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사람, 그리고 사랑
어제,
뜻밖에 오래전 절친했던 언니에게서 연락이 닿았다.
15년 전만 해도 우리는 서울과 인천이라는 거리를 두고도
일주일이 멀다 하고 만났던 사이였다.
함께 미술관을 가고
프로방스를 가고
예술과 역사를 이야기하던 시절이 있었다.
난 언니와의 시간이 참 좋았다.
그러다 나의 상황이 바뀌고
언니가 성수동으로 이사 간 뒤로는
“보자, 보자” 하면서도
결국 얼굴을 못 본 지 거의 3년이 흘러버렸다.
그 후로는 가끔 안부만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는데,
우리의 인연이 다시 닿으려고 그랬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오늘은 점심을 함께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언니는
여전했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달라진 모습도 있었다.
예전에는 미술을 전공한 사람답게 그림과 역사를 이야기하며 나에게 “서양미술사” 책을 선물해 주던 언니였는데
이제는 재테크의 고수가 되어 있었다.
15억에 산 집이 30억이 되는 마법을 경험했으니 관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겠지.
물론 여전히 우린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하지만 메디치 가문을 이야기하며 눈을 반짝이던 언니가
이제는 숫자와 투자 이야기를 더 많이 꺼내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생각을 다시 떠올렸다.
돈도 사람도, 내 것이 될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내 곁에 머물고, 내 것이 아닐 인연이라면 아무리 애써도 붙잡을 수 없다.
살아가다 보면 이 단순한 진리가 마음 깊숙이 다가온다.
젊을 때는 모든 것이 내 의지와 노력으로 가능할 것만 같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물론 안정된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차원을 넘어 내 삶을 지켜내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되기도 한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로 태어나거나
그러나 나는 금수저도 아니고, 투자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결국 현실 속에서 성실히 근로 소득을 쌓아가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어떤 요행이나
행운을 기대하지 않은 채로.
주식은 늘 나를 시험한다.
팔면 오르고, 사면 떨어지는 아이러니 속에서 나는 결국
‘노력한 만큼의 땀’이 가장 확실한 자산임을 배운다. 그래서 오늘도 묵묵히 일터로 향한다.
어제 대표님께서 아이들과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며 금일봉을 건네주셨다.
“부장님, 잠깐 따라와 봐.”
하시더니 봉투를 내밀며,
“애들이랑 치킨이라도 사 먹어.”
라고 말씀하셨다.
항상 대표님은
우리 부모님과 아이들을 챙겨주신다.
그분께는 작은 마음일지 몰라도, 내게는 큰 울림이었다.
마치 삼촌 같은 대표님.
물론 나도 돈이 좋다.
하지만 15억이 30억이 되는 마법보다
이런 따뜻한 돈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고,
그 힘이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래서 주말에도 보강 수업을 잡았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내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대표님이 나와 아이들을 챙겨주는 그 마음에 내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더 열심히 일하는 것뿐이다.
물론 가끔은 스스로가 현대판 노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일과,
멈추지 않는 책임 속에서
나에게 자유란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안다.
이 길이 곧 나의 선택이며,
나의 삶이라는 것을.
노예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그 속에서 나는 아이들의 웃음을 만나고,
작은 성취와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결국 삶은 ‘내 것이 될 인연’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돈도,
사람도,
기회도,
내 것이 될 인연이라면 언젠가 내 곁에 머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붙잡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보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배우는 것.
나는 오늘도 그 여정을 걸어간다.
어제와 오늘, 그 모든 순간이 내게는 너무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