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

by 에메

내 삶에 지분이 큰 친구가 있다.


그 존재는 단순한 동행을 넘어,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에
가장 조용하고도 단단한 힘이 되어준 사람이다.


대학원 시절,
논문을 쓰며 주제를 바꾸고, 또 바꾸고,
발표를 하고, 다시 정정하고—
그 모든 과정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것 같았다.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지,
이 길을 계속 걸어도 되는지
수없이 흔들리고,
수없이 되돌아보고,
수없이 지쳐갔다.


그때,
나를 붙잡아준 친구가 있었다.


논문을 함께 써준 건 아니지만,
그 친구는 내 마음을 함께 써주었다.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내가 무너질 때마다
말없이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다.

발품을 팔아 자료를 구해주고,
제본을 대신 배달해 주며
내가 감당하지 못한 현실을
조용히 나눠 들었다.


“괜찮아, 다시 하면 돼.”

“너는 할 수 있어.”

그 말들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믿지 못할 때
대신 믿어준 사람의 언어였다.


그 친구가 없었다면
나는 졸업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논문을 넘어서
나 자신을 믿는 마음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논문은 결국 통과됐다.
졸업도 했다.
하지만 그 시절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논문의 제목도, 심사위원도 아닌
그 친구의 얼굴이다.


사람은
어떤 순간에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가
그 시간을 결정짓는다.


그 친구는
내 인생의 가장 복잡한 페이지에
가장 따뜻한 주석을 달아준 사람이다.

작가의 이전글인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