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늘 바쁘다
엄마는 늘 바쁘다.
엄마는 늘 바쁘시다.
내 얼굴을 보면 항상
“하나밖에 없는 딸인데 밥 안 사주니?” 하시고,
주말에 아이들을 봐주셨다며
“밥 안 사주니?” 하신다.
심지어 그 주말에 엄마가 집에 안 계셨을 때도 말이다.
“다른 집 딸들은 엄마를 불러서 맛있는 걸 사준다던데…”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시지만,
막상 점심을 먹자고 하면
엄마는 약속이 있으시다.
어제의 점심
그런데 어제는 웬일인지 엄마가 먼저 전화를 하셨다.
“어디니?”
“나 이제 병원에서 학원으로 가는 길… 왜, 점심 먹을래?”
“나 한 시간밖에 없는데, 그 시간으로 점심 먹을 수 있어?”
물론 엄마의 용건은 다른 것이었지만,
나는 엄마의 버튼을 너무 잘 안다.
만원 남짓하는 점심을 사드리면
엄마는 정말 행복해하실 것이다.
그렇게 엄마와 함께 짧게 한 시간 동안 점심을 먹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한 시간이
엄마와 나 사이의 거리를 조금 좁혀주었다.
엄마의 이야기
엄마의 입은 그동안 이야기 안 하시고 어떻게 지내셨다 싶을 만큼
빵빵 터졌다.
친구 이야기, 아빠 이야기(주로 험담),
그리고 우리 아이들 이야기.
한참을 말씀하시다가 그제야 물으신다.
“넌 어떻게 지내?”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야 딸의 근황이 궁금하시구나.
궁금증은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본인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나를 애정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제 내가 보이시는구나.
그래서 나는 말했다.
“엄마, 나는 요즘 행복한데… 외로워.”
엄마는 대답하셨다.
“네가 뭔 걱정이니. 딸들 잘 자라, 일 잘해. 엄마가 다 도와줘.”
하지만 사실 엄마는 나를 많이 도와주시지는 않는다.
엄마는 엄마의 삶을 참 사랑하신다.
엄마의 열정
재작년, 우리가 함께 다니던 수영장이 공사로 3개월 휴업했을 때
다른 분들은 다른 수영장을 알아보셨고
나는 쉬어가라는 뜻인가 보다 하고
편히 쉬었다.
하지만
엄마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무슨 자격증을 따신다고 학원을 등록하셨다.
아침에 둘째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길,
엄마도 태워 학원에 내려드리면 차 안에서도 공부를 하셨다.
밤 10시에 퇴근하고 돌아와서도 식탁에 앉아 공부를 하셨다.
“나이가 들어서 머리에 들어오는 게 없다”며
투덜거리셨지만,
그 투덜거림은 오히려 에너지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완벽하지 않음이 욕심의 다른 이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의 하루
엄마의 하루는 그 누구보다 빽빽하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점심 약속을 다녀오고,
오후에는 요양보호사로 3시간 일하신다.
집에 돌아와 아빠 저녁을 차려드리고,
밤에는 줌바 댄스를 가신다.
그 이후 아이들이 집에 돌아온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노시다가
나이가 드셔서인지
티브이를 보시면서 꾸벅꾸벅 조신다.
그제야
내가 들어온다.
내가 들어오면
" 불 끄고 들어가서 자라. "
하시고 들어가신다.
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너는 나 없으면 애들 어떻게 키울래?”
나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하셔서
난 항상 누군가 집에서 나를 기다려 주는 걸 꿈꿔왔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낳으면서 모든 일을 그만두었지만,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사실 그 꿈을 접었었다.
하지만
엄마 아빠 덕분에
나의 꿈은 아직 지속 중이다.
엄마의 고백
주말에는 강화의 세컨드 하우스,
평일에는 빽빽한 일정.
엄마는 참 바쁘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말씀하신다.
“살아가는 거 참 외로워.”
나는 대답했다.
“엄마는 아빠가 있잖아.”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캐리야, 남편이 있어도 외로운 건 매한가지야.”
외로움
외로움은 나를 너무 사랑하는 감정인 것 같다.
엄마는 종종 외롭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싶은 마음처럼 들렸다.
아빠와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서로를 챙기고,
아이들의 양육에 있어서
“나 없었으면 어떻게 키웠어!”
라고 말하던 엄마의 모습은
결국 엄마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외로움은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나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정이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중요한 누군가에게,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
“내가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야”라는 걸 확인받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외로움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오늘은
아래 편의점에 내려가서
작은 초콜릿을 몇 개 사서 아끼는 선생님들께 드리며
나의 존재감을
조용히, 그러나 따뜻하게 드러내야겠다.
작은 초콜릿 하나가
내 마음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또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은 달콤하게 만들어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