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아닐 수도 있지만

by 에메

수능이 끝나자마자
우리 큰 딸에게 남소가 들어왔다. (남소: 남자친구 소개)

친구가 수능 끝난 남자애를 소개해줬다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그 웃음은 낯설면서도 반갑다.

어느새 이렇게 자랐구나.


“엄마! 집이 시흥이래!”
“너무 먼 거 아니야?”
“시흥이 멀어? 가까운 거 아니야?”
“아니, 마음만 있으면 멀지 않지. 사랑은 거리보다 마음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했어.”


맞다.

마음이 향하는 곳은 늘 가까운 법이다.

“어느 학교 썼대?”
“그걸 물어보긴 좀 그렇잖아…”

하긴, 너무 엄마 같은 질문이었다.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모습에

‘벌써?’
‘이제야?’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요즘 아이들은 참 연애라는 것을 빠르게 시작한다.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고등학교 시절,
그녀는 지*이라는 남학생을 오래도록 좋아했었다.


“엄마! 지*가 나 아이스크림 줬어!”
“좋아? 그렇게 좋으면 고백하지 그랬어?”
“이미 고백한 친구들이 있는데, 지는 연애 안 한대. 관심 없대. 그래서 나도 그냥 고백하는 애로 보이긴 싫어.”
“그래도 누군가 널 좋아한다는 건 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 결과가 없어도…”
“아니, 그냥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그 자체로 설레는 일이야.”


맞다.
좋아한다는 건
꼭 연애나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마음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누군가를 바라보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 작가 정현종


생각만 해도 기쁘고
마주치면 반갑고
비록 실현되지 않더라도
미래를 꿈꾸게 된다.


그녀는 그렇게 3년을
고백 없이
상대도 모르는 짝사랑으로 채웠다.

그 시간은 그녀만의 작은 연애였다.


어제 외출하고 밤늦게 들어오니

“엄마, 이 사진 봐봐!”


시흥에 사는 그 친구인가 보다.
요즘 아이들답게
입에 스티커를 붙여 얼굴은 잘 안 보인다.


“잘생겼지?”
“잘 보이지도 않는데?”
“가렸는데 이 정도면 잘생긴 거지. 키도 크고 말랐대.”
“응, 잘생겼네. 뉘 집 자식인지.”


기분 맞춰 이야기해주고 나니

“엄마, 나 11월 마지막 토요일에 그 애랑 영화 보기로 했는데, 봐도 돼?”
“어디서 볼 건데?”
“글쎄… 서울?”
“첫 만남이니까 그 남자애 보고 우리 동네로 오라고 해.”
“에이~ 걔도 힘든데… 중간에서 보면 되지.”


그녀의 첫 데이트.
벌써부터 설렌다.
나도 덩달아 설렌다.


첫사랑이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첫사랑은 늘 서툴고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다녀와서
더 설레든
조금 실망하든
그건 또 그녀의 몫이겠지.


나도 사랑을 처음 시작한 날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사랑이었는지
그저 설렘이었는지 헷갈리지만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설렜고
나 자신을 더 예쁘게 꾸미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마흔을 훌쩍 넘긴 지금도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여전히 설레고
나를 더 예쁘게 만들고 싶어진다.


“사랑은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 힘이다.”
— 류시화


사랑인지
설렘인지
처음 시작하는 우리 딸에게

그 경험이
그녀의 삶에
좋은 영양분이 되기를
따뜻한 온기가 되기를


그리고
그녀가 더욱 그녀답게 살아가는 데
멋진 밑거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두려움 대신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