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용기가 만든 큰 기쁨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는 늘, 삶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었다.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깊이.
그 마음 하나로 나는 언제나 적극적으로 살아왔다.
학창 시절엔 발표든 대회든
기회가 생기면 망설이지 않았다.
국민학교 4학년, 글쓰기 대회에서 받은 작은 상 하나.
그 상장이 내게 속삭였다.
“너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일지도 몰라.”
그 믿음은 내 안에 조용히 뿌리내렸고,
지금도 나는 그 믿음을 따라 글 앞에 앉는다.
첫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결과는 탈락이었지만,
사내 모델에 지원했다.
그건 단순한 사진 촬영이 아니었다.
‘나는 이 회사를 사랑한다’는
내 마음을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되새기는 의식이었다.
지금의 직장, 학원에서도
능력이 부족할지라도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해보고 싶었다.
그 덕분에
나는 조금은 다른 결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대학원에서도 그랬다.
학교 홍보 영상을 찍는다는 말에
‘한 번 다니는 대학원인데, 기념으로라도 해봐야지’
라는 마음으로 참여했고,
팔자에 없던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되었다.
돌아보면,
내 안의 꿈틀거리는 도전정신은
삶을 훨씬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그건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오늘 아침,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첨부된 사진과 함께 짧은 메시지.
“엄마, 나 동영상 대회에서 동상 받았어!”
“우와~ 축하해!”
“엄마, 나 잘 몰랐는데… 이것저것 더 했으면 더 좋은 상 받았을 텐데. 내년에 더 잘해볼게.”
중학생에게는 꽤 큰 상금도 있었다.
“우와~ 상금도 있네.”
“엄마랑 할아버지가 도와주셨으니까, 상금 들어오면 맛있는 거 사줄게! 고마워.”
며칠 전의 장면이 떠올랐다.
하굣길에 빵집에서 빵을 사 오더니
무언가를 열심히 찍고 편집하던 둘째 딸.
인스타그램에 올릴 영상이라며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했을 때,
나는 그저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영상의 퀄리티는 꽤 괜찮았다.
“와~ 너무 잘했는데?”
“아니야~ 규격이 많았는데, 그런 건 잘 못 지켰어.”
영상 하나를 올리는 데도
입력해야 할 정보가 많고
절차도 복잡했다.
마감은 밤 12시.
퇴근한 나를 붙잡고
서류를 작성하고
영상을 재편집하고 또 재편집하고
정확히 11시 59분에 업로드를 마쳤다.
“왜 이렇게 시간에 쫓겨서 했어~”
퇴근길에 옷도 못 벗고 그녀를 도와주며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하굣길 버스에서 우연히 대회 소식을 듣고
중간에 내려 빵집에 들러 영상을 찍고
집에 와서는 할아버지를 모델 삼아
쌀가루로 만든 빵을 소개했다.
70세 넘은 어르신도 소화가 잘 되는 빵이라는
테마에 맞춘 촬영이었다.
“엄마, 나 뭔가 빼먹은 것 같은데… 괜찮겠지?”
“뭐, 결과가 없으면 어때. 재밌지 않았어? 그리고 엄마 경험상, 뭔가 딱 시간에 맞춰서 제출하면 결과가 좋더라.”
그녀는 운이 좋은 아이였다.
아니, 운을 만드는 아이였다.
예전, 초등학교 5학년 초반.
나의 저녁 수업 중에 문자가 왔다.
“엄마, 올 때 문구점에서 4절지 색상지 몇 개만 사다 줘.”
“왜?”
“응, 나 전교 부회장 나가게.”
요즘 초등학교 전교 부회장은
작은 선거가 아니다.
부모와 주변의 지원과 시간이
포스터 하나에도 정성이 들어가는
작은 정치의 장이다.
“좀 미리 말하지. 엄마가 포스터라도 잘 만들어줬을 텐데.”
“응~ 안 나가려다가 오늘 결정했어.”
딸은 아주 쿨했다.
그날 밤 10시에 퇴근한 나는
포스터를 그리고
사진을 찍고
컬러 프린터로 인쇄하고
정말 엉망진창으로
선거 준비를 마쳤다.
소견 발표문도 급하게 쓰고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리허설 한 번.
그녀는 그렇게
부회장 선거에 나갔다.
오후에 출근해 있는데
전화가 왔다.
“엄마… 흑흑…”
“왜! 무슨 일이야?”
“나… 나…”
“뭐??”
“부회장 됐어!”
그렇게 그녀는 부회장이 되었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전학을 가게 되어 중간에 사퇴했지만
전교 부회장으로서의 인기와
권력의 맛과
도전의 쾌감을
확실히 느꼈다.
그녀는 그렇게
적극적인 삶 속에서
또 하나를 배워갔다.
우리는 살아간다.
하루하루, 비슷한 날들을 반복하며.
하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예상 밖의 기회가 숨어 있다.
그게 전교 부회장이든
동영상 대회든
발레 공연이든.
“삶은 준비된 자에게 기회를 준다.
그리고 도전하는 자에게 의미를 남긴다.” — 앤디 워홀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 필요는 없지만
귀를 기울이고
눈을 반짝이며 살아간다면
삶은 훨씬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나는 우리 딸들에게
부유한 재산도,
눈부신 외모도 물려주지 못했다.
하지만
도전의 즐거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능력은
물려준 것 같다.
그건 어쩌면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