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참 신기하고 재밌게 산다
나에게는 20년 지기 선배가 있다.
오늘 오랜만에 통화를 나누며 그는 늘 그렇듯 웃으며 말한다.
“넌 참 신기하고 재밌게 산다.”
그 말은 나를 설명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깊은 표현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사건을 쏟아내지만, 나는 그것들을 무겁게 붙잡지 않는다.
어차피 일어난 일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고,
그 바람 속에서 나는 오히려 가벼운 평온을 발견한다.
비록 어제 섭섭한 일이 있어도, 화가 난 일이 있어도
잠을 자고 나면 기억은 희미해진다.
심지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고민이 금세 사라진다.
생각보다 모든 것은 심각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만족한다.
나는 만족한다.
나를 세심히 챙기지 않아도,
그저 눈빛 속에 담긴 애정으로 나를 좋아하는 그 사람에게.
관계란 완벽한 돌봄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에 꽃을 피운다는 것을 배운다.
그 꽃은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피어 있으며,
나는 그 과정을 만족한다.
나는 만족한다.
고3 시절, 힘들다며 공부를 놓아버린 순간에도
나름 그 시기를 즐겁게 이어간 우리 딸.
그리고 그 결과물로 맞이한 대학을 나는 만족한다.
수능이 끝난 뒤 하루 종일 잠에 빠져
엊그제는 냄비를 태워 불이 날 뻔했지만,
그 모든 서툼마저 사랑스럽다.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그녀에게
그 길이 곧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에.
그 발걸음은 나의 자부심이자,
세상에 흩뿌려진 희망의 씨앗이다.
그래서 그냥 좋다.
나는 만족한다.
1년 만에 다시 들려온 친구의 목소리 속에서.
솔직히 나도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한때 친했던 그가 근 1년 만에 내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섭섭하면서도 따뜻했다.
시간이 흘러도 꺼지지 않는 온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는 시계의 바늘이 아니라,
마음의 깊이가 이어주는 다리임을 깨닫는다.
그 다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든 건널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연결의 길이다.
이렇듯 나는 만족 속에서 살아간다.
만족은 체념이 아니라,
삶을 있는 그대로 껴안으며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태도다.
불만을 가지려면 끝이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나는 불만 대신 만족을 선택한다.
사건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고,
관계는 꽃처럼 피었다 지며,
시간은 다리처럼 이어진다.
그 모든 흐름 속에서 나는 신기하게,
그리고 재밌게 살아간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나는 만족을 삶의 언어로 삼아 살아간다.
그 만족은 나를 단단하게 하고,
내가 속한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