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찾자
이민을 결정하고, 비자를 받고, 짐 정리를 얼추 시작하자 집 찾기가 시작되었다.
런던에 있는 지인들에게 물어도 보고 리서치를 해보니 적당히 한 세 개의 웹사이트를 추릴 수 있었다. 남편이 이직하는 회사 동료가 마침 뉴욕으로 휴가를 온다고 연락이 와서 어느 동네가 좋은지 물어보기도 하고 이미 런던에 살고 있는 한두 명의 지인에게도 추천을 받아서 출퇴근이 용이한 동네로 몇 개의 후보군을 좁혔다. 가구를 다 들고 갈 수는 없으니 가구가 갖춰있지 않는 집도 제외해야 했다. 그렇게 쳐내다 보니 생각보다 후보가 많지는 않았다.
적당한 집이면 문의와 연락을 계속 시도했는데 문제는 우리가 상대가 영국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일해보지는 않았지만 뉴욕은, 적어도 미국 내에선 좀 빠른 편에 속한다.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끊임없이 메일과 메시지를 확인하고 일하는 시간이 아닌 시간에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조금 당연한, 그런 문화. 당연히 장단점이 있고 그 때문에 번아웃이 오기도 했지만, 근 20년을 뉴욕에 살면서 익숙해진 그런 문화에 우리는 성질이 급한 사람이 되어있었던 것이었다...
간신히 마음에 들고 가격이 맞는 집이 나와 주인이나 에이전시에게 연락을 해도 답장이 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으며 시차를 감안하더라고 답장은 빨라야 몇 시간, 기본 며칠이었다. 초조해지지 않으려 했지만 그러기가 힘들었다. 영국 계좌를 만들거나 번호를 만들려고 해도 무조건 주소가 필요했다. 집이 정해지지 않으면 무엇도 하기가 힘들었다. 이건 마치 한국에서 제 명의의 번호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시스템인 것... (난 아직도 이 시스템에 치를 떤다- 번호가 없어서 서러움).
몇 번은 온라인으로 뷰잉을 하기도 했다. 시차를 감안하여 아침 6시 혹은 7시에 일어나 페이스 타임으로 몇 군데 보고 심지어 디파짓을 낸 곳도 두세 곳 있는데 결과는 다 꽝. 이유를 물어보니 직접 우리를 만나지 않아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런던에 없는 사람한테 어떻게 집을 내여줄 수 있냐고. 집주인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10월 20일에는 출국을 해야 하는데 벌써 9월 말이었고 속은 바짝바짝 마르고 있었다. 배우자 앞에선 오퍼가 까여도 우리 집이 될 운명이 아니겠지~라고 쿨하게 말했지만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최악의 경우 몇 주 정도 장기 에어비엔비를 하고 그 사이에 집을 찾아볼 요령이었다. 배우자의 출근은 11월부터였으니 열흘이면 어떻게든 결정이 나지 않을까 하고.
그러다 전에 연락을 넣어놓은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원배드룸인 뉴욕의 집 보다 크기는 많이 작은데 공간이 잘 구분된 투배드 룸으로, 집주인이 렌트가 나가지 않을 시 에어비앤비로 돌리기도 해서 모든 가구와 식기, 청소도구 등이 갖춰진 집이었다. 역시 길에 나앉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우리가 가기로 한 날짜보다 조금 더 이른 날짜로 계약을 해야 했지만 그 정도는 장기 에어비앤비나 숙소를 구하는 비용보다 훨씬 쌌기 때문에 감수하기로 했다,
한시름 덜었다. 이로써 더욱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나면서도 안 났다. 내가 정말 뉴욕을 떠나 런던으로 가긴 가는구나... 거기에도 우리가 머물 곳이 생겼구나. 여기서의 생활을, 정말로 정리하긴 해야겠구나.