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 맡겨야지

by 에메

우리 학원은 3개월이 한 학기.
그렇게 네 번의 학기가 지나면 어느새 한 해가 끝난다.


이런 일정이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있지만
늘 느끼는 건,
“이제 시작인가?” 싶으면
벌써 끝나 있다는 것.

그렇게 1년이 쏜살 같이 지나가 버린다.


오늘은 또 한 학기가 끝나는 날.
복도엔 분주한 발걸음이 오가고,
오랜 시간 함께했던 두 분의 선생님이
이번 학기를 끝으로 떠나신다.

학원의 특성상 퇴근 시간이 늦다 보니
집이 멀면 출퇴근이 쉽지 않다.
특히 가정과 함께 삶을 꾸려가는 입장에서는
결혼이나 생활의 변화로 인해
학원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정이 들었다 싶으면 헤어지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나에게는 여전히 ‘멀어짐’이 쉽지 않다.

매일같이 회사에서 얼굴을 보던 사람을
시간을 내어 따로 만난다는 건
큰 애정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양손 가득 간식을 들고 인사 오신 정든 선생님들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달콤한 도넛을 한 입 베어 물고
왠지 모를 감정이 밀려온다.


아쉬움, 감사함, 그리고 조금은 허전함.


애써도 이어지지 않는 인연이 있고,
그저 두었는데 오래가는 인연도 있다.
관계도, 일도, 삶도 결국은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은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삶은 늘 이렇게 흘러간다.
시작과 끝이 이어지고,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며,
어떤 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어떤 인연은 오래 머무르다 떠나간다.


삶은 결국 내가 다 잡을 수 없는 흐름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늘을 진심으로 살아내는 것뿐.

그리고 나머진 운명에 맡겨야지.


남양주로 향하시는 선생님,
달라스로 떠나시는 선생님,
그곳에서도
지금처럼 따뜻하고 단단한 하루들이 이어지길.

선생님들의 새로운 길이 행복으로 이어지길.
간식 덕분에 웃었지만, 이 마음은 진심이에요.
모두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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