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동

직급의 유혹, 관계의 시험대

by 에메

파란이 예상된다.


학원은 일반 회사와는 다른 인사 체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 학원은 비교적 체계적인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만과 분란은 피할 수 없다.
인사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기간과 타이밍


회사를 다니며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연차다.
하지만 학원은 다르다.
다른 곳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아 오신 분들이 계시고

경력이 짧아도 학원생과 학부모의 신임을 얻는 매력 포인트가 있고,
경력이 길어도 대표님과 원장님의 기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나는 학원이 성장세로 접어들던 시기에 입사했다.
아니

내 덕분에 성장세에 접어든 건가?

하튼

코로나라는 큰 파도를 함께 넘으며
대표님, 원장님과 동료애를 쌓았다.
그래서 근속 기간에 비해 승진이 빠른 편이었다.

그러나 나보다 직급이 낮은 분들 중에는
경력이 화려하고,

가르침이 뛰어난 분들이 많다.
그런 걸 보면 나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승진은 단순히 실력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 것 같다.


더군다나 학생을 대하는 선생님은

나와 맞는 학생, 학부모가 나의 위신을 세워주기도 하고

언변이 뛰어나신 동료 선생님들 사이에서 못 견디고 나가시는 분들도 생긴다.


인사 발령의 순간


조금 전, 인사 발령이 났다.
7~8년 근무하시던 두 분의 팀장님이 결혼으로 퇴사하시면서
팀장 자리가 공석이 되었고,
곧 인사 발령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 출근하자마자 공지가 떴다.


학원의 특성상

많은 분들이 개인사업자이시기 때문에

직급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분들이 많지만,
직급이라는 유혹은 생각보다 강하다.
내 말에 힘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지는 동기.
직급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상징적 권력이다.


위로하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예전에는 서로의 집을 드나들 만큼 친했던 선생님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나보다 두 살 많았고,
성향도 비슷하고 배울 점도 많아 가까워졌다.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나는 불편함을 느꼈다.


“**가 팀장이라는 게 말이 안 돼요.”
“아, 우리 학원은 일이 너무 많아요.”


좋은 분이었지만,
관리자 위치에 있는 내가 함께 무작정 험담을 할 수도,
학원 입장을 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나 역시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불편해졌다.
다시 말하면

나의 가장 큰 매력이 그녀 앞에서는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멀어졌는데…

연차로 보나, 아이들의 팬덤으로 보나
진급이 가장 빠를 것 같던 그녀가 아닌
다른 선생님이 승진을 하셨다.


아마 그녀는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하겠지.


인사발령이 떨어지는 순간,

그 선생님 속상하시겠다.

내가 여전히 가장 절친이었으면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 보면


내가 그녀를 좋아하긴 했었나 보다.


기준


이쯤 되면, 대표님과 원장님의 기준이 궁금해진다.
누구를 선택하고, 누구를 남기는지.
그 기준은 단순히 연차도, 팬덤도 아닌
보이지 않는 무언가일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조직을 지탱하는 균형감각일지 모른다.


인사는 언제나 파란을 예고한다.
사람의 마음은 직급 앞에서 흔들리고,
관계는 승진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오늘

나의 교실은 비교적 평화롭지만

누군가의 마음은 파란이 일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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