은
내 글이 가진 결과 온기를
가장 조용하게, 가장 깊게 담아낼 수 있는 이름이다.


작가명은
내 글의 결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니까,
지금 나의 선택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글을 쓴다는 건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감정을 꺼내어
세상과 조용히 나누는 일이다.


그 감정이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하고,
누군가의 밤을 덜 외롭게 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 길을 계속 걸을 이유가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직접 말하기보다
조용히 글로 남기는 일이
더 깊게 스며들고
더 오래 머무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관계에서,
세상 일에서,
많은 말보다
조용한 침묵이
더 큰 울림을 남길 때가 있다.


그 침묵을
나는 글로 번역한다.
그리고 그 글은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
‘그때의 온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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