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하다 보면
남학생들의 허세를 느낀다.
귀엽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고
# 초등생의 허세
초등생의 허세는 개그 욕심이다.
엄마보다 나이가 많은 선생님이지만,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선생님이 웃어줄 때 아이는 눈이 반짝인다.
“아, 이거 통했구나!”
하는 순간, 아이는 더 큰 욕심을 낸다.
그러다 보면 꼭 무언가 문제가 생긴다.
웃음을 얻기 위해 수업을 방해하거나,
관심을 이상한 쪽으로 발하기도 한다.
문제가 있으면 선생님이 더 봐주니까,
자꾸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며 관심을 끌려한다.
가끔은
“내가 엄마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대한 맞춰주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어쩔 수 없이 살짝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초등생의 허세는 귀엽다.
세상에서 가장 큰 무대가 교실이고,
그 무대에서 선생님을 웃게 만드는 게
아이에게는 최고의 성취이자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 중학생의 허세
중학생의 허세는 어른 흉내다.
아직은 교복이 어색한 나이지만, 말투와 행동은 이미 세상을 다 아는 듯하다.
쿨한 척
쿨한 척
"선생님, 그건 제가 아는데요.”
이런 말들을 던지며 자신이 앞서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들어가 보면,
사실은 인터넷에서 본 얕은 지식이거나
친구에게 들은 반쪽짜리 정보일 때가 많다.
또 시험을 망쳐도
“원래 공부 안 했어요.”라며 쿨한 척을 한다.
속으로는 속상해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한다.
친구들 앞에서는 절대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는 그 마음,
사실은 아직 어린 티가 나는 귀여운 허세다.
가면을 쓰기도 한다.
이건 수업 시간에 써먹기도 하는 부분인데,
밖에서는 엄청 말썽꾸러기가
어떤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을 때
칭찬을 하면
그 아이는 그 모습이 된다.
내 앞에서는 모범생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선생님! 제 저거 가면 쓰는 거예요."
"밖에서는 안 그래요. 제 욕쟁이예요."
아무렴 어때
내 눈에 모범생이면 되지.
중학생은 자신만의 세계를 강조한다.
좋아하는 가수, 게임, 유행어를 마치 인생의 철학처럼 떠들어댄다.
“아~ 선생님 이것도 몰라요?”
이런 말로 선생님을 살짝 놀리기도 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선생님이 알아주길,
자신의 관심사를 존중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숨어 있다.
# 고등학생의 허세
고등학생의 허세는 자신이 마냥 철학자인 것 마냥 말하고 행동한다.
중학생 때는 어른 흉내였다면,
고등학생은 이제 스스로 어른이라고 믿는다.
“인생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에요.”
“공부만 잘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이런 말들을 하며, 마치 삶의 진리를 깨달은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 철학은 아직 경험보다 상상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시험과 입시, 친구 관계 속에서 느낀 작은 깨달음을
거대한 진리처럼 포장하는 것이다.
또 고등학생의 허세는 자유에 대한 갈망에서 드러난다.
“대학 가면 진짜 내 마음대로 살 거예요.”
“지금은 그냥 잠깐 참는 거예요.”
이런 말속에는 아직 부모와 선생님의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이 숨어 있다.
결국 고등학생의 허세는,
어른이 되기 직전의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작은 방어막이다.
겉으로는 철학자처럼 말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누군가의 인정과 위로가 필요하다.
# 나의 허세
어른이 되면 사실은 속으로 불안하고 걱정이 많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한다.
“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
“그 정도는 아무 문제없어.”
하지만
세상 소심쟁이인 나는
집에 돌아가면 작은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밤새 뒤척이며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흔들리는 존재.
그게 나의 허세다.
아이들 앞에서는 세상사를 다 아는 듯 이야기하지만,
정작 나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앞에서는
“선생님은 다 겪어봤어”
라는 말로 스스로를 조금 더 단단하게 보이려 한다.
결국 나의 허세는,
불안과 책임을 가리는 작은 가면이다.
겉으로는 여유와 지혜를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인정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허세는 성장의 과정 속에서 모양을 바꾼다.
초등생에게는 웃음을 얻기 위한 욕심,
중학생에게는 어른 흉내와 자기 세계,
고등학생에게는 철학과 자유에 대한 갈망.
겉으로는 허세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인정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그래서 허세는 결국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길목에서
잠시 거쳐 가는 작은 의식 같은 것이다
허세는 나이가 들수록 사라지는 게 아니라,
모양을 바꿔가며 우리 곁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